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국회도 우왕좌왕…北 ICBM-TEL 논란(종합)

[the300]서훈 “정의용 발언은 팩트, 군당국 발언은 평가…모순되지 않는다”

최태범 기자 l 2019.11.05 18:04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19.11.01. jc4321@newsis.com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기술적으로 이동식발사대(TEL)로 발사하기 어렵다.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이 폐기되면 ICBM은 발사하지 못하게 된다”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나온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발언을 놓고 국방부와 국가정보원 등 관계부처는 물론 국회 내부에서도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논란이 거세지자 청와대는 5일 입장문을 내고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 안보실의 설명은 미사일 발사에 TEL이 이용되긴 했지만 TEL에 미사일을 싣고 이동해 거치한 뒤 직접 발사까지 하는 ‘완성된 형태’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TEL에서 ICBM을 발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북한의 3회에 걸친 ICBM 발사는 운반, 직립까지만 TEL을 사용했고 발사는 분리해 이뤄지는 등 TEL 본래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북한이 ICBM을 TEL에서 직접 발사하기에는 기술적으로 완전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해명은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폐기의 의미를 부각하고, 북한의 핵실험·ICBM 모라토리엄(유예) 상황을 강조하면서 한반도 대화 모멘텀을 이어가려는 정치적 판단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도 지난해 9월 미 언론 인터뷰에서 “동창리가 폐기되면 북한은 다시 미사일 시험발사 도발을 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미사일 엔진시험은 ICBM 개발에서 필수 과정이므로 동창리 엔진시험 시설이 폐기될 경우 ICBM 추가 개발 및 발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북한이 올해 2월 부분적으로 동창리를 복구했으나 정상적인 기능 발휘는 제한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방·정보당국은 청와대 입장과 결이 다소 다른 분석을 내놨다. 국방부와 국정원은 TEL을 미사일 운반용으로만 사용했다고 해도, TEL에서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 4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TEL로 미사일을 옮기고 나서 고정식 발사대로 발사한 것도 있고 지지대를 받쳐서 발사하기도 했다. 의미상 해석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 실장과의 인식 차를 인정했다.

서훈 국정원장은 이번 논란이 “팩트와 평가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4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감에서 “북한이 과거 TEL에서 발사한 적이 있다. 최근에는 기능에 문제가 있는지 TEL을 이동하는 데만 쓰고 미사일은 거치대에 올려 발사했다. 이는 팩트”라고 했다. 이어 “국방정보본부에서 북한이 ICBM을 TEL에서 발사할 능력을 갖춘 것 같다고 하는 것은 평가다. 두 개는 별개”라며 “팩트와 평가는 다른 것이다.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정 실장의 발언은 북한이 TEL로 직접 ICBM 발사까지 완료할 수 있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는 ‘팩트’, 김영환 합참 정보본부장이 TEL로 ICBM을 발사 가능한 수준까지 고도화됐다고 한 것은 군 당국의 ‘평가’라는 얘기다.

서 원장의 ICBM-TEL 관련 발언을 여야 간사가 브리핑한 이후 정보위 내부에서도 혼선이 벌어졌다. 야당 간사인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서 원장이 ‘TEL에서 ICBM을 싣고 일정한 지점에 발사대를 거치한 뒤 발사하는 것도 TEL이 맞느냐’는 질문에 “TEL이 맞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혜훈 정보위원장은 이후 정정 브리핑에서 서 원장이 언급한 ‘팩트와 평가는 다르다’는 입장을 언론에 전달했다. 이 위원장은 “고정된 시설물에 올려놓고 쏜 것이 팩트, TEL 발사 능력을 갖췄다는 것은 평가라 모순되지 않는다는 게 서 원장의 대답”이라고 했다.

이 위원장에 따르면 정 실장은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서 원장에게 ‘발언에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정 실장은 문 대통령 순방 수행차 지난 3일 태국으로 떠나기 전 서 원장에게 “TEL과 관련해 정정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정정할 기회가 없이 출장을 가야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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