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일' 뛰어넘은 '24시간'…소설을 현실로 만든 트럼프의 '터치'

[the300]하노이 회담 이후 '단절', 트위터 한 번에 반전…"2~3주 뒤부터 다시 협상 재개"

이재원 기자 l 2019.07.01 05:42



120일을 이어온 북미 교착상태가 24시간만에 급물살을 탔다. 지난 2월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4달 가까이 단절됐던 북미 대화가 2~3주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재개될 예정이다.

발단은 '김 위원장을 만나고 싶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한 통이었다. 지난달 29일 아침 일본 오사카에서 누른 '전송' 버튼 한번에 숨가쁜 24시간이 이뤄졌다.

G20(주요20개국)정상회담 참석차 오사카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아침식사를 할 시간 무렵인 29일 오전 7시51분 "한국에 있는 동안 김 위원장이 이 글을 본다면 나는 남과 북의 국경지대인 DMZ에서 그를 만나 그와 악수하며 인사라도 나누면 좋겠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G20 정상회담에 일정 도중 문 대통령을 직접 찾아가 "내 트윗을 보셨냐"며 자신의 의지를 문 대통령에게 재차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엄지를 치켜 세우며 "함께 노력해보자"고도 했다.

같은날 오후 1시 김 위원장이 '번개 회동'에 화답하며 소설은 곧바로 절정으로 향했다. 북한의 긍정적 반응에 미국은 즉각 물밑접촉에 돌입했다. 그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원래 계획된 한미정상회담 일정을 위해 한국에 입국했다.

북미 정상간의 만남은 30일 오후 1시9분쯤 진행된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확실시 됐다. 문 대통령은 "정전선언 이후 66년 만에 판문점에서 미국과 북한이 만난다. 사상 최초로 북미 정상이 분단의 상징 판문점에서 마주서서 평화를 위한 악수를 할 것"이라며 "나도 오늘 판문점에 초대를 받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DMZ내 미군 기지를 들른 뒤 김 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판문점으로 향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DMZ에) 온다면 우리는 2분간 만나는게 전부겠지만 그것도 괜찮다"고 했다.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3시44분쯤 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와 군사분계선으로 걸어 내려갔다. 트럼프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내자 북측 판문각에서도 김 위원장이 걸어나왔다.

결국 만난 두 정상은 악수를 나눴고, 트럼프 대통령은 역사상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은 현직 미국 대통령이 됐다. 그것도 '살짝' 넘은 것이 아니라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10미터(m), 트럼프 대통령의 성큼성큼 걷는 보폭으로도 열여덟 발자국 가량을 넘어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이번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데리고 남측으로 왔고, 자유의집에서 기다리던 문 대통령과도 만나며 역사적인 '남북미 정상 회동'이 성사됐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만 자유의집 2층에 마련된 회담장으로 향했다. 문 대통령은 별도 대기실에서 두 정상을 기다렸다.

성조기와 인공기가 번갈아 걸린 회의실에 앉은 김 위원장은 "어떤 사람들은 미리 계획된 것 아니냐 그런 얘기도 하던데, 어제 아침에 (트럼프) 대통령께서 의향을 표시한걸 보고 깜짝 놀랐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제안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이어 "우리 두 나라가 평화의 악수를 하는 것 자체가 어제와 달라진 오늘을 표현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더 좋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만남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각하(트럼프)와 나의 훌륭한 관계가 아니라면 아마 하루만에 이런 상봉이 전격적으로 이뤄지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해야될 일들에 대한 그런 난관과 장애들을 극복하는 그런 신비로운 힘으로 될거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역사적 순간"이라며 "우리가 만나는 것 자체가 역사적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에게 다른 이유로 또 감사하다"며 "SNS로 메시지 보냈는데, 오시지 않았으면 제가 굉장히 민망할뻔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굉장히 좋은 관계를 만들어왔다"며 "우리의 관계가 굉장히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두 정상은 오후 3시54분부터 회담을 시작해 오후 4시51분까지 약 한시간 가량 회담을 가졌다. 이후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함께 자유의집을 나와 김 위원장을 배웅하며 회담을 마무리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2~3주 간의 준비기간을 거친 뒤 북미 실무협상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후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회동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사진=청와대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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