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00]朴 대통령 "진상조사위·관피아 대수술…해경해체" 눈물의 사과

(종합)세월호 발생 34일만에 대국민담화 "최종 책임 저에게 있어"

김익태 기자 l 2014.05.19 13:24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19일 "이번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다"며 세월호 참사 발생 34일째 만에 정식으로 국민에게 사과했다.

아울러 여야 정치권과 민간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포함한 특별법을 제안하고, 특검 가능성을 열어뒀다.

초동 대응 등 사건 수습 과정에 총체적 부실을 드러낸 해양경찰청은 전격 해체하고, 안전행정부도 행정자치업무만 전담토록 하는 등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기로 했다. 두 기관과 해양수산부의 안전 업무는 신설될 재난안전 대응 컨트롤타워인 국가안전처로 통합하기로 했다.

이른바 '관피아(관료+모피아)' 로 상징되는 공직사회 폐단을 척결하기 위해 행정고시 채용을 축소하는 반면 퇴직 공직자 취업 제한을 대폭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관료사회의 대대적인 혁신도 추진키로 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24분에 걸쳐 발표한 담화문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국민 여러분께서 겪으신 고통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박 대통령이 이번 참사와 관련, 국무회의 등의 자리를 빌지 않고 '직접' 국민에게 사과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희생자 이름을 한명씩 언급할 때는 감정이 북받친 듯 울먹이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또 "이번에 청해진해운이 문제가 되면서 많은 국민이 청해진해운의 성장과정에서 각종 특혜와 민관유착이 있었던 것을 의심하고 있다"며 비호세력과 민관유착 척결을 위해 "필요하다면 특검을 해 모든 진상을 낱낱이 밝혀내고 엄정 하게 처벌할 것"이라며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또 "해경의 구조업무가 사실상 실패한 것"이라고 자인하며 그 원인을 구조구난 업무는 등한시 한 채 수사와 외형적 성장에만 집중해온 구조적 문제에서 찾았다. 그러면서 "고심 끝에 해경을 해제하기로 결론 내렸다"며 "수사와 정보 기능은 경찰청으로 넘기고 해양구조, 구난과 해양경비 분야는 신설하는 국가안전처로 넘겨 해양 안전의 전문성과 책임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민안전을 최종 책임져야 할 안전행정부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며 행정자치 업무만 남기고 핵심 기능인 안전은 국가안전처로, 인사조직 기능은 총리 소속의 행정혁신처로 이관키로 했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 1년 여 만에 안행부가 사실상 해체되는 것으로 해경의 지휘감독권을 갖고 있는 해양수산부의 해양교통 관제센터 역시 국가안전처로 통합하고 본연의 업무인 해양산업 육성·진흥 등에 집중토록 했다.

박 대통령은 또 "이번 사고는 오랫동안 쌓여온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끼리끼리 문화와 민관유착이라는 비정상의 관행이 얼마나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며 '관피아'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을 내놨다.

이를 위해 "안전감독 업무와 이권이 개입할 소지가 많은 인허가 규제 업무, 조달 업무와 직결되는 공직유관단체 기관장과 감사직에는 공무원을 임명하지 않고, 퇴직 공직자의 취업제한 대상 기관수도 지금보다 3배 이상 대폭 확대하겠다"며 "취업제한 기간도 지금의 퇴직 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민간 전문가 진입이 보다 용이하도록 5급 공채(행정고시)와 민간경력자 채용을 5대5 수준으로 맞춰가겠다"고 말해 공무원 채용 방식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고위 공무원에 대해서도 "퇴직 후 10년 간 취업 기간 및 직급 등을 공개하는 취업이력공시제도를 도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해진해운처럼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큰 피해를 입히면서 탐욕적인 사익을 추구한 기업과 범죄를 저지른 사주 및 가족·제3자에게 은닉한 재산은 끝까지 추적해 환수하는 입법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그런 기업은 문을 닫게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희생자들이 이런 기업들로부터 피해를 보상받느라 또 한 번 고통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국가가 피해자들에게 선 보상한 뒤 사고 책임자들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특별법도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 대형 참사나 먹거리 사고 책임자 대한 형벌을 대폭 강하하는 형법개정안도 제출하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이 밖에 희생자의 넋을 기리기 위한 추모비 건립과 안전의 중요성을 되새기기 위한 국민안전의 날(4월 16일) 지정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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