적폐수사와 국민 눈높이..文 윤석열 카드에 세가지 시그널

[the300]靑 "아직도 남은 부정부패" 언급…檢 조직 물갈이도 고려한 듯

김성휘 기자,조준영 기자 l 2019.06.17 14:08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나서 차량에 오르고 있다. 2019.6.1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재인 대통령이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윤석열 현 서울지검장을 지명했다. 비리와 부정부패를 겨냥한 적폐수사 기조를 집권 후반기에도 이어간다는 선언으로 풀이된다. 그밖에도 두 가지 '시그널'이 더 숨어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7월4일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를 발표했다. 그리고 17일, 자신의 임기중 두 번째 검찰총장으로 윤석열 지검장을 정했다. 2년의 시간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부정부패'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윤 후보자에 대해 "아직도 우리 사회에 남은 각종 비리와 부정부패를 뿌리뽑는 동시에" "시대적 사명인 검찰개혁과 조직쇄신 과제도 완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문무일 후보자 발표 당시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국민적 요구"를 발탁 이유로 들었다.

결국 문재인 정부와 검찰의 핵심과제는 부정부패 척결인데 아직 미흡하다는 진단이 깔려 있다. 윤 후보자의 이력이 이런 구상에 들어맞는다.

盧정부-朴정부에도 칼잡이..MB 구속= 서울 태생인 윤 후보자는 사법연수원 23기로, 1994년 검찰에 입문했다. 2013년 박근혜정부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이 결정적이다. 그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 특별수사팀을 이끌었다. 국정원을 압수수색하는 등 전방위로 수사를 좁혀들어가다 10월, 윤 후보자는 수사업무에서 배제됐다. 

그는 이후 대구고검, 대전고검 등으로 발령났다. 사실상 좌천성 인사였다. 수사팀 부팀장으로 호흡을 맞춘 박형철 검사는 이후 검찰을 나와 변호사가 됐다.

윤 후보자는 2017년 문재인정부 출범과 함께 서울지검장에 오르며 화려하게 복권됐다. 이후 2년 가까이 '적폐청산' 수사를 사실상 진두지휘해왔다. 지난해엔 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속시켰다. 박형철 변호사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으로 발탁됐다. 

윤 후보자는 앞서 2003년 참여정부때도 '살아있는 권력'에 칼끝을 들이미는 강단을 보였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 2002년 노무현 대통령 대선캠프 핵심인사들을 정치자금 사안으로 구속수사했다. 

이런 드라마틱한 경력을 고려하면 두 번째 시그널이 보인다. 검찰조직을 향해 '정치 외압'에 좌고우면하지 말고 수사에 매진하라는 뜻이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검찰-경찰의 수사권 조정 등 민감한 사법개혁안에 검찰이 더이상 반발하지 말 것을 주문하는 의미도 있다. 

검찰 고위직의 대대적 물갈이도 고려한 걸로 보인다. 윤 후보자는 문무일 총장(연수원 18기)보다 다섯 기수 아래다.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1988년 이후 고검장을 거치지 않은 총장도 처음이다. 파격 중 파격이다. 고민정 대변인은 "기수파괴는 검찰 관행이 있긴 하지만 청와대가 언급할 사안은 아니고 검찰 내부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했다.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나고 있다. 2019.6.1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부패척결, 檢 쇄신, 국민눈높이= 세 번째 시그널은 '국민'이다. 고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윤 후보자에 대해 "국정농단, 적폐청산 수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며 "검찰 내부뿐 아니라 국민들의 두터운 신망을 얻었다"고 했다. 고 대변인은 이어진 문답에서 "국민이 열망하는 검찰 개혁에 대한 기대감"도 언급했다. 

적폐수사에 국민이 공감하는 한 그 기조를 유지할 것이고, 거꾸로 이를 통해 문재인정부 국정방향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 확보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학의 재조사'를 문 대통령이 직접 업무지시한 배경도 국민 눈높이였다. 

윤 후보자는 18일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 재가를 거쳐 국회 인사청문회를 치른다. 그가 검찰의 수장이 돼 문 대통령의 '검찰구상'을 얼마나 잘 실현할지는 미지수다. 문 대통령의 사법개혁 의지와 공약에는 검찰의 기존 조직과 문화를 뒤흔드는 측면이 적잖다.

윤 후보자는 특정 정파에 가깝기보다 검찰로서 정체성이 분명한 '검찰주의자'로 표현된다. 그는 국정원 댓글 수사 관련 국회에 출석,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하는 등 화제를 뿌렸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윤 후보자의 각종 신상을 둘러싼 문제가 새로 불거질지, 적폐수사를 야당 죽이기로 보는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어떻게 반발할지도 변수다. 윤 후보자의 검찰 선배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사법연수원 13기)는 이날 발표에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이 지켜져야 된다"며 "그런 측면에서 제도와 인사가 중요하다. 원칙이 지켜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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