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면 다 용서?'.. '패가망신' 법제화 한다

[the300]이상민 의원 "음주문화 개선 필요"…"술좋아하는 의원들 할까" 냉소반응도

김경환 기자 l 2014.06.09 08:17
이상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술을 마셔서 기억이 안나요~", "술먹고 실수한 건데 뭐 살다보면 그럴수도 있지. 감형!"

우리 사회 전반에는 술김에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에 대해 관대한 처분을 내리는 관행이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사회 분위기가 오히려 잔인한 강력 범죄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국회가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입법을 구체화하고 있다.
 
8일 국회에 따르면 새정치민주연합 이상민 의원은 음주나 약물 흡입후 상습적으로 저지르는 범죄에 대해 형량의 2배로 가중 처벌하는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안'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재는 술이나 약물에 취하면 상습적으로 강력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규제할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주취 상태를 '형법상 심신미약 상태'로 간주해 오히려 형벌을 감경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까지 존재하고 있다.
 


이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상습적으로 음주 또는 약물의 영향을 받아 만취·착란·혼미의 정신상태에 빠진 후 폭력행위, 강간 살인 등 특정강력범죄 등의 범죄를 저지를 경우 감경 대신 각 범죄에 규정된 형의 2배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5대 강력 범죄 가운데 술을 마신 사람에 의한 범죄는 28.41%에 달했다. 특히 살인 사건의 경우 42.6%가 술을 마시고 범죄를 저지를 정도로 술을 마신 후 발생하는 강력 범죄 상황은 심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성범죄를 제외한 강력 범죄에 대해서는 음주 감형이 이뤄지고 있다. 음주 성범죄에 대한 감형을 하지 않는 성폭력 특례법은 여성계의 계속된 청원 등에 힘입어 지난해에 가서야 겨우 국회를 통과해 시행됐다.

실제로 음주후 범죄를 저지른 것에 대해 우리사회는 '의사불능자'로 간주해 처벌 수위를 낮춘다.
 
형법 제10조는 '심신장애자'라는 조항을 둬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결정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형을 감경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조항은 음주상태도 적용이 된다. 살인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감형'을 위해 자신의 범행을 '술탓'으로 돌리고 있는 것은 이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실제로 많은 범죄인들을 만나보지만 술만 마시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의사불능자로 볼 수 없다. 다분히 의도적으로 봐야 한다"며 "음주에 관대한 문화 때문에 재발률이 높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나 영국의 경우 음주 또는 마약 복용후 자주 일어날 폭행죄와 성범죄에 있어 그 형을 가중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음주자에 대해 감형을 하는 것은 전세계에서 일본과 우리나라 등 2개국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상민 의원은 "심신 미약자에 대한 고려는 필요하지만 무조건 ‘음주’를 내세워 감형을 받는 것은 법을 악용하는 것"이며 "음주나 약물 복용 후 자신에게 나타나는 폭력적인 성향을 알면서도 이를 복용 후 상습적으로 저지르는 범죄에 대해서는 가중처벌을 해 음주 감형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 법안은 습관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며 "가중처벌은 음주 범죄를 줄이는데 상당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회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도 없지 않다. 한 국회 관계자는 "국회의원들 스스로가 술과 관련된 불미스런 일로 물의를 빚는 경우가 많아 술에 대해 관대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음주에 대한 온정주의가 발휘될 경우 법안 통과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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