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부수법안' 혼란…선진화법 개정 당시 논의도 안돼

[the300] 폭력국회 오명 씻으려 법안 처리에 급급…부작용 충분치 논의되지 않아

이미영 기자 l 2014.12.02 22:18




국회 본회의장/ 사진=뉴스1




국회선진화법(국회법 개정안)에 따라 올해 처음 예산안 자동부의 제도가 실행되면서 제도상 미비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미비점이 국회법 개정 당시 '졸속 논의'로 인해 예고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선진화법 통과라는 성과에 가려 법의 부작용과 문제점에 대해서는 간과했다는 것이다.

머니투데이 the300(더300)이 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공개된 2012년 4월 18대 국회 운영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의 국회법 개정안(국회선진화법) 속기록을 분석해본 결과 실제로 논의 당시 예산 심의와 예산부수법안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일부 의원들의 지적이 있었지만 심도있게 다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개정된 국회법에 따라 도입된 예산 자동부의 제도는 헌법에서 정한 예산 심사 기일을 지킬 수 있도록 11월 30일 예결위 심사 종료와 12월 2일 본회의 처리라는 규정을 두고 있다. 여야가 예산 심사를 정해진 시한까지 마치지 못하더라도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이 1일 0시를 기해 자동으로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다.

18대 국회에서 국회선진화법을 통과시킬 당시 전체 법안에 대한 논의는 약 두시간 남짓 진행됐다. 국회선진화법이 갖는 파괴력을 생각하면 짧은 시간이다. 게다가 주로 국회 상임위 찬성 의결수 3/5으로 강화, 필리버스터제 도입 등에 대한 논의에 치중됐고 예산 자동 부의 제도 자체에 대한 것은 몇 분에 불과했다.

이 날 문제점을 짚은 사람은 김진표 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유일했다. 당시 김 의원은 "(예산 심사 기간이 부족해) 국회가 가장 중요한 기능인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을 심의하는 것이 어차피 수박 겉핥기 식 졸속심사가 될 수 밖에 없고 정부 여당은 조문의 위력때문에 예결위 심의나 상임위 심의를 성실하게 임하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19대에서 예산회계 편성과 처리절차, 주기를 근본적으로 수정하는 것과 함께 처리해 개정을 해야 한다"며 "(자동 부의제 도입 관련) 조문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산결산, 국정감사, 예산심사 등 국회 일정이 맞물려 있는 만큼 이를 고려한 국회일정을 정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이에 자동부의제를 주도했던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은 "현 자동부의제는 헌법에 준해서 국회 운영 사이클, 주기를 조정해서 개정안을 만든 것"이라며 "원안대로 통과시키고 관련 법률안은 19대에서 다시 수정하자"고 답했다. 헌법상 예산 심사가 11월30일까지 마무리돼야 하는 일정에 맞춘 것이라는 얘기다.

결국 예산 심사 기간과 일정에 대한 수정은 더이상 논의되지 못했고 19대에서 정부의 예산안 제출일을 한달 앞당겨 예산 심사 시간을 확보하도록 추가로 관련 법안을 개정하는 것으로 결론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국가개정법이 개정돼 올해부터 열흘씩 앞당겨 2016년에는 최종적으로 9월1일까지 정부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돼야 한다.

특히 이번에 가장 논란이 됐던 예산부수법안 상정 절차 및 권한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제기가 없었다.

당시 운영위원회 회의를 참석했던 국회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이 가보지 않았던 길을 가려다 보니 그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면서도 이를 위한 준비와 일정을 제대로 정상화하지 않은 국회의원 모두의 책임이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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