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이 남긴 것]승리의 세대 386, 역사는 어떻게 기록할까

[the300]④386…사회 곳곳서 아성 구축, 자신의 이익에는 '유능', '세대독점' 비판도

박종진 기자 l 2019.09.10 18:00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사진=김휘선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논란이 남긴 핵심 열쇳말 중 하나로 '386'을 꼽는데 이견이 없을 듯하다. 현 정권의 주축 세력인 386은 386인 조 장관을 사수했다.

386은 1990년대 등장한 단어다. 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30대를 뜻한다. 87년 민주화 체제를 만들어낸 '승리'를 경험한 세대가 사회 곳곳으로 진출하면서 탄생한 단어다.

386은 싸움에 능한 세대다. 학창시절부터 분명한 목표의식(이념)을 갖고 전략과 전술로 이를 쟁취해가는 경험을 쌓았다. 정계, 학계, 언론계, 기업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자리를 잡아나갔다.

2000년대 40대(혹은 30대 중후반)가 된 이들은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정치권에 대거 진출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등 현 정권 60년대생 인사들 상당수가 이때 국회의원이 됐다. 노무현 정부가 정책 실패의 비판 속에 보수세력에 정권을 내주면서 이들은 스스로 '폐족'(廢族)이라 칭했다. 개혁적이지만 무능하다는 선입견도 이때 생겼다.

그러나 누구도 예상치 못한 '촛불혁명'으로 2017년 문재인 정부가 탄생하면서 586이 된 이들은 화려하게 부활했다. 정치권력을 잠시 놓고 있었을 뿐 사회 곳곳에서 탄탄한 세력을 구축해왔다. 무능하지 않았다. 대학에서 공공기관에서 기업에서 요직을 차지했다. 경제적으로도 앞선 산업화 세대의 열매를 누렸다.

하지만 변화와 혁신의 상징이던 이들이 지배세력이 됐는데 젊은 세대는 오히려 더 어렵다. 386은 대학 나오면 취직되고 부동산 사면 무조건 올랐는데, 이들의 자식 세대는 스펙 쌓아 대학 가는 것부터 버겁다. 기득권이 된 386은 더 이상 개혁적이지 않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선 누구보다 유능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화 세력을 자처하며 윗세대를 공격하고 아랫세대를 훈계했지만, 정작 자신들이 정상에 오르자 사다리를 걷어찬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저서 '불평등의 세대'를 통해 386을 신랄하게 비판한 이철승 서강대 교수는 "386은 자식 세대의 몫을 끌어쓰고 있지만, 자산과 기회는 자기 자식에게만 물려주려 한다"고 꼬집었다.

조국 논란에서 이 같은 행태는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번 사태의 본질에는 이념도 진영도 아닌 세대독점, 386의 이익동맹이 있다는 지적도 곱씹을 만하다. 이제 60대를 맞는 386은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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