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기성회비' 1.3조 누가 물어주나...국회 결론은?

[the300][런치리포트-국공립대 기성회비 시한폭탄(1)]반환소송 '불법'판결 잇따라 파산위기

황보람 기자 l 2014.05.30 07:01


'국공립대 기성회비 반환소송' 심판의 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기성회비 폐지는 시기의 문제일 뿐 이미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국립대 학생들은 기성회비 반환 소송에 연이어 승소하며 기성회비 징수의 '불법성'을 확인하고 있다.

대법원이 기성회비를 '불법'으로 최종 확정할 경우 당장 다음 학기부터 국립대학은 전체 학비의 82%에 달하는 기성회비를 걷지 못하게 된다. 사실상 대학이 '파산'위기에 처하게 되는 것.


국회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입법을 추진 중이지만 앞으로 기성회비 부분을 누가 낼 것인가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기성회비가 사실상 등록금 역할을 해온 만큼 학생이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부의 몫이 그간 불법적으로 민간에 전가돼 왔으니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2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1부(부장판사 김기영)는 서울대 졸업생 126명이 "재학 당시 납부한 기성회비를 돌려달라"며 서울대에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고등교육법 등에 따르면 '수업료와 그 밖의 납부금'만이 등록금에 포함된다"며 "기성회비는 기성회의 목적 사업 수행을 위한 자율적 회비로 학생들로부터 강제로 거둘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당초 기성회비 반환 소송은 국립대학 재정의 '국가의 책임'을 묻기 위한 움직임으로 시작됐다. 한국대학생연합을 주축으로 한 국립대 7곳 대학생 4086명은 대한민국과 기성회를 상대로 2010년 기성회비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국가가 낼 돈을 학생들이 부담해 왔으니 '원상복귀'하라는 취지였다. 반환 금액도 전액이 아닌 '10만원'이었다. 하지만 재판부가 "기성회비 징수관리는 기성회 자율사항이며 국가는 책임이 없다"고 판단하면서 '대한민국'은 피고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기성회비 소송은 '국가의 책임'이 아닌 '비용 반환'에 초점이 맞춰져 확산되고 있다. 올해 3월까지 기성회비 반환과 관련된 소송은 총 27건(상고심 2건,항소심 3건,1심 22건)이다. 최근에는 소송금액을 '납부한 기성회비 전액'으로 상향 조정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법원 판결 전 법적 정비가 이뤄지지 않으면, 줄소송이 이어지면서 기성회는 '파산'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적립금이나 보유자산이 없는 기성회계의 특징상 학생들에게 돌려줄 돈이 없기 때문이다.

 

 ◇새누리, 〃등록금으로 전환해야〃 현실론

 

국회가 마련한 대안은 두 갈래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민병주 의원이 발의한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안'을, 새정치민주연합은 유은혜 의원이 낸 '기성회계 처리 특례 법안'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국립대학 재정·회계 법안'에서는 기성회비를 일반회계에 편입시켜 '등록금화'하자고 주장한다. 기성회비가 이제껏 등록금 역할을 해왔다는 논리다. 정부의 주머니 사정도 고려됐다. 교육부에 따르면 기성회비 폐지로 줄어드는 국립대학의 재원은 매년 1조3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사립대학 학생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반영됐다. 구멍난 기성회비를 정부가 지원할 경우 국공립대 학생들의 학비는 20% 수준으로 줄어들지만 일찌감치 기성회계를 폐지한 사립대학의 등록금에는 변동이 없다.

 

한석수 교육부 대학지원실장은 "정부 입장에서는 국립과 사립 학생 간의 형평성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 정도의 예산을 들여 등록금 부담을 완화시키는 것 보다는 시설 등에 투자하는 것이 고등교육 투자의 효율성 측면에서 옳다고 본다"고 전했다.

 

◇새정치연합 〃국가가 부담해야〃 당위론

 

반면 새정치연합은 '당위론'을 내세운다. 정부가 지출분을 학생에게 떠넘겨 온 만큼 원래대로 국가가 부담하라는 주장이다.

 

등록금 인상률은 학생들의 학비 부담을 덜기 위해 법률로 정해져 있다. 고등교육법 제11조 등록금 및 등록금심의위원회 7항에 따르면 각 학교는 등록금 인상률은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해서는 안된다. 정부의 재정지원이 줄어든 대학들은 등록금 상한제한을 받지 않는 기성회비를 늘리는 꼼수를 써왔다.

 

유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에 당장 모든 비용을 책임지라는 것이 아니라 국공립대의 공공성을 인정하고 조금씩 부담을 늘려나가 라는 것"이라며 "충분히 타협점을 찾을 수 있는데 정부와 새누리당이 손을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어떤 법안으로 수렴되더라도 기성회계가 일반회계로 통합된 이후 비용반환 소송 주체에 관해서는 논란이 남는다. 기성회가 폐지되면 사실상 반환소송은 '공중분해'될 가능성이 크다. 2012년 법인화해 기성회가 폐지된 서울대의 경우  반환 소송에서 패한 뒤 "기성회가 사라져 반환 의무가 없다"며 항소를 준비하고 있다.

 

교문위 관계자는 "법안에서 반환소송과 관련해서는 주체를 특정하지 못했다"며 "기성회비 폐지 이후 소송을 제기한 학생들과 사회적 타협을 하는 문제도 남았다"고 말했다.

 

기성회 직원들의 고용 승계 문제도 쟁점사항이다. 민 의원안에서는 기성회 직원을 교비회계 직원으로 임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신규채용의 형태로 고용 승계가 아닌 보장에 그친다는 비판이 나온다.

 

반면 유 의원안에서는 기성회 직원들을 국가공무원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기성회비 재정 마련에 진통을 겪는 상황에서 추가 재정 투입이 필요한 '공무원화'는 더 큰 논란을 낳을 수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기성회계 폐지에 따른 대학 재정 대책과는 별개의 문제"라며 "일종의 끼워 넣기식 내용으로 법안 처리에 적지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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