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는 평균 주 41시간 근무…" 진짜 직장인의 삶은?

[the300-근로시간·휴일수당 집중분석④]2000년대 후반부터 근로시간 감소세 둔화

이대호 인턴기자 l 2014.10.08 05:55
한 대기업의 야근 풍경 /뉴스1



# 서울 소재 한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최씨(27)는 오전 7시 전에 사무실에 도착한다. 오후 8시께 퇴근 하는 경우가 많아 점심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12시간 정도를 일한다.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오후 10시까지 야근하는 것이 보통이라 주 평균 근로 시간은 62시간 정도 된다. 초과 근로 수당을 받느냐는 질문에 "돈이라도 더 주면 억울하지나 않겠네요"라고 답했다.

# 직원이 30여 명 규모인 중소 광고대행사에 다니는 윤씨(28)는 6시쯤 인천의 집을 나선다. 한 시간 반쯤 지하철을 타고 7시 반쯤 서울 신사동에 있는 사무실에 도착한다. 퇴근 시간은 매일 10시를 넘는다. 점심, 저녁시간을 제외하면 매일 12.5시간 정도를 일하는 셈이니 주 평균 근로 시간은 62시간 정도다. 우리나라 평균 근로 시간이 주 41시간 정도라고 하자 "주 41시간이요? 누가 그렇게 (적게) 일해요? 진짜 행복하겠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에서 사업주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하는 '사업체 노동력조사'에 따르면 2013년 기준 5인 이상 사업장에 근무하는 상용근로자의 주 평균 근로 시간은 41시간이다. 그러나 통계와 거리가 먼 장시간 근로 관행은 한국 사회에 만연하다.

그래픽= 이승현 디자이너


OECD에서 발표한 국가 별 연평균 근로 시간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연평균 근로 시간은 조사가 시작한 이래 꾸준히 감소해왔으나 1990년대 말 감소폭이 둔화되기 시작했다. 1998년부터 2003년까지 평균 12.8시간 감소하며 2400시간대를 유지하던 연평균 근로 시간은 2004년부터 주 5일제가 단계적으로 실시되면서 2011년까지 매년 약 43시간씩 빠르게 감소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 연평균 근로시간은 다시 제자리 걸음을 시작했다. 연평균 근로 시간은 2011년 2090시간까지 떨어졌으나 이후 소폭 올라 지난해 2163시간을 기록했다. 지난해 OECD 평균인 1770시간은 커녕 2000시간의 벽을 허무는 것도 기대하기 어렵다.

최씨나 윤씨처럼 연장근로에 대한 수당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한국노동연구원이 3만8000여 사업체를 대상으로 2009년 표본조사한 바에 따르면 초과근로가 거의 매일 있는 사업장 중 63.1%만 연장 근로 시간에 비례해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한다고 응답했다.

정부는 장시간 근로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국무총리실을 중심으로 지난 2월 '일가양득 대국민 캠페인'을 시작했다. 정부는 장시간 근로 개선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 시간선택제 일자리 활성화, 여성의 경력단절예방과 재취업지원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기업, 경제단체, 정부부처 등의 자발적인 노력을 약속하는 '일가양득 캠페인 선포식'을 개최하는 등의 활동을 했지만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는 등의 제도적 변화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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