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개혁 '문전처리' 내 손에…새누리 '조커' 주호영

[the300][국회의원 사용설명서] 주호영 새누리당 의원

박용규 기자 l 2015.03.31 06:14

그래픽 = 이승현 디자이너



“아버지 (연금을) 깎을지도 모르는데 도와 주세요”
작년 12월 30일 공무원연금특별위원장직을 수락하고 나서 주의원이 맨 처음 한 일은 퇴직 공무원인 아버지에게 전화한 것이다.

국회 특별위원회와 함께 '대타협기구'까지 구성해가며 정치권이 해법 마련에 진통을 겪고 있는 최대 난제 공무원연금개혁. 새누리당은 공무원연금개혁특위 위원장으로 현직 정책위의장이었던 주호영 의원을 임명했다. 

당직과 위원장을 겸임하지 않는 것이 국회의 관례였다. 더구나 현직 정책위의장을 위원장으로 내세울만큼 여당내에서도 이를 감당할 인물이 없었던 것이다. 본인도 연금수급자라며 고사했지만 주 의원은 결국 수락했다.

28일 공무원연금개혁대타협기구는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한채 마무리 협상을 위해 '실무기구'를 구성하기로 했다. 실무기구 논의를 이어받아 최종적으로 국회에 올라갈 법안을 확정하는 역할은 국회 공무원연금개혁특위가 하게 된다. 
작년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이끌어낸 '여당의 조커'로서 주 의원의 능력이 다시한번 발휘될지 주목된다. 

[그는 친이? 친박? → "난 법관 출신, 공정하게 할뿐"]
 
정치권에서는 주 의원을 흔히 '친이(親李)'계로 분류하지만 시작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2005년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일 당시, 당내에는 이른바 '흑기사단'이 있었다. 초재선 의원들 중심으로 술이 약한 박 대통령의 저녁 모임에 동참하던 의원들에게 붙여진 별명이었다.

당대표를 수행하고 안목을 넓히고자 했던 모임의 취지와 달리 '술상무'로 전락해버린 이 흑기사단은 단 한번 회합한 후 사실상 유야무야됐다. 주 의원은 이때만 해도 '친박 핵심'들인 유승민·김재원·유기준 의원들과 함께 이 흑기사단 멤버였다.

2007년 본격적인 대선레이스가 시작되면서 주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러브콜을 받는다. 주 의원은 "당시 후보자·이상득 전의원·이재오 의원등과 7번을 독대했다"면서 "대구 출신 의원으로 당시 박근혜 대표와의 인연이 있었지만 거절하기 어려워 이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고 돌이킨다.

주 의원은 스스로 "나는 친이·친박으로 사람을 가르지 않는다"고 강조한다."처신이 그런게 아니라 생각이 그렇다"는 설명이다.
주의원은 원내수석부대표 시절 호남 출신 친박 의원인 현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을 당시, 그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문화관광위원회에 배정해 주기도 했다. 주 의원은 "친이 친박을 떠나 호남에서 고생하는데 예산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세월호 특별법의 산파' → "법은 그만하면 됐어"]
이완구 현 총리는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나서면서 런닝메이트 정책위의장으로 주 의원을 지명했다. 주 의원은 원내대표 후보보다 먼저 출마선언을 해 세간의 눈길을 끌었다.
확실한 친박계 원내대표와 친이계 출신 정책위의장. 이들의 동거는 언뜻 이상해보이기도 하지만 당시 여의도 정가의 평가는 잘 맞을 것이라는게 지배적이었다.

주 의원의 정책위의장 활동은 세월호 특별법 협상에서 시작했고 세월호 특별법 통과로 끝났다. 52차례의 만남. 전대미문의 세월호 참사에 국회의 여야 협상은 험난했다. 시종일관 세월호 특별법 처리과정을 지휘했던 주 의원은 협상 중간 "세월호 사고는 교통사고"라는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지만 세월호 특별법의 산파와 다름없었다.

주 의원은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  "법으로는 그만하면 됐다. 나머지는 정부가 잘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유족들의 요구를 받아서 온 야당의 법안이 너무 치밀하지 못했고 국민감정을 헤아리지 못해 역풍을 맞은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고 법안 통과 당시를 조심스럽게 회고했다. 



[이제부터는 → 공무원연금개혁특위 위원장·정무특보]

이완구 당시 원내대표가 총리로 자리를 옮기면서 주 의원도 자연스럽게 정책위의장 자리를 내놨다. 신임원내대표체제로 19대 국회가 마무리 될 상황에 주 의원은 이제 정가의 중심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보였다.

새누리당은 이런 그를 다시한번 정국의 중심으로 불러냈다. 성공한다면 현 정부의 가장 큰 치적이 될수도 있는 공무원연금개혁특별위원장을 맡긴 것이다. 

청와대는 연이어 당정청 소통을 위해 주 의원에게 정무특보도 맡겼다. 야당은 현역의원들이 정무특보가 되는 것에 대해서 권력분립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주 의원은 "특보 안하면 여당은 대통령을 돕지 않는가"라고 반문한다. "내 역할은 밖에서 관찰한 민심을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것이고 이게 순기능이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그는 -> 독한 사람?]
 
1998년 주 의원은 영덕지방법원장 시절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다리가 부러지고 두개골도 부서지는 큰 사고였다.  부러진 다리를 질질 끌고 차에서 기어 나온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주변사람들에게 현장보존을 요청한 것이었다. "혹시라도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때 판사니깐 잘해줬다는 말을 들으면 안되니까"라는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사고 당시에 자신이 법원에 비상용으로 만들어 놓은 응급헬기구조 요령에 의해서 병원에 후송됐다. "여름철이 되면 7번국도는 주차장이 된다. 만약에 교통사고가 나면 병원에 가질 못하고 길에서 죽는거다. 그래서 인근 소방헬기를 응급시 사용할 수 있도록 법원에 요령을 만들고 직원 교육을 했다. 그리고 내가 첫 환자였다"고 말했다. 

17시간의 걸친 대수술과 3달의 입원후 주의원은 퇴원했다. "수술이 끝나고 깨어나니 참 편안했다"고 주 의원은 전했다. 평소 독실한 불교 신자로 알려져 있는 주 의원은 이것도 업보라고 말한다. "크게 보면 삶은 허무"라는 그는 "하화중생, 요익중생의 불교적 가치를 정치를 통해서 실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고민은? → 김부겸 상대는 누구?]
 
주 의원의 옆 지역구는 대구 수성갑이다. 현재 이한구 의원의 지역구이지만 이 의원은 일찌감치 20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상황이다.

지난 19대 선거에서 김부겸 전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40%의 득표율을 올렸다. 김 전의원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도 대구시장 후보로 나와 인지도도 높여놨다. 김 전의원이 만만치 않아 '대구에서 전남의 이정현'이 나올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이 지역 새누리당 후보의 공천이 대구지역의원들 뿐만 아니라 정가에서도 초미의 관심사다. 총선을1년 앞두고 옆 지역구의 상황에 그의 고민도 깊다.

[대표법안 → '성범죄교사 퇴출', 교육공무원법 개정안]
작년 12월 주 의원은 성범죄와 관련된 교사는 무조건 교육현장에서 퇴출하는 방안을 담은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법령에는 미성년자에 대한 성범죄의 경우만 결격사유인데 이를 확대한 것이다. 성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 뿐만 아니라,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까지도 교육공무원 결격사유에 포함해 이들 성범죄자들을 교단에 서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시키는 것이다.

주 의원은 "교사의 질적 수준이 나라 교육의 척도다. 교사의 도덕적 잣대는 더 엄중해야 한다"면서 "성범죄자의 경우는 이후 여하를 막론하고 교사의 자질이 없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요주의 → 친박 핵심과는 거리 있어]

정치권에서는 주 의원이 19대 국회에서 당의 중책을 맡은 것에 비해서는 현재 친박핵심들과의 교류는 많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3선임에도 전반기 국회에서 상임위원장을 맡지도 못했으며, 정책위의장의 경우도 계파지지보다는 대구지역 출신이라는 것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완구 총리가 재보선으로 19대 국회에 입성하기도 했지만 실제 두사람의 인연은 당시 지도부 구성 이전까지는 크게 없었다.

작년 7월 '세월호 교통사고 발언'은 그의 성격의 또 다른 단면을 보여준다. 현안에 대해서 유연한 것으로 보이지만, 마지막 판단은 '법적 정의'에 따른다. 법조인으로서의 장점이 정치인으로서는 넘어야 할 벽일수도 있다.


[프로필]
△경북 울진 출생(55) △제24회 사법시험 합격(1982년) △대구지방법원 영덕.상주지원장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 △한나라당 원내대변인 △제17대 대통령당선인 대변인 △한나라당 원내수석부대표(2008년) △초대특임장관(2009년) △여의도연구소장(2010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2014) △공무원연금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2015)

그래픽 = 이승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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