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고시에이터 트럼프' 고위당국자 방미..월가 "대체제 찾아라"

[the300]'협상달인' 김현종 美 도착-美 국무차관보 한·일 순방

김성휘 기자,권다희 기자,최경민 기자,강기준 기자 l 2019.07.11 16:31
【판문점=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북미정상 회담 및 남북미 정상 만남에 대한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19.06.30. pak7130@newsis.com

북미 핵협상의 '수석 협상가'(chief negotiator) 가 문재인 대통령이었다면 한일 갈등에서 그 역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맡을 전망이다. 

우리 정부가 한일 갈등의 출구를 대미 외교에서 찾기로 하고 전방위 노력에 나섰다. 정부와 청와대 핵심인사들이 11일 잇따라 미국을 방문하고 한미 외교장관이 전화통화를 했다. 한일 갈등이 반도체라는 글로벌 첨단상품 시장과 직결되자 월스트리트 등 국제금융시장도 관심과 우려를 나타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2차장은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했다. 그는 "백악관 (관계자), 상하원 (의원들을) 다양하게 만나 한미 간 이슈를 논의할 게 많다"고 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를 위해 미국의 중재를 요청할지에 대해 “그 이슈도 당연히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김 차장이 미국에 급파된 건 문 대통령의 뜻도 반영된 걸로 보인다. 김 차장은 청와대 내 가장 미국을 잘 아는 인사로 통한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등 굵직한 통상협상의 주역이고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냈다. 반도체 수출이란 통상 이슈를 두고 미국의 중재를 요청하는 데 최적의 메신저다.

아프리카를 방문 중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0일 오후 11시45분(한국시간)부터 15분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전화통화를 했다. 강 장관은 "일본의 무역제한 조치는 우리 기업에 피해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 공급 체계를 교란시킴으로써 미국 기업은 물론 세계 무역 질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 장관은 과거사는 과거사, 미래 과제는 그것대로 각각 일본과 풀어나간다는 우리의 '투트랙' 접근을 설명하고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 철회와 함께 더 이상 상황이 악화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에 대해 이해를 표명했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30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한미 확대 회담 겸 오찬에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이 대화하고 있다. 2019.06.30. photo1006@newsis.com


김희상 외교부 양자경제외교국장도 이날 워싱턴DC에 도착했다. 마크 내퍼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 등과 면담해 일본 수출규제 조치의 부당성을 알리고 미국의 협력을 요청할 계획이다.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11~14일 일본, 17일 한국을 각각 방문한다. 그는 인도-태평양 전략 추진을 위해 한·일과 필리핀 태국까지 아시아 4개국을 순방한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중재 가능성을 내비칠지 주목된다.

국제 금융 시장도 미국의 중재에 기대를 걸었다. 움마크 모비우스 템플턴자산운용 이머징마켓그룹 회장은 "미국이 중재하지 않는 한 한일 양국간 쉬운 해결책은 없다"고 지적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모비우스 회장은 "한국 기업들은 빨리 일본 외 메모리칩 핵심소재 공급처를 찾으라"고 당부한 뒤 "(대체재 확보가) 쉽지 않겠지만 가능한 것"이라고 했다.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리포트에서 "앞으로 한국 제품들을 사용하는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모건스탠리는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강화 여파로 한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에 못미치는 1.8%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오는 21일 일본 참의원 선거, 한국의 8.15 광복절 등 한일 양국간 정치일정도 변수다. 블룸버그통신은 이에 대해 "수십년만에 최악의 한일 갈등엔 출구가 안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중국은 한일 양국 모두에 자제를 촉구하면서도 이 사태로 중국 업계가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염두에 둔 걸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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