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선? 부드러운 직선?…박영선 뜯어보기

[the300] 대한민국 국회의원 사용설명서

이현수 기자 l 2014.06.24 07:18

이승현 그래픽디자이너


"당당한 야당을 요구한다. 우리는 일어서야 한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원내대표 선출 전 정견 발표 자리에서 한 말이다.

그는 지난달 8일 헌정사상 첫 여성 원내사령탑이 됐다. 2007년 대선에 이어, 19대 국회에서 첫 여성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으로서 보여준 강한 이미지 덕분에, 그에게 '야당다운 야당'을 기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만큼 새누리당에겐 껄끄러운 상대다.

언론인 출신으로, 2004년 MBC 선배였던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을 통해 당 대변인으로 발탁됐다. 비례대표로 17대 국회에 입성 후 재정경제위원회에서 활약했고, '금산분리법' 발의 등을 통해 대기업 개혁에 초점을 맞췄다. 2007년 대선 때는 정동영계의 핵심으로 이명박 후보의 'BBK 의혹'을 파헤쳐 'BBK 저격수'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2008년 18대 총선에선 야당의 수도권 참패에도 불구, 서울 구로을에 출마해 재선에 성공하는 저력을 보였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선출됐지만 야권 단일 경선에서 박원순 무소속 후보에 패했다. 그의 '강성 이미지'는 이때 만들어졌다는 평가도 있다.

2012년 전당대회에선 최고위원에 뽑혀 민주당에선 최초로 여성 선출직으로 지도부에 올랐다. 19대 총선에서 서울 구로을에 출마해 3선에 성공한 뒤 첫 여성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됐다.

독선적이라는 안팎의 평가를 인식해서인지 최근에는 여성성을 살린 부드러운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다. 원내대표 슬로건으론 '부드러운 직선'을 내세워 타협과 협력의 리더십을 발휘하겠다는 뜻을 보이기도 했다. 


△경남 창녕(54) △수도여고-경희대-서강대 언론대학원 △MBC 앵커, LA특파원, 경제부장 △17·18·19대 의원 △열린우리당 대변인 △민주당 정책위의장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19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관련 상임위원장 및 간사 연석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광호 기자


<키워드 → 강성>
박영선 의원은 야당 내 대표적인 강성인사다. 19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으로서 대기업 관련 이슈에 '초강경' 입장을 견지해 같은 당 의원들도 혀를 내둘렀을 정도.

특히 지난해 연말 예산안 처리과정에선 외국인투자촉진법(외촉법) 개정안 처리 불가 입장을 굽히지 않아 '법사위 포비아(공포증)'란 용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개정안이 대기업 편법증여 창구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게 반대 이유였다.

그는 최근 원내대표 정견 발표에선 "저도 눈물 많은 여자"라고 스스로를 소개했으나, 야당내에서조차 "글쎄"라는 반응이 나왔다. 
한 야당 관계자는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면서도 "딱 한 명 있다. 박지원 의원의 말은 듣더라"고 전했다. 하지만 박 의원을 비교적 잘 아는 관계자들은 "실제로 말을 해보면 통하는 면이 있고, 부드럽다. 눈물도 많다"고 평가했다. 

 이념적으로는 강성이 아니라는 게 그를 바라보는 의원들의 공통된 견해다. 한 야당 의원은 "강경으로만 치면 상중하 중 상이지만, 이념적으로 완전 진보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박영선 의원이 지난 2012년 문재인 대통령 후보 담쟁이 캠프 해단식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사진=뉴스1 이광호 기자


<연관 검색어 → 이명박, BBK 저격수>
박영선 의원은 2000년 MBC에서 경제부 기자로 재직할 당시 BBK 설립과 관련 이명박 전 대통령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2007년 대선 때 해당 동영상을 공개했는데, 한나라당이 선거법 위반을 이유로 동영상 삭제를 요구했으나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박 의원의 남편인 이원조 변호사는 박 의원과 이 전 대통령의 BBK 사건으로 국내에서 불이익을 당해 일본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박 의원은 2011년 8월 한상대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당시 BBK 의혹을 추궁하면서 "이 사건으로 인해 가족이 뿔뿔이 흩어진 사람도 있고 가족이 감옥에 간 사람도 있다"며 "'신은 진실을 알지만 때를 기다린다'는 그 말을 저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외우고 다닌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대표법안 → '금산분리'>
박영선 의원은 2005년 6월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 일명 '금산분리법'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의 핵심은 대기업 금융사가 금융감독위원회의 사전승인 없이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지분 중 5% 초과분에 대해 매각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다. 박 의원은 특히 금산분리법 제정 전 취득한 초과지분에 대해서도 강제 처분토록 하는 '소급적용'을 주장, 국내 최대 기업집단인 삼성에 각을 세웠다.

박 의원은 원내대표 취임 뒤 기자들과 만나  "국회 본회의에서 금산분리를 강화하는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이 통과돼 지금은 재계하고 크게 부딪힐 일이 없다"고 말했다.지난 2일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은 비은행지주회사가 비금융회사를 자회사로 지배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머릿속에 담긴 법안 → 세월호 특별법>
박영선 의원은 원내대표 취임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5월 국회를 열어야 한다"고 밝혔을 정도로 세월호 특별법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취임 후 '가장 첫 번째로 해야할 일'로 세월호 참사 관련 △피해자를 위한 특별법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을 제시한 상태.

박 의원은 부동산 관련법의 변화도 시사했다. 그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50대 이상 분들이 집을 갖고 있는데 세금이 무서워서 집을 못 파는 경우가 있다"며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게 해서 임대사업자로서 세금을 걷고, 전세나 월세에 렌트비를 한꺼번에 못 올리게 5% 등 룰을 만들어야 주택 안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람의 한마디 → "왜그러세요? 저 똑바로 못보시겠죠?">

박영선 의원은 'BBK 저격수'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의혹을 주도적으로 파헤친 인물. 선거 유세 장소에서 이명박 후보를 만난 박 의원은 악수를 청하는 이 후보에게 "왜그러세요? 저 똑바로 못보시겠죠? 부끄러운 줄 아세요"라고 일갈했다. 이에 이 후보가 서둘러 자리를 피하며 "저게 미쳤나. 옛날에는 안 저랬는데"라고 내뱉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동영상 보기>

<이 사람의 한마디 2 → "썩은 양파껍질을 벗기는 느낌이다">
2010년 8월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영선 의원이 김 후보자를 향해 한 말이다. 김 후보자는 이에 "까도 까도 제게 나올 것은 없다"고 반박했지만, 박 의원의 집요한 추궁으로 말을 바꾸며 결국 총리 후보자에서 낙마한다.

"말은 막하지만 막말은 안 한다"는 게 박 의원을 바라보는 대다수 여야 의원들의 견해다. 욕설이나 질낮은 말은 하지 않는다는 설명. 한 여당 관계자는 "(박 의원이)욕은 안해도, 욕보다 더 상처 주는 말을 잘 한다"고 말했다. 야당 관계자는 "박 의원의 순발력은 의원 전체 중 손에 꼽을 정도다"며 "특히 상대방의 근거가 부족하고 어설프면 곧바로 반박하는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의 사람들 → 계파 불분명…정동영과는>

*정동영 :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소개로 정계에 입문했다. 2007년 대선 때는 정동영계의 핵심 측근으로 대선 후보 비서실장을 지냈다. LA특파원 시절 미국 변호사인 남편 이원조씨와의 소개를 주선한 것도 정 전 장관이다.
그러나 2009년 정 전 장관이 미국에서 귀국하려는 것을 박 의원이 반대하면서 사이가 소원해졌다고 알려진다. 2011년 서울시장 선거 당내 경선에서 정 전 장관은 박영선 의원 대신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을 공개 지지했다.

*박지원 : '박남매' 별명이 있을 정도로 친하다. 6년간 법사위 소속 비법조인으로 서로 의지하면서 친해졌다. 국회에선 "박영선 의원은 오직 박지원 의원의 말만 듣는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 박지원 의원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박영선 원내대표를 "탁월한 리더십과 융통성 갖춘 지도자"라고 평하기도 했다.


<라이프 → 대학가요제 본선까지>
노래실력이 상당하다고 알려져 있다. 대학 시절에는 '퐁퐁4중창단'을 만들어 대학가요제에 참가, 본선까지 오른 경력을 가지고 있다.

<요주의!>
특유의 직설화법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는 원내대표가 된 뒤 "그간 상처받은 의원들이 많다"는 기자의 말에 "옛날에 법안가지고 충돌이 많아 가지고..."라고 말끝을 흐렸다. 원내대표로서 여당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지, 당내 비토그룹을 어떻게 껴안을 지 지켜보는 시선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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