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보는세상]세모녀3법, 야당에도 박수를

진상현 기자 l 2014.11.20 06:32
 

 정부와 정치권의 오랜 숙제였던 이른바 '세모녀 3법'이 지난 17일 소관 상임위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세모녀 3법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 긴급복지지원법 개정안, 사회보장·수급권자 발굴과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 등으로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법안들이다. 

 이들 법안들이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되면 우리 기초생활보장 체계에 큰 변화가 오게 된다.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가구에 통합적으로 기초수급 급여가 지급되는 방식에서 △생계 △주거 △의료 △교육 등 급여별 특성에 따라 기준에 맞는 사람들에 나눠주는 방식으로 바뀐다. 교육 급여에 있어선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 하는 등 부양의무자 기준도 다소간 완화돼 혜택을 받는 대상자가 늘어나게 됐다. 

세모녀 3법은 이처럼 사회안전망의 틀을 바꾼다는 점에서 법안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오랜 쟁점 법안을 여야가 한발씩 양보해 합의를 이뤘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끈다. 여당의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 발의를 기준으로 보면 1년6개월만에, 송파 사건 이후에 발의가 된 야당 법안들을 기준으로 해도 9개월만에 합의가 이뤄졌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 우윤근 원내대표 등 야당의 새 지도부 등장 이후 막혔던 일부 현안들에 대한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 여당의 숙원 법안들인 분양가상한제 탄력적용,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폐지 등 부동산 활성화 법도 어느때보다 처리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야당은 이들 법안들을 처리해주는 대신 전·월세 계약갱신 청구권, 주거복지 제도 강화 등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앞서 여야는 세월호 특별법도 시한으로 정했던 지난달 말 타결했다. 여당 고위당직자들 사이에서도 야당 지도부를 두고 이만한 파트너가 없다는 얘기를 심심찮게 듣는다. 

걱정되는 건 야당 내 역풍이다. 아직도 법안이나 현안들을 합의해주면 다 여당 성과가 된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여당이나 일반적인 국민들도 결국 국정운영의 책임은 정부 여당이 진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야당 새 지도부의 유연한 협상 태도는 '퍼주기' 밖에 안된다. 

그러나 실상은 크게 다르다. 국회 선진화법 시행 이후 여당이 혼자 밀어붙여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세모녀 3법이든 기초연금이든, 공무원연금개혁이든 중요한 정책 이슈들은 모두 법 사안이고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결정된다. 내각제 개헌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정책에 있어선 우리나라가 내각책임제를 하고 있는거나 다름없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누가 발의한 법안이든 심의 과정에 참여해서 함께 고민하고 합의해준 상대 당의 역할이 있다는 의미다. 

이번 정기국회에는 예산을 비롯해 공무원연금 개혁, 담뱃세와 법인세 등 증세, 경제활성화 법안, 누리과정 등 교육복지 재원, 개헌에 이르기까지 어느때보다 현안이 산적해 있다. 여야가 지금의 협상 분위기를 잘 이어가 우리 경제가 필요로 하는 정책적 성과들을 많이 이뤄내기를 기대한다. 
국민들도 정부 여당 뿐 아니라 그 정책 뒤에 숨은 야당의 역할도 빠짐없이 기억해 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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