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실험도? 레드라인 밟으려는 北, 지원사격 나선 중·러

[the300]풍계리 핵실험장서도 특이 동향…중·러 "제재완화 필요" 보조

최태범 기자 l 2019.12.13 05:30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24일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위한 폭파작업을 했다. 풍계리 핵실험 관리 지휘소시설 폭파순간 목조 건물들이 폭파 되며 산산이 부숴지고 있다. 이날 관리 지휘소시설 7개동을 폭파했다.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은 '4번갱도는 가장 강력한 핵실험을 위해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2018.05.25. phot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의 산실인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중대 시험'을 진행했다고 밝힌 이후 지난해 자체적으로 폐기한 풍계리 핵실험장에서도 차량 이동 등 특이 동향이 포착됐다.

ICBM 시험발사와 핵실험 모라토리엄(잠정 중단)을 선언한 뒤 미국과 대화기조를 이어온 북한이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하자 조만간 대형도발을 재개하며 협상의 판을 깨고 군사적 긴장의 ‘레드라인’을 넘어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

11일(현지시간)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가 풍계리 핵실험장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지난 7일 행정지원 구역으로 이어지는 눈 덮힌 길에 차량이 지나간 흔적이 찍혀 있고, 해당 구역 아래쪽에는 사람 발자국도 나타났다.

앞서 지난달 18일 미국 상업위성 에어버스가 촬영한 사진에는 풍계리 핵실험장에 사람이 오간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38노스는 풍계리 핵실험장의 최근 동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불확실하지만, 최소한 인력이 남아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5월 24일 취재진이 현장을 참관한 가운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했다. 1차 핵실험 이후 폐기된 1번 갱도를 제외하고 2·3·4번 갱도를 폭파했다. 이는 북한이 국제사회에 밝힌 비핵화 의지를 실천에 옮기는 첫걸음으로 평가됐다.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다시 가동한데 이어 풍계리 핵실험장 동향까지 노출시킨 것은 ICBM·핵실험 중단 선언을 백지화할 수 있다는 경고이자, 고강도 대미(對美) 압박 전략으로 풀이된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어 추가 도발을 막으려는 현상유지 상황에 부담이 커졌다. 11일(현지시간)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북한 관련 회의에서 미국은 북한의 도발 및 향후 대응을 놓고 중국·러시아와 대치했다.

미국은 북한의 도발 자제를 촉구한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제재의 완화와 비핵화의 단계적 접근 필요성을 언급하며 맞섰다. 중러의 요구는 미국의 ‘새 계산법’을 압박해온 북한의 입장에 가까운 주장이다.

북한이 연말 시한 이후 예고한 ‘새로운 길’이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을 염두에 둔 강경 행보란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중러를 중심으로 협력관계를 맺고 아세안 등과 다자협력의 틀을 꾸리는 방식으로 제재의 돌파구를 찾으려 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의 새로운 길과 관련해 “미국을 탈피해 중러를 통한 돌파구를 만들려는 대외정책이 될 것”이라며 “다만 미국과 해법이 가장 빠른 길이란 걸 알기 때문에 레드라인을 넘는 극단적 선택은 안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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