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와 CJ 이재현, 어떤 인연이길래…

[the300][춘추관]

김성휘 기자 l 2020.02.15 06:03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에 참석해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0.02.13. 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관련 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02.07. park7691@newsis.com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에 CJ 그룹을 초청, 이재현 회장이 참석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높다. 

영화 '기생충' 성공 효과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CJ그룹에 대한 문재인정부의 '호감'도 바탕에 깔린 것으로 보인다. 김상조 정책실장이 대표적이다. 

김 실장은 지난해 11월 문재인정부 임기반환점을 맞아 머니투데이 the300과 인터뷰를 했다. 남기고 싶은 ‘김상조표’ 정책을 묻자 방송통신 등 서비스산업 육성에 대한 고민을 드러냈다. 인공지능(AI), 데이터경제, 차세대 반도체, 전기차와 수소차. 우리 경제의 다음 먹거리로 꼽히는 것들은 대개 제조업이다.

업계도 마찬가지다. 주요 대기업 가운데 문화서비스 산업을 주력 분야로 내건 곳은 사실상 CJ뿐이다. 

CJ는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뿐 아니라 식음료까지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김 실장은 그런 이 회장에게 “CJ는 영화나 콘텐츠 같은 문화사업말고 비빔밥 같은 건 왜 하시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고 한다.

김 실장은 대표적 '진보성향 재벌 개혁론자'였다. 학자 시절이든, 공정거래위원장 시절이든 '골목식당'까지 진출하는 대기업은 아무리 서비스업 고도화라는 명분을 붙여도 좋게 보였을 리 없다.

이 회장의 답은 김 실장의 고정관념을 깨는 말이었다. 김 실장이 한 사석에서 밝힌 데 따르면 이 회장은 "둘러 앉아 밥 먹으면서 웃고 떠들고 노래도 하는 게 문화의 출발 아닌가요"라고 답했다. 

평가가 엇갈릴 수는 있지만 이 회장은 더 많은 문화적 부가가치가 태동하는 출발지로 식음료 분야를 바라본 것이다. 김 실장이 이 회장을 재벌 3세이면서도 창업자에 가깝다고 하는 배경이다.

김 실장은 4년 전인 2016년 경향신문 칼럼에서 서비스업은 '놀고 먹는' 일이 아니며 신규고용의 상당수도 거기서 만들어진다고 썼다. 더이상 제조업만으로 충분한 '파이'를 키울 수 없다면 CJ 같은 서비스기업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회장이 '오너'로서 보여준 처신도 눈에 띈다. 김 실장은 이 회장이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를 포기한 점, 할아버지인 이병철 회장이 남긴 차명재산을 국세청에 자진신고하면서 세금을 낸 점을 꼽았다. 

김 실장은 대기업 계열사간 복잡한 순환출자를 강력 비판해 왔다. 2017년 문재인정부 첫 공정거래위원장이 돼서도 이를 최대과제 삼아 변화를 이끌었다. 그런 기조에서 이 회장의 처신은 확실히 이례적이었다. 

물론 CJ를 둘러싼 논쟁거리는 숱하게 많다. CJ-CGV로 대표되는 문화 수직계열화와 다양화 이슈, 골목상권을 빨아들이는 대형 자본력과 소상공인 문제가 대표적이다. 삼성 차명재산 건은 이 회장이 실형을 받는 배경이 됐으니 아이러니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김 실장이나 청와대 등 정책결정자로선 CJ의 존재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이 회장은 13일 '코로나19' 간담회에서 "문화콘텐츠를 산업으로 인식해 주시고 많은 지원을 부탁드린다"며 "대통령의 관심과 응원 자체가 기업인에게 큰 힘"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2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장례식장을 나서고 있다. 2020.1.20/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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