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가 만든 야성' 이춘석, 대쪽 같은 그 남자가 사는 법

[대한민국 국회의원 사용설명서][the300]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하세린 기자 l 2015.01.20 16:12

편집자주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과 관심사, 경력을 입체적으로 분석해 드립니다 . 의원의 경쟁력과 정치적 미래, 뿐만 아니라 국민의 '심부름꾼'을 어떻게 '사용'해야 우리 사회가 한걸음 나아가고 우리의 삶이 업그레이드 될 수 있을지, 분야별 '파워분석'을 통해 보여드립니다.

이승현 디자이너


"다음 1~2주 동안은 국회에 안나타날 겁니다. 신변의 위협을 느껴서요. 하하하"(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12년 만에 예산안이 법정시한을 통과한 지난해 12월2일. 빨간 카펫이 깔린 국회 로텐더홀에서 우연히 마주친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동료 의원들의 원성(?)을 한몸에 사고 있었다. 본회의에 앞서 열린 새정치연합 의원총회에 예산안을 보고하러 가기 직전이었다.

그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야당 간사를 맡아 한달여간 국회 예산 '칼자루'를 쥐고 있었다. 예결특위 간사는 지역예산을 잘 봐달라는 동료의원들의 청탁이 끊임없이 들어오는 자리다. 하지만 그는 모든 예산청탁을 예외없이 잘랐다.

국회는 이날 정부 제출 예산안 376조원보다 6000억원 감소한 375조4000억원(세출기준) 규모의 새해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여야는 논의과정에서 정부 제출안보다 3조6000억원을 삭감하고 3조원을 증액해 총 6000억원이 감액된 새해 예산안을 확정했다.

이 의원은 국회가 예산의 '칼자루'를 쥐고 있다는 표현에 의문을 제기했다. "다 정부안 대로 간 거고 우리는 3조6000억원(100분의 1)만 손 댄겁니다. 그러니까 국회의 예산심의권이 얼마나 무력한 건지. 손 댄 것도 증액단계에선 '제발 해달라고' 다 구걸해 받은 거구요." 그만큼 비공개로 진행된 예결위 증액심사 과정은 험난했다는 것.

자존심이 상해 다 말을 못한다는 이춘석 의원. 그는 국회와 기재부 간 예산안 심사과정을 낱낱이 공개하는 책을 쓰고 있다고 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 의원은 지난달 중순 빙판에 미끄러져 발목을 다쳐 예산협상과정을 정리할 시간을 벌었다. 책은 오는 3월 나올 예정이다. 예산심의 과정을 널리 알리고 싶은데 국회가 출판기념회 자체를 금기시하는 분위기라 걱정이다.

앞으로 그는 예결위 간사 임기가 끝나는 오는 5월까지 정부의 2016년도 예산편성과정을 처음부터 꼼꼼히 살펴보고 심의할 계획이다. 과거엔 연말 예산안만 통과시키면 끝이었지만 지난해부터 예결위가 준상임위가 돼 국회의 예산심의권을 제대로 행사하는 첫해인 만큼 좋은 선례를 남기겠다는 각오다.

[그는→야당 저격수, 법사위 4인방]

이 의원은 '법사위의 저격수'로 통한다. 논리적 공격보다 감성적 호소가 앞서는 야당에서 율사 출신의 공격수로 활약해왔다. 초선때는 정부·여당의 '비리'가 있을 때마다 차출 대상 1위였다. 대통령 처형의 한나라당 공천비리진상조사위원회 위원, 이명박정권 정치보복 진상규명특별위원회 위원, BBK진상조사위원장, 정봉주 구명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청문회 위원도 지금껏 21번이나 했다. 18대 국회때는 박지원·박영선·우윤근 의원과 함께 사상 최초로 검찰총장 후보자와 대법관 후보자를 낙마시켜 '법사위 4인방'이란 별칭도 얻었다.

최근 고위 공무원들에 대한 정책검증 청문회를 열기 위해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하자는 주장에 결사 반대한다. 대법관·헌법재판관 후보자 등은 대한민국의 가치와 지향을 결정하는 사회적으로 막중한 책임과 권한을 갖는다. 그러나 국민들이 직접 뽑은 사람들은 아니기에 '민주적 정당성'은 없다. 이 의원은 "이들에게 그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 바로 인사청문회"라고 말했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 청문회를 거쳐 본회의 동의를 받는 것으로 정당성을 인정받는다는 의미다.

지명권자가 기본적인 도덕성 검증 등 1차 검증을 확실히 한 뒤 국회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 의원은 "미국의 경우 1차적으로 개인 신상과 관련된 의혹을 철저히 검증한 후에야 인사청문회로 넘어가기 때문에 국회 청문회에서는 신상 문제가 아니라 소신과 정책을 위주로 후보자를 판단이 가능하다"며 "일차적 검증을 한 사람들의 책임을 더 엄중히 물을 때가 됐다"고 말했다.

[키워드→MB]

그는 18대 국회에서 국회의원이 된 것이 '천운'이라고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임기 중 당선됐기에 '야성이 강한' 야당의원이 될 수 있었다는 것. 그는 민주당이 여당일 때나 훨씬 그 뒤에 당선이 됐더라면 지금의 이춘석은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의원은 학창시절 장학금을 받기 위해 친구와 선배들이 독재정권에 투쟁하며 잡혀가는 현장을 애써 외면했던 기억이 지금껏 아픔으로 남아있다. 배경엔 시골에서 농사를 짓던 부모님이 계셨다. 부모님은 이 의원의 형과 누나가 서울대에 입학해 운동권이 되자 절망했고, 이 의원은 서울은 물론 대학에도 보내지 않을 생각이었다.

결국 이 의원은 부모와 학생운동을 하지 않기로 약속했고, 생활보조비는 물론 'B+' 이상 성적을 유지해야만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한양대 법대에 입학했다.

이에 대한 미안함일까. 이 의원은 대학졸업 이듬해 사법고시에 합격한 후 경제·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무료변호운동에 앞장섰다. 그리고 의원이 돼 촛불시위와 용산참사, 쌍용차 노동자 해고 사태 등을 지켜보면서 불의에 저항하는 야성을 가진 국회의원으로 거듭났다.

그의 18대 국회 생활은 'MB 악법' 등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의 연속이었다. 2008년 12월26일엔 'MB 악법' 직권상정을 반대하는 투쟁에도 앞장섰다. 10여일간 농성 끝에 김형오 당시 국회의장으로부터 법안을 임시국회에 직권상정 않기로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

[이 한장의 사진]

그 당시 고시생들이 그랬듯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산속 절에 들어가 고시공부를 했다. 1987년 8월의 여름 날, 약수로 목을 축이고 있는 만 24세의 이춘석. 호리호리한 몸매에 크게 치켜 뜬 눈이 더 크게 보인다. /사진=이춘석 의원실


[그의 사람들 → 손학규, 원혜영, 최재천]

"익산 조직을 맡아주세요." 고향인 익산에서 변호사를 하던 2007년. 어느날 당시 손학규 대선후보 경선캠프에서 일하고 있던 사람이 느닷없이 사무실을 찾아왔다. 손 후보가 전라북도 경선대책본부를 만들고 있는데 마땅한 인물을 찾다 수소문 끝에 소개받아 오게 됐다고 말했다.

망설이는 이 의원에게 그는 '대한민국, 손학규를 발견하다'라고 적힌 책 한권을 놓고 갔다. 경선 일정상 시간이 없으니 내일 다시 전화를 주겠다고 했다. 이 의원은 곧바로 책을 독파했다.

이 의원은 손 후보와 일면식도 없었다. 그런데 손 후보의 형님이 쓴 글이 눈에 들어왔다. 손 후보가 학생운동 당시 수배생활을 할 때를 회고한 글이었다. 어머니가 위독하실 때 잠복 중인 경찰을 따돌리고 어머니를 만나러 왔던 일. 경찰이 손 후보를 잡기 위해 어머니의 부음을 모든 일간지에 냈던 일. 잡힐 것이 뻔했지만 장례식장을 찾아 어머니의 관을 안고 통곡했다는 내용이 이어졌다.

어머니의 죽음 앞에 담담할 수 없었던 '청년 손학규'에게 인간의 얼굴을 가진 정치를 발견했고 전라북도 선거대책본부 공동본부장을 맡아 대선정국 속으로 들어갔다. 손 후보는 경선에서 패했지만 그는 4개월후 10대 1의 경쟁을 뚫고 통합민주당 공천을 받아 전북 익산시갑 국회의원이 됐다.

국회 입성후 이 의원은 원내부대표, 원내대표 비서실장에서 대변인까지 당직을 두루 맡았다. 원혜영 원내대표 시절이었다. 원 의원은 2008년 한나라당의 'MB 악법' 직권상정을 막기 위한 투쟁을 앞두고 바나나와 우유, 초코파이 몇개 들어 있는 가방과 추위를 막으라며 트레이닝복을 건냈다.

2008년 한미 FTA 청문회를 이끌었던 '통상전문가' 최재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도 대법관 후보자 청문회 등을 준비하며 각별한 사이가 됐다. 둘은 63년생 동갑내기다.

[대표법안 →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군 사법개혁안]

정부가 전통상업보존구역 내 대규모 점포의 출점제한, 대형마트 및 준대규모점포에 대한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 지정 근거를 도입·시행하고 있었음에도 법은 잘 지켜지지 않았다.

대형유통기업들은 지역상권에 진출할 판로가 막히자 SSM(기업형 슈퍼마켓)을 만들기에 이른다. 이 의원은 2012년 6월 대규모 점포에 대한 현행 영업시간제한 및 의무휴업일의 범위를 확대하고 영업시간제한 등의 의무위반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대안반영을 통해 국회를 통과했다.

이 의원은 또 지난해 '윤 일병 사건'과 같은 군내 폭행과 가혹행위를 막기 위한 군 사법개혁에도 관심이 많다. 특별법원으로서 군사법원이 아닌 특수법원로서 고등군사법원과 보통군사법원을 신설해 일반법관으로 하여금 재판을 담당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 관할관제도·심판관제도 등을 폐지하는 '군사법원법 개정안'을 지난해 8월 대표발의했다. 이 의원 자신이 지난해 스물한살 아들을 군에 보낸 아버지이기도 하다.

[요 주의!]

새정치민주연합이 놓칠 수 없는 율사 출신의 저격수 이춘석. 흥분하면 말이 배로 빨라지면서 발음이 부정확해지는 경향이 있다. 법사위에서는 새누리당의 이모 의원과 함께 단독 마이크가 따로 놓이는 2인 중 한명이다. 속기사들이 전체 녹음으로는 발언을 정확히 알아듣기 힘들어 따로 녹음을 하는 것이다.

전북에서는 유명인사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전국구 지명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 의원은 당직보다 당을 살리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지난달 21일 정세균·박지원·문재인 의원 등 이른바 '빅3'의 2·8전당대회 불출마를 요구한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30명에 이름을 올렸다.

[프로필]

△전라북도 익산(51) △남성고- 한양대 법학과 △원광대 대학원 법학과(석사, 박사과정 수료) △사법고시 제30회 합격(1988년, 사법연수원 20기) △전 법무법인 한솔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전 원광대학교 법학과 겸임교수 △민주당 원내부대표·원내대표 비서실장(2008-2010) △민주당 대변인(2010-2011) △18대 후반·19대 전반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2014-2015), 법사위원(2008-2015)

이승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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