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이완구 vs 野 박영선 새 원내사령탑, 첫날부터 '세월호 국회' 신경전

(종합) 박영선 "국회 빨리 열자" vs 이완구 "수습 먼저"

김성휘 이현수 기자 l 2014.05.08 18:04

(서울=뉴스1) 박철중 기자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완구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왼쪽)와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신임 원내대표가 각각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14.5.


남도지사 출신의 이완구 새누리당 의원(3선), 전반기 국회 법사위원장인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3선)이 내년 5월까지 1년간 여야를 이끌 원내 사령탑에 각각 오른 가운데 향후 국회 일정을 놓고 양측이 첫날부터 신경전을 벌였다. 

새누리당은 8일 단독출마한 원내표 이완구-정책위의장 주호영 의원(3선) 조를 경선 없이 추대했다. 새정치연합은 박영선·노영민·최재성·이종 후보(1차투표 득표순)가 나섰고 1·2위 후보간 결선투표를 치른 끝에 여성 원내대표를 선출했다.

선굵은 정치스타일을 보여온 이 원내대표와 강성이면서 여성적 리더십을 동시에 갖춘 박 원내대표가 어떤 협상과 상생의 정치를 펼칠지 이목이 집중된다. 이들은 각각 집권여당의 안정적인 국정운영과, 강한 존재감을 내세운 야당의 면모를 예고했다. 당장 박 원내대표가 취임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5월 국회를 강력 요구한 반면, 이 원내대표는 사고수습이 일단락돼야 특검이든 국정조사든 할 수 있다며 임기 첫날부터 치열한 신경전에 나섰다.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로 친박 핵심인 김재원 의원(재선)이, 정책위 수석부의장으로는 나성린 의원(재선)이 각각 낙점됐다. 새정치연합은 조만간 정책위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명한다.

여야 전임 원내대표인 새누리당 최경환-새정치연합 전병헌 의원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평의원으로 돌아갔다.

15·16대에 이어 19대 국회에 세번째 의원배지를 단 이완구 원내대표는 일찌감치 도전장을 냈다. 당내 '친박' 주류의 지지를 업은 점, 최근 인구증가로 목소리가 커지는 충청 출신이란 점이 강점으로 꼽혔다. 대구가 지역구인 주호영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영입해 지역 대표성도 보완했다.

당내에선 '추대론'이 퍼졌다. 박근혜정부가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는 해는 올해뿐이며, 따라서 정부와 차별화하려는 원내대표를 뽑거나 후보가 많아 경선열기가 과열되면 곤란하다는 이유다. 세월호 침몰사고에 이은 정치권의 자숙 모드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 의원총회는 정견발표나 형식적인 투표절차 없이 박수로 새 원내대표-정책위의장을 맞이했다. 꽃다발을 흔드는 이벤트도 자제했다. 이 원내대표는 당장 세월호 사건 특검 또는 국정조사 등의 후속대책을 야당과 원만히 처리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사고 원인규명과 재발방지 대책활동을 약속했다. 기자회견에서 "여야와 정파를 떠나 세월호 사태를 계기로 우리 근본적인 적폐, 이 문제를 해결한다면 내용과 형식은 뭐가 중요하겠나"라며 "특위든 국정조사든 국정감사이든 형식은 크게 의미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 시기는 사고수습이 일단락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아직 35구의 시신을 수습 못했는데 국감이나 국조를 한다고 했을 때 유가족이나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겠나"라며 "현재시점에선 한 분이라도 수습하는데 총력을 기울인 후 여러 방안에 대해 야당과 논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언제가 적당한 시기인지에 대해선 "유가족, 국민과 언론이 '이제 이런 정도면 수습은 된 것 같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을 때를 봐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또 민심을 청와대에 여과없이 전달하는 여당이 되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오전 원내대표를 결정하자 새정치연합은 오후 의총을 열어 경선에 돌입했다. 같은날 오전오후에 원내대표를 선출한 것은 1년 전과 같다.

야당 내에선 박근혜정부에 대항하는 강력한 야당의 면모를 원내대표가 이끌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져 왔다. 네 명의 후보가 저마다 자신이 적임자라고 강조하며 1차 투표를 치렀고 박영선(52표)·노영민(28표) 후보가 2차 투표에 올랐다. 박 원내대표가 69표 대 59표로 승리했다.

박 원내대표는 정견발표에서 세월호 희생자를 떠올리며 울먹이는 등 감성에 호소해 주목 받았다. 선출 뒤엔 "국민들에게 존재감 있는 야당으로 자리매김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세월호 희생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 등을 제안하며 여야에 신속한 원내대표 협상을 요구했다.

당면과제인 6.4 지방선거에 대해선 "새정치연합이 뭘 하는지, 누굴 위한 정당인지 보여주는 게 제일 중요하다"며 "우선순위는 세월호 대책을 세우는 일이고 2순위는 '을(乙)을 위한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두 원내대표는 약속이나 한 듯 미국의 9.11 테러 후속대응을 참고해야 한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이 원내대표는 "9.11 이후 미국 여야가 함께 2년간 250만 페이지의 종합보고서를 만들고 나서 종합대책을 만들었다"며 "우리에게 본보기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미국이 '돈 포겟 펀드'(don't forget fund)를 만들어 지속적인 치유사업을 했다"며 "상처받은 국민들을 치유하는 부분도 중요하니 우리말로 바꾼다면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펀드'를 새정치연합이 주도적으로 이끌어보면 어떨까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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