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대 포기한 은행대표·사선넘은 꽃제비…이력보다 '스토리'

[the300]"기존에 없었던 스토리 중요해도 계속하면 역효과…정치 전문성도 필요"

한지연 기자 l 2020.01.13 05:32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인재영입 7호 이용우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재 영입행사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인재영입을 발표하는 가운데 두 당 모두 영입인사의 '스토리'에 방점을 찍고 있다.

민주당은 12일 이용우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를 7번째 영입인사로 발표했다. 디지털 금융 전문가이자 경제통으로 소개됐다. 

전문성도 있지만 스토리가 주목을 받았다. 이 대표가 스톡옵션 52만 주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상장할 경우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지만 정치 입문을 결심하면서 이를 내려놓게 됐다. 민주당 측은 미실현 이익이라 정확한 추정은 어렵지만 최소 100억원대에서 최대 200억원에 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스톡옵션 포기 이유에 "공물(公物)은 공물이고, 사회에 헌신할 수 있는 기회가 더 소중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그간 발레리나 출신 척수 장애인 최혜영 교수와 시각장애인 어머니와 함께 방송 프로그램 등에 출연했던 원종건씨, 청년 소방관 오영환씨, '경단녀'(경력단절여성) 출신 스타트업 창업가 홍정민 대표 등을 영입하며 이력보다 스토리에 집중해달라고 주문해왔다. 

특히 서울대 출신으로 사법시험을 통과한 홍 대표를 소개하면서 이력보다 경단녀의 재취업 스토리를 강조했다. 홍 대표는 "제 이력이나 타이틀이 꽤 많지만, 두 아이 엄마 노릇이 가장 힘든 워킹맘"이라며 "경력단절로 고통받는 수많은 여성의 현실을 잘 알고 있다. 그분들이 다시 용기를 갖고 일어설 수 있는 희망의 작은 근거라도 만들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제21대 총선 영입인사 탈북민 출신 인권운동가 지성호 씨와 체육계 미투 1호 김은희 테니스 코치와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한국당 역시 스토리 인재 영입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일명 '꽃제비'(떠돌아다니는 북한 어린아이를 뜻하는 은어)였다는 탈북자 출신 인권운동가 지성호씨와 체육계 미투(나도 고발한다) 1호로 불리는 김은희 전 테니스 선수를 영입했다. 염동열 한국당 인재영입위원장은 "늘 우리가 보던 (잘 갖춰진) 한상차림보다는 국민이 차려낸 다양한 한상차림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양대 정당이 스토리에 치중하는 이유는 결국 대중의 관심이다. 정치 이력이 없는 영입 인재들을 알릴 때 특정 분야의 전문성보다 감동적인 인생 스토리를 소개하는 전략을 쓰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인물의 상징성 못지 않게 콘텐츠(내실) 역시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일부 청년 영입 인재들이 '조국 사태' 관련 발언으로 공감능력 등에서 논란이 일었던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거대 정당일수록 비례대표 당선자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지역구 출마에 나서야하는 영입인재들도 적잖을 전망이다. 당내 경선을 치러야 한다면 실력은 필수다. 

정치평론가인 윤태곤 더모아정치분석실장은 최근 주요 정당의 인재영입 방향에 "엘리트 위주의 정치보다 대중들이 정치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기존의 정치에 (그런 스토리가) 너무 부족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것(스토리)만으로는 안된다. 계속 그렇게 나가면 역효과가 날 것"이라며 "정치적 준비가 된 사람들이 결국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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