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인호 내정' 국회 후폭풍…미방위, 후반기 또 '식물?'

[the300]KBS 이사장 내정에 野 반발, 후반기도 '방송'이 발목잡나

이하늘 기자 l 2014.09.07 17:32
지난 6월 길환영 사장의 퇴진집회에 참석한 KBS 양대노조 노조원. 5일 KBS 이사에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가 선임되면서 방송공정성 논란이 다시 한번 불거졌다. /사진= 뉴스1

지난 2년동안 방송 관련 정쟁으로 '식물 상임위'라는 오명을 썼던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가 후반기에도 난항할 것으로 우려된다. KBS 등 주요 방송관련 부처 및 기업의 지배구조·의사결정 제도 개선논란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7일 미방위 소속 야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KBS 이사로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가 선임된 것에 반발, 향후 국정감사 및 법안발의 등을 통해 '방송공정성' 확보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 문외한·뉴라이트 인사가 KBS 이사장?"…野 방송공정성 반발


5일  오전 열린 KBS 이사회에서는 재적 이사 11명 가운데 4명의 야당측 이사들이 불참했다. 여당 몫의 7명의 이사들이 이미 이 이사 선임에 찬성표를 던질 것이 분명한 만큼 이사회 참여가 의미없다는 판단에서다. 이 이사는 향후 KBS 이사장으로 내정됐다.

이에 새정치연합의 미방위 간사인 우상호 의원은 "방송을 전혀 알지 못하는, 또한 편향된 역사인식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인사가 공영방송의 이사장에 취임했다는 점에서 우려가 있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특히 이번 이사회는 야당과 시민단체들이 '내정철회'를 강력히 요구한데다 야당 측 이사들의 반발에도 강행되면서 향후 진통이 예상된다.


지난 1일 새정치연합 소속 교문위와 미방위 소속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 교수의 KBS 이사장 내정을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의원은 "이 교수의 조부는 친일반민족행위 704인 명단에 포함되었으며,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에도 포함됐다"며 "이 교수 역시 뉴라이트의 대표적인 지식인으로 친일청산을 반대하고 친일과 독재를 미화한 교학사 국사교과서를 지지한 인물"이라고 반발했다.

때문에 야당은 국정감사에서 증인채택 등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방송공정성에 대한 문제제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안정상 새정치연합 수석전문위원은 "방송통신위원회부터 방송통심심의위원회, KBS 이사회,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위원 및 이사 구성이 여당에 쏠려있다"며 "방송공정성을 확보하려면 이사진의 구성비를 여야 동수로 구성하고,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특별다수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송에 밀려 미래산업 '뒷전'으로…미방위 전반기 패착 반복될까

방송 관련 사안은 여야의 합의도출이 어렵기 때문에 이로 인해 방송을 제외한 IT·통신·과학기술 등 미래산업 육성정책 개발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안전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원전 관련 정책 마련도 미뤄질 수 있다.


이미 19대 전반기 국회에서 여야가 미디어법 등 방송관련 사안으로 대립하며 다른 분야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로 전반기 동안 발의됐지만 여전히 미방위에서 계류 중인 의안만도 271건에 달했을 정도다. 후반기 국회에서 이를 처리하지 못하면 이들 법안은 모두 폐기된다.



방송관련 여야의 괄목할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후반기에도 미방위가 책임지고 있는 미래산업 진흥을 위한 정책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


다만 새누리당 역시 집권여당으로서 박근혜정부의 주요 정책인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해 미방위 산하 IT·벤처 및 과학기술 강화를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 박 대통령 역시 대선 공약으로 방송공정성 확보를 수차례 약속한 만큼 관련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미방위 관계자는 "후반기 미방위의 여야 간사인 조해진 의원과 우상호 의원 모두 합리적이고 협상을 통한 의견조율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정치현실 상 방송이 우선될 수밖에 없지만 양당 간사들이 미래산업을 주관하는 미방위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많은 만큼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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