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협의', 美 지소미아 종료 반발에 한 발 물러선 靑

[the300]김현종 "실시간 소통" 강조하며 "美 실망은 당연한 것"

최경민 기자 l 2019.08.23 17:53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23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관련한 브리핑을 위해 단상으로 올라서고 있다. 2019.08.23. photo1006@newsis.com

청와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후 "미국도 이해했다"고 한 것에서 한 발 물러섰다. 미국의 강한 불만 제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이 23일 춘추관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는 '이해'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았다. 청와대가 전날 "미국은 이번 우리 정부의 결정을 이해하고 있다"고 밝힌 게 유효한지를 묻는 질문에는 "미국과 긴밀히 협의를 했다. 미국과 거의 실시간으로 소통했다"고만 답했다. 

김 차장은 "우리가 상황이 악화되거나 우리의 외교적 노력이 일본 쪽으로부터 반응이 없다면 소위 지소미아의 종료는 불가피하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우리가 설명을 했다"며 "제가 백악관에 가서 저의 상대방을 만났을 때도 이 포인트를 강조했다"고 언급했다.

미국이 '이해'를 했다고 밝힌 전날에 비해 '협의'를 했다는 점만 강조한 셈이다. 특히 7~8월 동안 양국 NSC(국가안전보장회의) 간 총 9번 유선 협의가 이뤄졌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발표 이후 미국 측은 이례적으로 강경한 톤의 공식 입장을 내놨는데, 이 영향으로 '이해'가 아닌 '협의'로 청와대 메시지가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미 국방부 데이브 이스트번 대변인은 22일(현지시간) 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논평에서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우리는 한국이 정보공유 합의에 대해 내린 결정을 보게 돼 실망했다"고 말했다. 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청와대의 "미국이 이해하고 있다"는 설명을 정면 반박하는 보도도 나왔다.

청와대 입장에서 상황 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된 셈이다. 인도태평양 정책, 호르무즈 파병,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의 안보 이슈와 관련해 미국 측의 압박이 강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 차장은 '강한 우려', '실망' 등 미국 측의 반응에 대해 "미국이 우리에게 지소미아 연장을 희망해 왔던 게 사실"이라며 "미국의 희망대로 결과가 안 나왔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앞으로 우리는 국익과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미 측에 적극 설명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 통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통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향후 미국 측 설득작업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도 한미공조에는 이상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차장은 "한미동맹 관계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다"며 "지소미아 때문에 한미동맹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