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부부·세입자, 기억해둘 이름…野 '정책통' 윤호중

[the300] [대한민국 국회의원 사용설명서]체외수정 세액공제·전월세계약 갱신 청구권 발의 '정책통'

이상배 기자 l 2014.11.20 05:56
그래픽= 이승현 디자이너


# 1988년 겨울 어느 날, 서울 여의도 평화민주당 당사. 20대 후반의 젊은 당직자가 김대중 당시 평민당 총재의 호출을 받고 총재실에 들어섰다. 연설문 초안을 불러줄테니 정리해 오라는 지시였다. DJ가 청산유수처럼 구술을 시작했다.

그런데 아뿔싸! 펜과 종이가 없었다. 그렇다고 이미 시작한 구술을 멈출 수도 없었다. 순간 사색이 된 젊은 당직자는 마음을 다잡고 집중했다. 그리곤 그 자리에서 20분 분량의 연설문 초안을 모조리 외웠다.

방을 나온 뒤 기억을 더듬어 DJ가 구술한 내용을 써내려갔다. 그리고 다시 DJ의 손을 거쳐 확정된 연설문. 거의 바뀐 게 없었다. 젊은 당직자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사람이 집중하면 못할 게 없구나."

그때 젊은 당직자가 느낀 건 그게 다가 아니었다. DJ가 구술한 내용을 모두 외울 수 있었던 건 내용이 논리적이고 쉽게 잘 정리돼 있었던 덕이었다. 26년이 흘러 야당의 '재선' 의원으로 성장한 이 젊은 당직자는 "지금까지도 평소에 그렇게 논리적으로 생각을 잘 정리해두는 정치지도자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윤호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뇌리에 박힌 '정치지도자' DJ의 모습이다.

문재인 의원의 대변인 역할을 하며 '문재인의 입'으로 불리는 윤 의원은 기자들 사이에서 '깔끔하고 논리적인 논평'으로 정평이 나있다. "감히 흉내조차 못 낸다"며 손사래를 치지만, DJ의 '논리정연함'을 본받으려 애써왔음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문 의원과의 인연은 오래되지 않았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안철수 캠프를 상대로 후보단일화 협상에 나선 것이 첫 인연이다. 당시 당 지도부는 사무총장으로 있던 윤 의원을 협상에 투입하기 위해 그의 보직까지 선거대책위원회 전략기획실장으로 바꿨다. 그의 협상 경험을 믿었던 때문이다. 윤 의원은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려 6개월 간 범야권 연합공천을 위한 '5자 협상'을 이끈 바 있다. 덕분에 그해 지방선거는 야권의 '압승'으로 끝났다.

이처럼 '협상 전문가' 또는 '전략가'로서 당내 입지를 다져온 윤 의원은 이제 '정책통'으로 거듭나고 있다. 19대 국회 후반기 들어 '경제총괄' 상임위원회인 기획재정위원회의 야당 간사가 된 윤 의원은 경제재정소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기획재정부 소관 비(非)조세 법안들에 대한 '칼자루'를 쥐게 됐다. 여야가 첨예하게 부딪치고 있는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 제정안 등 쟁점 법안들의 운명이 그의 손에 달려있다.

[키워드 → 별내선]

윤 의원의 별명 가운데 하나가 'Mr. 별내선'이다. '별내선'은 암사역에서 구리를 지나 남양주 별내까지 이어지는 서울 지하철 8호선 연장선의 또 다른 이름이다. 구리 시민들의 숙원사업이다. 별내선 사업이 고비를 맞을 때마다 여기저기 부탁하고 다니다 보니 'Mr. 별내선'이란 별명이 붙었다. 당초 정부는 2014년도 예산안을 짜면서 별내선 예산을 50억원으로 잡았다. 그러나 윤 의원이 뛰어다닌 결과, 200억원으로 늘어났다. 내년도 예산안에도 관련 예산이 300억원 이상 반영됐다. 별내선은 내년 착공 예정이다.

[관심 정책]

"우리나라 경제는 '부동산본위제'다. 경제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 그러다보니 부동산 값이 높아졌고 주거비 부담도 커졌다. 부동산 가격을 연착륙시키면서 경제 체질을 바꾸기 위한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여야 구분없이 누가 정권을 잡든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윤 의원이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문제의식이다. 부동산 시장을 '보유가치'가 아닌 '사용가치' 중심으로 돌려놔야 한다는 얘기다. 윤 의원이 주목하는 대안은 '공공임대주택 확대'다. 공공임대주택을 분양 전환하지 않고 계속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면서 충분한 임대주택 물량을 축적해야 한다는 게 윤 의원의 생각이다. 문제는 분양 전환을 하지 않을 경우 그 비용을 어떻게 회수할 것이냐다.

윤 의원은 "정부가 임대주택 운용 과정에서 충분한 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관건"이라며 "장기적으로 효과적인 '임대주택 공급모듈'을 개발하는 것이 숙제"라고 말했다.

[대표 법안]

1. 전월세 상한제 및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전월세난 대책 성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다. 2012년 8월 발의돼 현재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계류돼 있다. 주택 임대차 계약이 끝날 때 1회에 한해 귀책사유가 없는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를 임대인이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다. 또 이때 임대인이 전월세를 5% 넘게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도 담겼다. 이 가운데 전월세 상한제는 정부·여당의 반대에 가로막혀 있으나 계약갱신청구권은 여야 간 협의가 가능한 부분이다.

2. 국세 카드 납부 한도 폐지

현행 1000만원인 신용카드 국세납부 한도를 폐지하는 내용의 '국세기본법' 개정안이다. 지난 8월 발의된 뒤 같은 내용의 정부안과 병합돼 지난 18일 기재위 조세소위를 통과했다. 그동안에는 자영업자들이 매년 정기적으로 부가가치세나 종합소득세를 낼 때 1000만원까지만 카드로 납부할 수 있고, 나머지는 현금으로 내야 했다. 때문에 현금 유동성이 부족한 영세 자영업자들은 세금을 내기 위해 심지어 단기 대출을 받아야 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었으나 이 법안이 시행될 경우 이 같은 불편이 사라지게 된다.

3. 난임부부 체외수정 시술비 세액공제 확대

저출산 완화를 위해 현행 700만원인 난임부부 체외수정 시술비에 대한 세액공제 한도를 900만원으로 높이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으로 지난해 3월 발의됐다. 당초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법안이 계류됐으나 올 들어 기재부가 법안의 취지에 공감, 세액공제 한도를 아예 없애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내놨다. 이후 두 법안이 병합심사돼 지난 18일 기재위 조세소위를 통과했다.

4. 참전유공자 명예수당의 최저생계비 연동

65세 이상 참전유공자에 대한 참전명예수당 지급액을 1인가구 최저생계비의 50% 이상으로 책정토록 하는 내용의 '참전유공자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다. 지난해 3월 발의돼 현재 정무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국가에 헌신한 참전유공자들에게 최저생계비에도 현저하게 못 미치는 보상을 지급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문제의식에서 발의했다.

[그 주변엔 누가?]

새정치연합의 김현미, 안규백, 우원식 의원과 오랜기간 함께 당직자 생활을 하며 두터운 신뢰를 쌓아왔다. 윤 의원을 포함해 4명 모두 재선 의원으로서 당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김 의원은 윤 의원의 전임자로서 기재위 야당 간사를 지낸 뒤 현재 당 전략홍보본부장을 맡고 있다. 안 의원은 현재 원내수석부대표로 있고, 우 의원은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인간 윤호중]

좌우명: 견인불발(堅忍不拔), 굳은 의지로 참고 견뎌 쉽게 마음을 빼앗기지 않음.

종교: 가톨릭(세례명: 마르티노)

좋아하는 노래: 젊은 그대(김수철)

좋아하는 음식: 비빔밥, 냉면

좋아하는 운동: 배드민턴

주량: 소주 1병

취미: 국궁(구리시 온달정에서 수련)

[이 한장의 사진]

사진=윤호중 의원이 지역구인 경기도 구리시 소재 한 경로식당에서 배식 봉사를 하고 있는 모습. 윤 의원은 지역구 어르신들과의 소통을 위해 지난 수년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주 빠짐없이 경로식당을 찾아 배식 봉사를 하고 있다.


[프로필]

△경기도 가평 출생 △가평중, 춘천고 졸업 △서울대 철학과 졸업 △평화민주당 기획조정실 기획위원 △한광옥 의원 비서관 △새정치국민회의 부대변인 △대통령 비서실 정책기획국장 △새천년민주당 부대변인 △17대 국회의원 △민주당 수석사무부총장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 △민주통합당 사무총장 △19대 국회의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야당 간사 △기재위 경제재정소위 위원장

그래픽= 이승현 디자이너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