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불화수소 우리것 쓰라" 한일 '불화'에 백기사 등장?

[the300]靑 "제안받고 검토중..日, 공동 조사받자" 제안(종합)

김성휘 기자,권다희 기자 l 2019.07.12 14:59
【오사카(일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사카 리가로얄 호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19.06.28. photo1006@newsis.com


일본 정부가 한국에 수출하는 것을 막은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를 러시아가 우리 기업에 공급할 수 있다고 제안해 왔다. 강제징용 보상판결, 경제보복 등 한일 양국이 '불화'를 겪는 가운데 러시아가 불화수소 공급의 '대체제'를 자임한 것이다. 

정부는 러시아산 불화수소 확보를 검토하는 한편, 일본에는 우리가 전략물자를 불법수출했다는 근거를 대라고 요구했다. 유엔안보리 등의 공동 조사를 받을 것도 제안했다.

청와대는 12일 일본 정부의 한국 수출규제 대상 품목인 고순도 불화수소를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러시아 정부로부터 우리 정부 측에 그런 내용(러시아산 불화수소 수입)을 전달한 바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수입을 결정했는지에 대해 "현재 검토 중에 있는 부분"이라 밝혔다. 한-러 기업이 아니라 양국 정부간 채널이 움직이는지 등도 청와대가 명확히 공개하지 않았다. 

삼성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이 받을 타격을 줄일지 관심이 모인다. 불화수소는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불순물 제거 공정 등에 사용되는 핵심원료다. 러시아 정부는 자국이 고순도 불화수소 생산에 일본보다 우수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공급제안을 해 온 걸로 알려졌다. 

만약 러시아의 공급 제안이 성사되면 일본이 불화수소 수출을 규제하더라도 국내 기업이 받을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기존과 다른 불화수소를 사용하려면 검증과 테스트에 상당기간이 필요하다는 전망도 있다. 순도 못지않게 안정성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러시아산 불화수소를 공급받더라도 반도체 생산차질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있다. 
【서울=뉴시스】 이윤청 기자 = 김유근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장이 1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일본 수출규제 조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9.07.12. radiohead@newsis.com


러시아가 화학물질 수입 다변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은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30대 기업 총수 간담회에서 나왔다. 재계에 따르면 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은 "러시아가 생산하는 불화수소를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인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최근 일본 고위인사들이 명확한 근거 제시않고 우리 정부의 (전략물자) 수출 관리 위반과 제재 불이행을 시사하는 무책임한 발언을 하는 데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김 차장은 "일본 정부는 우리 정부의 규범 불이행 및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 명백한 증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또 "우리 정부는 상호 불필요한 논쟁을 중단하고 일본 정부의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를 명백히 밝히기 위하여 유엔 안보리 전문가 패널 또는 적절한 국제기구에 한일 양국의 4대 국제수출통제체제 위반 사례에 대한 공정한 조사를 의뢰할 것을 제의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사 결과 우리 정부의 잘못이 발견된다면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사과하고 시정 조치를 즉각 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잘못이 없다는 결론이 나오면 일본 정부는 우리 정부에 대한 사과는 물론 보복적 성격의 수출 규제 조치도 즉각 철회해야 할 것"이라며 "또한 일본의 위반 사례에 대한 철저한 조사도 함께 실시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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