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세월호 방지' 입법 끝? 아직 '독소조항' 남았다

선사 안전관리 지도·감독 때 당국 7일 전 사전통보 의무···실효성 無

이상배, 김세관, 박경담 기자 l 2014.05.09 06:02
(안산=뉴스1) 송은석 기자 세월호 여객선 침몰사고 발생 23일 째인 8일 오전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노란 리본이 달려 있다. 2014.5.8/뉴스1


'세월호 참사'로 정부의 부실한 선박 안전 감시 체계가 도마에 오른 가운데 세월호 침몰 이후 국회를 통과한 새 법안에서도 실효성 있는 선박 안전 감시를 어렵게 하는 '독소조항'은 그대로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2의 세월호' 등의 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독소조항' 삭제 등을 위한 보완 입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와 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7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해사안전법' 개정안에는 당국이 선박이나 선사에 대해 안전관리체계를 지도·감독하려면 7일 전까지 목적과 내용, 날짜 및 시간 등을 서면으로 선사 측에 알려야 한다는 기존 조항이 그대로 남았다.

이 조항에 따라 선사 입장에서는 평소 안전 체계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더라도 당국의 통보를 받은 뒤에도 충분히 이를 점검해 개선할 수 있다. 이는 해상 안전 확보라는 법률의 본래 취지를 살리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점에서 '독소조항'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개정안은 '해사안전감독관' 제도를 도입, 기존 해양수산부 공무원 대신 해사안전감독관으로 하여금 선박과 선사의 안전관리체계를 지도·감독하도록 하고 있지만 지도·감독 7일 전까지 당사자에게 통보해야 한다는 규정에는 변함이 없다.

개정안 뿐 아니라 기존 법률에도 "긴급한 경우 또는 사전에 통지하면 증거인멸 등으로 조사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7일 전까지 통보하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하고는 있다. 그러나 '긴급한 경우' 또는 '증거인멸 우려' 등에 대한 입증 책임 문제 등을 고려할 때 당국이 행정소송 위험을 감수하고 이 규정을 적극적으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문제 의식에서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달 25일 선박 안전 관련 지도·감독시 '7일 전 통보'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해사안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은 같은 날 28일 농해수위에 회부됐지만 아직 상임위 차원의 논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어 심윤조 새누리당 의원도 지난 2일 당국이 해양사고 방지를 위해 안전에 대한 지도·감독을 '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을 '해야 한다'는 강행규정으로 바꾸는 내용을 담은 '해사안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 역시 지난 7일 농해수위로 회부됐지만 아직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한편 지도·감독 7일 전에 통보토록 한 규정은 행정조사기본법상 "행정조사를 실시할 경우 조사 개시 7일 전까지 조사대상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는 조항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선박 검사나 승인, 인증 업무 등에 대해서는 별도 통보가 필요 없지만 지도·감독에 대해서는 행정기본법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7일 전 사전통보하도록 돼 있다"며 "우리는 집행부서인 만큼 국회 차원에서 논의가 되면 그 결과에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이해당사자인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는 "7일 전 통보 규정이 사라지면 불시에 하겠다는 건데 선사 입장에서는 불시에 오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우리는 국제 규격에 따라 다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시에 오면 께름칙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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