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석 "법정시한 '황금율' 아냐…졸속심사 없다"

[the300]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야당 간사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배소진 기자 l 2014.11.02 06:10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야당 간사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사진=이기범 머니투데이 기자


#한 소녀가 우유가 담긴 항아리를 머리에 이고 우유를 팔러 가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우유를 팔아 달걀을 사야지. 달걀을 부화시켜 닭을 키우고, 닭을 팔아서 돼지를 사고, 나중에 돼지를 팔아서 송아지를 사야겠다. 송아지가 자라 소가 되고, 소를 판 돈으로 드레스를 입고 파티에 가야지.' 단꿈에 빠져있던 소녀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우유는 모두 쏟아져버린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야당 간사를 맡은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예로 든 이솝우화의 한 토막이다. 정부가 확정재정정책을 펼치면서 경제활성화를 말하는 것은 허황된 '장밋빛 미래'를 꿈꾸는 것이나 다름없단 얘기다.

이 의원은 31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예산을 많이 편성해주면 경제를 살리겠다고 말할 게 아니라 재정적자가 생긴 부분을 어떤 식으로 채울지 얘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솔직하게 예산부족을 인정하고 실질적인 '증세'를 논의하자는 것. 예결특위 활동 역시 이 같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 의원은 "경기가 어려운만큼 확장적 재정정책에 충분히 동의할 수 있다"면서도 "세입 부문에서 분명한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높이거나 대기업의 비과세·감면을 줄이는 등 '부자감세 철회'를 통해 세입을 늘리고 재정적자 폭을 줄이는 게 선결과제라는 설명이다.

◇안전·창조예산 부풀려져…감액분 '서민·지방예산'에
이 의원이 대표적인 삭감 항목으로 꼽은 정부예산안 항목은 안전 예산과 창조예산. 정부는 안전분야 예산을 올해대비 2조2000억원 확대할 계획이다. 예산증가율은 17.9%로 지출분야 중 가장 높다. 연구개발(R&D)분야에도 18조8000억원을 투입한다.

이 의원은 "안전예산 편성에 100% 동의하지만 사실 무늬만 안전예산이고 사실 들여다보면 터무니없는 것들이 있다"고 했다. 창조예산 역시 "기존예산에서 이름만 바꿔 '창조'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다"고 지적했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에 대해서도 대폭 삭감을 예고했다. 그는 "국토 균형발전이란 측면에서 SOC사업 자체를 반대할 수는 없지만 4대강사업 뒷처리 비용이나 실세에 편중된 예산 등의 부분은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수자원공사가 4대강사업으로 떠안은 8조원 부채에 대해 "결코 수긍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잘못을 수긍하고 시정하려 한다면 협조하겠지만 4대강 사업이 아무 문제 없는 것처럼 포장해서 예산을 가져가려는 건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방산비리, 해외자원개발 사업 관련 예산도 삭감한다는 생각이다. 이 의원은 "감액된 부분은 철저하게 서민예산, 지방재정을 보충하는 예산으로 돌리겠다"고 말했다.

◇'쪽지예산' 사절...12월 2일 법정시한 '황금율' 아냐
이날 오전 예결특위 여당 간사인 이학재 새누리당 의원은 "이번 예산처리 과정에서 쪽지 뿐 아니라 카톡, 문자예산 모두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이춘석 의원은 "내가 요청해서 그쪽에서도 받아들인 것"이라며 "나도 (새정치연합) 의총장에서 그렇게 말했다. 다른 의원들 표정이 굳어지더라"고 웃었다. 

'쪽지예산' 사절은 이번 예결특위 활동 중 이 의원의 가장 큰 목표다. 그는 "서로 쪽지예산만 주고받다보면 정작 상임위에서 올라온 예산을 들여다 보는 시간이 줄어든다"며 "반드시 필요하다면 상임위에서 설득해서 오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임위 단계에서 논의를 거쳐 올라온 예산에 대해 보다 세밀하게 심사하겠단 것이다.

이 의원은 "요즘 가는데 마다 12월 2일 법정시한 맞추는지 물어보고 관심을 갖는데 나로서는 가장 큰 딜레마"라며 부담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시한 내 처리에는 동의하지만 기한을 맞추려다 졸속심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그는 "예산심사가 충실하게 이뤄지면서 12월 2일을 맞출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황금율은 아니지 않느냐"며 "시한을 지키는 것만 예산심사를 제대로 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방점을 법정시한이 아니라 충실한 예산심사에 둬야 한다"며 "무엇보다 전제돼야 하는 건 정부여당의 협조"라고 거듭 강조했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