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부터 '비주류' 까지…검사는 어쩌다 정치인이 됐나

[the300][런치리포트-정치인이 된 검사]20대 국회 검찰 출신 정치인 분석…발탁되거나 뛰어들거나

백지수 기자 l 2019.10.10 04:26
/그래픽=최헌정 디자인기자


온 국민의 시선이 ‘검찰’에 쏠려 있다. 시민사회도, 정치권도 정치 성향을 막론하고 ‘검찰개혁’을 말하는 시대. 정치권의 주류도 사실 검찰이다.  20대 국회 현역의원은 물론이고 원외에서도 검찰 출신 정치인들 활동이 활발하다. 

법조인 중 특히 ‘검찰 출신’으로 분류되는 정치인들이지만 검사 시절 이력은 다양하다. 정치권에 들어온 계기도 제각각이다. 검찰 내 ‘주류’로 불려 온 공안통이나 공안통의 견제 세력인 특수통·기획통 검사들은 물론이고 비교적 ‘비주류’로 불려 온 수사통 검사들까지 정치권에 유입됐다. 정치권이 ‘작은 검찰’이 돼 버린 이유다.

◇요직 찍은 주류 검사, 검찰 떠나 靑·국회로=정치인이 된 검사들 중에는 공안·특수통 등 검찰 내 주류로 불렸던 인사들이 적잖다. 공안통·특수통 검사들은 그동안 정권과 관계된 수사를 담당한 경우가 많아 정치권과 직접적 연이 닿는 일이 많았다.

공안통은 국가보안법과 집회·시위에관한법률 위반 사건 등을 전담했다. 군사정권을 거치며 출세의 지름길이 됐다. 선거법도 담당하기에 정치권 입장에선 저승사자다. 특수통 검사들은 권력형 범죄, 또는 권력과 연루된 금융범죄 등을 다루며 힘을 키웠다. 

그만큼 이들 중엔 수사를 맡으며 정치권과 연이 닿아 발을 들인 경우가 많다. ‘보스’ 정치인으로부터 발탁이 되거나 ‘보스’ 주위에서 먼저 그를 도운 검사들이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박근혜 정부 초대 민정수석을 지낸 곽상도 한국당 의원과 같은 시기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각각 공안통과 특수통으로 분류됐다. 이후 행보가 엇갈리긴 했지만 두 사람 모두 TK(대구·경북) 출신 인사다. 

곽 의원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캠프에 합류하면서 정치권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다. 그는 2010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싱크탱크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이었다.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거쳐 민정수석으로 청와대 생활을 한 뒤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됐다. 

박 전 대통령 남동생 박지만씨의 마약 수사 담당 검사로 유명한 조 의원은 박근혜 정부 이전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 등에서 꾸준히 청와대 행정관이나 법무부장관 정책보좌관 등으로 활동했지만 정치과 거리가 있었다. 

인천지검 특수부장 등을 지내 ‘특수통’으로 불리는 권성동 한국당 의원은 이명박 정부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뒤 정치를 시작했다. 

원외 인사이지만 황교안 한국당 대표도 대표적인 공안검사 출신 정치인이다. 지난 4·3 보궐선거로 국회로 들어온 정점식 한국당 의원은 황 대표의 직계 후배다. 정 의원은 지난해까지 직함이 ‘대검찰청 공안부장’이었다. 대검 공안부장은 검찰 내에서 손꼽히는 요직 중의 요직이다. 

◇검사를 발탁하는 정치권 = 검사들의  정계 진출 역사는 짧지 않다. 박주선 바른미래당 의원과 홍준표 한국당 전 대표는 각각 김대중 전 대통령(DJ)과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발탁돼 정치를 시작한 케이스다. 두 사람 모두 ‘특수통’ 검사로서 이름을 날리면서 ‘보스’들의 눈에 띄었다.

1997년 대검 중앙수사부(중수부) 수사기획관이던 박 의원은 당시 15대 대선을 앞두고 불거진 ‘김대중 후보 비자금 사건’의 수사 유보를 건의하면서 DJ의 눈에 들었다. 

김대중 후보 비자금 사건은 당시 DJ의 경쟁자 이회창 후보가 제기한 의혹이었다. 검찰의 수사 유보 건의가 DJ 당선에 결정적이었던 데다가 박 의원이 호남 출신이라는 점 등이 발탁 배경으로 알려졌다.

홍 전 대표는 이보다 1년쯤 전 여야 정치권의 러브콜을 받은 가운데 YS에게 갔다. 홍 전 대표는 당시 인기 드라마 ‘모래시계’의 모티브가 된 ‘모래시계 검사’로 이름을 날렸다. 홍 전 대표는 정·관계 인사들이 슬롯머신 업계에서 뇌물을 받아 구속된 이른바 ‘슬롯머신’ 사건의 수사 검사였다. 홍 전 대표가 이 일로 대중적 인기를 얻으면서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직접 신한국당으로 오라고 전화를 걸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공안·특수통이 아니어도 긴 검찰 생활 끝에 주요 요직을 거쳐 정치를 시작한 이들도 있다. 대체로 초·재선 의원들이 많다. 법무제도 연구 등을 주로 맡아온 ‘기획통’ 최교일 한국당 의원은 이명박 정부 시절 서울중앙지검장까지 지낸 후 검찰을 나와 보수 정당으로 출마한 경우다. 

◇‘이단아’도 정치권에 발탁=주류 검사, 스타검사들뿐 아니라 검찰 내 ‘이단아’들도 정치권으로 유입됐다. 전통적인 정계 진출 경로는 아니지만 20대 국회엔 금태섭·백혜련 민주당 의원이 조직에 ‘반항’하고 검찰을 나와 정계에 진출했다.

금 의원의 경우 현직 검사 시절 한 신문에 ‘현직 검사가 말하는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을 연재하려다 1회가 나간 뒤 검찰을 나와야 했다. 당시에는 서울중앙지검 형사부 검사였지만 그 직전 대검 검찰연구관으로 기획 직무를 맡았던 금 의원은 수사 환경에 대한 고찰을 담아 이 글을 썼던 것이 문제가 돼 검찰을 나와야 했다. 금 의원에서는 당시 글에서 “(글을 쓴다 했더니) 앞으로 수사를 어떻게 하냐는 말을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고 서술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대구지검 형사부 검사였던 백 의원은 “검찰이 정의롭게 보여지지도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지키고 있지도 않다”는 글을 검찰 내부망에 남기고 사직서를 냈다. 이후 자신이 초임검사 시절을 보낸 수원에서 민주당으로 출마해 20대 국회에 입성했다.

◇정치권에서 희망 찾은 비주류 검사들=그런가 하면 검찰에서 승진에 한계를 느끼고 나온 검사들도 연고지 변호사 생활을 거쳐 정계에 진출했다. 주로 형사부나 공판부 위주로 검사 생활을 한 수사통 검사들이 해당된다. 검찰 내에서는 주로 공안·특수통들이 요직을 차지했던 만큼 수사통으로 분류되면 승진에도 제약이 있다는 분위기가 암암리에 존재했기 때문이다. 

부산지검 외사부장 출신으로 부산에서 출마한 김도읍 한국당 의원이나 춘천지검 원주지청장을 거쳐 춘천에서 당선된 김진태 한국당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광주지검과 형사부장을 지낸 김경진 대안신당 의원도 근무 연고지이자 고향인 광주에서 출마한 경우다.

그런가하면 검찰을 ‘스쳐가기만 한’ 정치인들도 있다. 검사 생활 10년 미만인 송기헌 민주당 의원(7년), 김재경(7년)·김재원(4년)·주광덕(4년) 한국당 의원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들은 검찰을 일찌감치 나와 지역에서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정계 입문을 준비했다. 송 의원은 강원도 원주에서 변호사 생활을 하다 20대 국회에서 초선의원이 되는 데 성공했다. 주광덕 의원은 자신의 근무지였던 경기 의정부에서 가까운 경기 구리와 경기 남양주에서 당선된 케이스다.

◇각 정당 공방에서 강점…각 정당 ‘법률전문가’ 역할도=검찰 출신들이 정치권에서 사랑받은 이유는 이들이 ‘법률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경력이 길면 긴대로 짧으면 짧은대로 수사 경험을 통해 각종 의혹에 대한 공방전을 벌이는 데 유리하다. 증거 수집에도 강점을 보인다.

실제 최근 조국 법무부장관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에서 곽상도·주광덕 의원 등 검찰 출신들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민주당 측은 ‘피의사실 유출’이라고 비판하지만 한국당 내에서는 중요한 전력으로 여겨지고 있다.

정당의 변호사 역할도 이들이 맡는다.  각 당에서 법률위원장·법률지원단장 등의 당직을 검찰 출신들이 차지하는 것이다. 패스트트랙 충돌을 비롯해 드루킹 사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등과 관련 각 당에서 진행한 고소·고발전에 이들이 개입해 있다.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송 의원의 경우 현재 민주당 법률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최교일 의원은 한국당 법률지원단장이다.

검찰 출신인 이창현 한국외대 교수는 “아무래도 검찰 출신들이 수사 노하우를 이용하거나 옛 동료들을 통해 힌트를 얻는 등 근거를 모아 의혹 공방에서 강점을 가질 것”이라며 “결국 검찰 출신들과 정치권은 공생관계인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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