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나 다름없는 자녀도 '부양의무자'?…기초생활보장제 난항

[the300]'부양의무자' 해결 안돼…야당 입장 느긋, 합의 이르기 힘들 듯

김세관 기자 l 2014.06.30 14:49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노인의 날인 지난해 10월2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의 한 노인무료급식소 앞에서 어르신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19대 전반기 내내 '기초연금'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국회가 후반기에도 소위 '기초' 논쟁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말 시행을 예상하고 정부가 '기초'생활보장제도 맞춤형급여 개편안을 마련했지만 부양의무자 대상 범위 설정을 둘러싼 당정과 야당의 이견으로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새누리당은 준비작업에 6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에 기초생활보장제도 맞춤형급여 연내 적용을 위해서는 6월 국회에서 처리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기초생활수급 대상 선정의 최대 걸림돌인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올해 7월 시행을 위해 본회의가 열릴때마다 국회 처리 여부를 두고 논란을 빚었던 '기초연금'을 대하는 당정과 야당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도 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안이 6월 국회의 복지 관련 최대 현안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맞춤형 기초생활수급제도 與野 이견 적지만, 부양의무자 설정에서 '삐걱'

정부는 지난해 9월 두 차례에 걸쳐 맞춤형 급여를 주요 내용으로 한 기초생활보장 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최저생계비 이하 가구에 통합적으로 급여를 지급하던 기존 방식에서 △생계 △주거 △의료 △교육 등 급여별 특성에 따라 기준에 맞는 사람들에게 종류별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변경되는 내용이 골자다.

현재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면 7개 급여(생계, 주거, 의료, 교육, 자활, 출산, 장례)가 일괄 지급된다. 그러나 소득이 최저생계비를 넘으면 7개 급여 지급이 모두 끊겨 복지 사각지대 양산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이에 따라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를 넘는 서민들은 생계급여 대상에서는 제외되더라도 주거나 의료, 교육 등의 여타 급여 범위에서는 여전히 기초적인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시스템 개선을 개선될 예정이다.

'All or nothing' 방식의 기존 제도를 맞춤형으로 바꾸는 것에 대한 여야의 큰 이견차이는 없다. 양측 모두 제도 도입 취지에 공감하고 있으며 정부의 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 움직임이 복지사각지대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기초생활수급자 여부를 가리는 부양의무자 범위 설정에서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정부와 여당은 현행 유지를, 야당은 부양의무자 선정의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사실상 남인 자녀…'부양의무자'라 수급대상 '제외'

부양의무자는 말 그대로 부양의 의무를 진 사람을 지칭한다.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일정 정도의 소득이 있는 부양의무자가 있으면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법적으로 1촌 이내의 직계 혈족과 배우자가 부양의무자가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자녀와 자녀의 배우자, 부모에게 부양의무가 주어진다는 셈.

소득이 전혀 없지만 사실상 남과 다름없는 자녀(부양의무자)가 있어 기초생활수급대상에 들지 못한 채 복지 사각지대에서 쓸쓸이 살아가는 노인들이 적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부양의무자로서의 의무가 주어지는 소득기준을 4인 가구 기준 392만원에서 460만원 선까지 올리기로 하는 등의 기준 완화를 제안한 상황이다.

◇野 "교육급여 부양의무자는 폐지"…당정 "선례 남길 수 있어 폐지 안돼"

야당은 부양의무자 제도 자체에 대한 재검토가 우선이라는 반응이다. 적어도 생계, 의료, 주거, 교육으로 구분 된 새로운 기초생활보장제도 맞춤형 급여 체계 중 교육 급여에 있어서의 부양의무자는 폐지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  

교육 급여는 생계와는 관련이 없고 부양의무자 폐지에 따른 예산도 연 440억원 수준.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으로 인적자원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이유다.

이에 맞서 정부는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입장이다. 당장 교육 급여 부분의 부양의무자를 폐지하는 것이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이를 계기로 생계·주거·의료 급여 부분의 부양의무자까지 폐지가 될 경우 재정 소요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논리로 맞서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야당이 주장하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중 교육급여 부분 부양의무자 폐지는 복지부와 교육부, 기획재정부와 모두 관련이 있는 사안이다. 이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향후 부처 간 조율 단계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10월 경 시행이 되기 위해서는 6월 국회서 결론이 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은 느긋한 입장이다. 한 야당 관계자는 "기초생활수급 문제가 중요하지만 6월 국회에서는 결산과 업무보고 위주의 업무가 진행될 것"이라며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법안은 8월이나 돼야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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