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로 돌아온 '세월호 장관' 이주영의 새로운 도전

[the300][의원사용설명서] 이주영 새누리당 의원

이현수 기자 l 2015.01.28 06:30

편집자주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과 관심사, 경력을 입체적으로 분석해 드립니다 . 의원의 경쟁력과 정치적 미래, 뿐만 아니라 국민의 '심부름꾼'을 어떻게 '사용'해야 우리 사회가 한걸음 나아가고 우리의 삶이 업그레이드 될 수 있을지, 분야별 '파워분석'을 통해 보여드립니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저 이주영은 서슬 퍼렇던 DJ·노무현 정권의 부정부패를 파헤친 최고의 저격수였습니다"

지난 25일 새누리당 원내대표직에 출마한 이주영 의원은 이렇게 자신을 소개했다.

팽목항에서 유족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던 '세월호 장관'으로 국민들에게 각인된 '이의원이 원내 대표를 타깃으로 하는 4선의 정치인으로 돌아왔다.  

 

초·재선 시절엔 'DJ·노무현 저격수'를 자처했지만 첫 총선 도전은 민주당에서였다.

96년 변호사였던 이 의원을 민주당과 연결한 사람은 의외의 인물인 홍준표 경남도지사다. 이 의원은 청주지법 판사로 재직할 당시 홍판표 검사와 친분을 쌓았고 홍 검사는 대학 선배인 이기택 민주당 총재에게 이 의원을 소개했다. 홍판표는 홍준표 지사의 옛 이름이다. 정치를 하려면 이름을 바꾸라고 권유한게 이의원이다.

이 의원은 15대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경남 창원에 출마했으나 정치거물 황낙주에 패배했다(함께 민주당으로 가서 홍사덕 의원과 맞붙겠다고 벼르던 홍 검사는, 신한국당 송파갑에 공천돼 먼저 뱃지를 달았다). 민주당이 신한국당에 흡수된 뒤 이 의원은 16대 총선에서 창원을 지역구로 출마해 당선했다.

17대 총선에선 대선후보였던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에게 패했다. 이 의원은 이후 경남도 정무부지사를 지내며 숨을 고른 뒤, 재보선에서 지역구를 마산으로 바꿔 국회에 재입성했다. 18대, 19대에서 내리 당선되며 입지를 다졌다.

4선 의원임에도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았던 이 의원은 지난해 해수부장관으로서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을 보듬으며 대중정치인으로 거듭났다. 장관직을 내려놓은 뒤 화려하게 정계에 복귀, 당 원내대표 선거에 재도전장을 내밀었다.

출처/이주영 의원 홈페이지


[키워드① 세월호]
"내가 죄인이다. 죄송하다."

해수부 장관이었던 이 의원은 세월호 참사 이후 희생자 유가족들의 분노를 온몸으로 받아냈다. 그는 기자들에게 "피하려면 가족들의 분노가 갈 데가 없다. 욕하면 욕하는 대로 멱살 잡히면 잡히는 대로 사고를 수습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 발생 이후 217일간 현장에서 생활했다. 접이식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자고, 매일 진도체육관과 팽목항을 돌며 유가족과 소통했다. 국회는 그를 '해임1순위'로 몰아붙였지만, 진정성에 마음을 연 유가족들은 오히려 장관의 유임을 요구했다.


이 의원은 윤진숙 전 해수부장관의 경질 사태로 갑작스럽게 해수부 장관에 임명된 케이스다. 당시 원내대표직 도전을 포기하고 받아들인 장관직은 정치생활에 큰 점을 찍는 계기로 작용했다. 깎지 못해 덥수룩해진 수염과 반백발의 머리스타일은 이 의원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가운데)이 지난해 7월 국회에서 열린 세월호 사고 국정조사 기관보고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사진=뉴스1


[키워드② 박심(朴心)]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서 이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을 얻고 '신박(新朴)'으로 떠올랐다. 박대통령 국무회의에서 이 의원을 공개적으로 칭찬하며 "공직자의 참된 모습을 보여주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래는 '범박(汎朴)'으로 분류됐다. 18대 대선캠프 기획단장을 맡으면서부터다. 그보다 앞선 2007년에는 당내 경선에서 진 박근혜 의원을 찾아가 '대통령의 조건'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여기서 싱크탱크의 부재를 지적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18대 대선을 앞두고 국가미래연구원을 설립했다.


공개적으론 중립을 고수하는 까닭에 당내에선 이 의원의 계파 성향을 의심하는 인사들이 많다. 당내 계파가 친이-친박계로 나뉜 상황에서, 심하게는 이 의원을 '양다리'로 낮추는 인사들도 있다.

이 의원의 계파 성향과 관련해 MB는 17대 대선 당시 마산을 찾은 자리에서 의미심장한 얘길 한다. "전쟁에서 중립이 어디 있느냐. 그러면 전쟁 끝나고 아군 적군에게 다 총 맞는다." 


출처/이주영 의원 홈페이지


[키워드③ 정책브레인]
현 새누리당의 원내대표 경선 양강구도에선 유승민 의원이 '브레인'으로 부각되지만, 이 의원도 둘째라면 서러울 정책통이다. 이 의원은 2011년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2012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을 지내며 당 정책방향을 주도했다. 2013년엔 여의도연구원장을 지냈다. 여의도연구원은 여당의 정책방향과 여론조사를 총괄하는 연구기구다.

정치인 이전에는 법조계에 오랜 기간 몸을 담았다. 사시 20회로 서울지법 동부지원 판사, 서울가정법원 판사, 서울민사지법 판사, 청주지법 판사, 서울형사지법 판사, 서울지법 북부지원 판사, 서울고법 판사, 부산지법 부장판사를 거쳤다. 이후 1년간 변호사 생활을 했다. 


[대표법안 '마산분리']
법조인이었지만 19대 국회 들어 대표 발의한 법안 중 법조 관련은 드물다. 국회 전반기엔 안전행정위원회, 후반기엔 외교통일위원회에 소속됐다.

19대에서 발의한 17개 법안 중 △다중이용시설 등의 실내공기질관리법 개정안 △지방재정법 개정안 △군보건의료에 관한 법 개정안 등 3건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보다 주목받은 법제정안은 마산 분리를 골자로 한 '경상남도 마산시 설치에 관한 법안'이다. 경남에 마산시를 설치하도록 한 게 골자다. 제정안은 현재 국회 안행위 소위에 회부돼있다.

마산에서 이 의원은 '아구아재'로 통한다. '아귀 아저씨'의 경상도 사투리다. 이 의원이 아구를 닮아서는 아니고, 아구찜으로 유명한 곳이 마산인 때문이다. 


[이 사람의 한마디① "민주당은 무뇌상태"]
이 의원은 2011년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을 지내던 당시 당직자회의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반대하는 야당을 향해 "민주당은 무뇌정당, 뇌가 없는 상태"라고 일갈했다.

2007년엔 대통합민주신당 창당 과정과 관련해 "투전판의 노름꾼이 판을 짜기 위해 그때그때 조합한 '판꾼잡당'을 연상케 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 사람의 한마디② "전교조에도 주사파 사람들이 상당수"]
이 의원은 2003년 최기문 경찰청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당시 "전교조에도 주사파 사람들이 상당수 들어가 있다"고 말해 관련 단체의 반발을 샀다.

"김일성 유일 체제를 주장하는 주사파가 한총련에도 들어가 있고 노조에도 들어가 있고 어린이를 교육하고 있는 전교조에도 주사파 사람들이 상당수 들어가 있다. 최기문 후보자도 정보계통에 있었던 만큼 (주사파 척결을 위해)주체사상을 공부해야 한다."


[사람→홍준표]
홍판표 검사의 이름을 고쳐지은 사람이 이 의원이다. 청주지법 판사시절 성명학을 공부했는데, 이 무렵 친했던 홍판표(洪判杓) 검사에게 개명을 제안한 것. 이 의원은 이름에 칼(刀)이 들어가는 것이 좋지 않다고 여겨 판(判)과 같은 의미인 준(準)을 추천했다. 



[요주의→원내대표 4修, 성공해야]
새누리당에서 중도를 고집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원내 지지기반이 강력하지 않은 것을 보여주듯 이번이 4번째 원내대표 도전이다. 오랜 기간 의원 개별로 친분을 다졌지만, 지지세가 강하기보단 4수를 바라보는 동정론이 대세를 이룬다. 성공해야 하지만, 실패했을 경우에는…. 

 

[프로필]
△경남 마산(64) △경기고-서울대 법대-서울대 대학원 법학 석사 △사시 20회(1978) △서울지법 동부지원 판사(1980), 서울가정법원 판사(1982), 서울민사지법 판사(1983), 청주지법 판사(1984), 서울형사지법 판사(1986), 서울지법 북부지원 판사(1989), 서울고법 판사(1990), 부산지법 부장판사(1994) △변호사 이주영 법률사무소 변호사(1995) △16·17·18·19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사법제도개혁특위원장 △국회예결특위원장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여의도연구원장 △해양수산부 장관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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