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선비 정치인 양승조 “충남 3선이 꽁으로 됐것슈”

[the300][의원사용설명서]양승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지영호 기자 l 2015.04.13 06:01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당의 실무를 도맡고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무총장 자리에 충남 천안 출신의 3선 양승조 의원이 내정됐을 때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 흘러나왔다. 문재인 대표와의 특별한 인연이 없는 양 의원이 사무총장에 내정됐기 때문이다.

문 대표가 약속해 온 ‘계파정치 청산’에 양 의원이 적임자라는 게 지도부의 판단이었다. 공천관리위원장이기도 한 양 의원에게 4월 재보선은 시작부터 위기를 맞았다. 천정배 전 장관에 이어 정동영 전 장관까지 탈당 후 출마를 강행하면서 새정치연합과의 대결을 피할 수 없었다.

양 의원은 천 전 장관을 향해 “문재인 대표가 당 대표가 되면서 계파주의를 불식시키고자 탕평인사를 실시했고, 재보선 4군데 모두 엄정한 경선을 통해 후보자를 확정했기 때문에 계파정치를 이 시점에서 비판하는 것은 마땅치 않다”고 했고, 정 전 장관에게는 “게(실리)도 구럭(명분)도 없다”고 몰아세웠다.

2월 전당대회 과정에서 분당 위기까지 내몰렸던 새정치연합은 양 사무총장의 발언을 통해 결속을 배가시켰다. 정 전 장관 이후 한 명의 이탈자 없이 4·29 재보선에 임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는 충남에서 내리 3선을 한 유일한 야당 의원이다. 열린우리당 창당 멤버로 17대부터 19대까지 천안에서 배지를 달았다. 특히 18대 총선에서 9%대 당 지지율을 극복하고 당선됐을 때 승리의 원동력은 ‘양승조 효과’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런 그에게도 숨기고픈 이력이 있다. 한나라당 당적을 4개월 가진 불편한 과거다. 2002년 지방선거가 끝나고 공석이 된 천안갑을 차지하기 위해 그는 한나라당에 입당한다. 당시 민주당은 지역구 위원장이 현역이었고,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3김 정치 타파’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원칙과 정도가 없고 돈에 관한 문제가 많은 정당이라는 것을 깨닫고 곧 탈당을 감행한다. 당시 이회창 후보의 당선확률이 60%가 넘을 때였다.

그는 “현실과 타협하고 굴복해 입당했음을 솔직히 고백한다”며 “태어나서 가장 잘한 결단 중 하나가 한나라당을 탈당한 것”이라고 서술했다.

이어 그는 정몽준 당시 대선 후보가 있는 국민통합21에 합류했다가 노무현 대선 후보와 단일화가 이뤄지면서 민주당과 연을 맺었다. 정 후보의 갑작스런 사퇴에도 노 후보 지지선언을 하면서 사실상 배를 갈아탔다.

  

[프로필]

△충남 천안(54) △중동고 △성균관대 법학 △사시 37회 △양승조법률사무소 변호사 △열린우리당 충남도당위원장 △열린우리당 인권위원회 위원장 △민주당 법률 원내부대표 △국가균형발전 및 행정중심복합도시대책 특별위원회 위원 △민주당 대표 비서실장 △17·18·19대 국회의원 △민주당 최고위원 △새정치민주연합 사무총장


양승조 새정치민주연합 사무총장.

[키워드-선비]

충청도 유학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언제나 상투 머리에 갓을 쓰고 다녔고 사랑채는 서당으로 사용됐다. 마침 유학을 근간으로 하는 성균관대에 입학한 것도 인연이다. 좀처럼 큰 소리를 내지 않는 성품이다보니 자연스레 ‘선비’라는 호칭이 붙었다.

유신헌법이 통과된 중학교 시절부터 주변의 황당한 사건(정부가 권장하는 통일벼를 심지 않았다고 못자리판을 뒤집다 사람이 죽어나간 일이나, 동네 살던 형이 형편이 어렵다는 이유로 절도범으로 몰려 사정없이 맞은 일)을 경험한 뒤 정치인을 꿈꾸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자기관리는 철저한 편이다. 변호사시절 브로커를 쓰지 않고도 천안에서 수임료 1위를 도맡으면서 해마다 4000만~5000만원의 종합소득세를 낼 정도로 소득신고에 엄격했다. ‘부동산을 구입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주변 유혹에도 집 한 채 외에는 부동산계약서에 사인하지 않았다. 당시 구입한 에쿠스 차량은 고속도로에서 멈출 때까지 타고 다녔다. 원혜영 새정치연합 의원의 누적주행거리 45만km 그랜저XG 승용차가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양 의원은 이보다 1만km를 더 탔다.

1959년생인 양 의원은 대학을 또래보다 6년 늦게 들어갔고 사법고시를 7번(37회, 연수원 27기)만에 합격하는 등 시험운은 좋지 않다. 한번 목표를 정하면 이뤄질 때까지 끊임없이 도전하는 우공이산(愚公移山)형.

2011년 중앙마라톤에 출전한 양승조 의원. 그는 이 대회에서 4시간33분에 완주했다./사진=양승조 의원실

어려서부터 허약한 몸을 극복하기 위해 마라톤을 취미로 삼은 것도 그의 끈질긴 성격과 무관치 않다. 초중등 때 달리기를 하면 꼴찌를 도맡았던 그다. 사법고시에 번번이 낙방하면서 약한 체력을 극복하기 위해 마라톤을 선택했다. 그는 2011년 중앙마라톤에 출전해 풀코스를 4시간33분에 완주한 것을 생애서 가장 가슴 벅찬 일이라고 회고한다.


2010년 세종시 문제 ‘원안 추진’은 그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대목. 22일간의 곡기를 끊고 세종시 원안사수를 고집했다. 원내에서 삭발과 단식투쟁을 감행해 소기의 성과를 얻어냈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 때 단식 때문인지 여전히 식사량이 예전의 3분의 2를 넘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대표법안-국민연금법]

국민연금을 꼬박꼬박 내고도 나중에 이를 받지 못한다면 얼마나 억울할까.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이런 일이 있었다.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그 예다.

3~4년 일하고도 고국으로 돌아갈 때, 그들이 낸 보험료를 돌려받지 못한 채 떠나야 한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월급에서 4.5%씩 납부금액은 똑같았다. 연금을 주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상호주의에 의해서였다. 상대국가가 안주니 우리도 안준다는 논리였다.

양 의원은 17대에서 외국인 근로자에게 국민연금의 반환 일시금을 지급하고, 못 받은 근로자에게 소급적용을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양 의원은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우리나라 국민이 동남아 기업에 가서 일하는 근로자가 얼마나 되겠나”라며 “(외국인 노동자의 국민연금은) 문명국가로서 당연히 지급해야 할 돈”이라고 강조했다. 이 법은 2007년 4월19일 통과됐다.

또 하나가 있다면 수감자들의 건강보험 유지를 다룬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이다. 수감되는 순간부터 보험료를 착실히 낸 사람도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을 받을 수 있도록 바꾼 내용이다. 그가 낸 1호 법안으로 2005년 6월 통과됐다.

양승조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

[그의 사람들-손학규]

2010년 10월 전당대회 이후 손학규 당시 대표로부터 비서실장 제안을 받고 나서 손의 사람이 됐다. 엄동설한에 손 대표의 전국 민주대장정을 수행하면서 그의 진가를 확인했다.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간 날 천안역 공중화장실에서 노숙인과 함께 양치하던 일, 원주에서 노숙투쟁하는 날 공중목욕탕에서 손학규 닮은 사람으로 지목됐던 일 등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봉사를 하러 가면 카메라와 사람들이 떠나도 끝까지 땀을 흘리며 일을 완수하는 것을 보고 그의 진정성을 믿게 됐다”고 털어놨다.

지난 18대 대선에서는 손학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 캠프에서 직능총괄본부장을 맡았다. 손 대표는 문 대표에게 패하면서 꿈에 그리던 대통령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당내 계파 역시 손학규계다. 신학용, 조정식, 김동철, 오제세, 이찬열 의원 등과 친분이 있다. 계파수장이 정계은퇴를 한 상황이어서 계파색이 옅어졌다는 평가다.

충남 출신 이해찬 전 대표 등 친노(친 노무현) 진영과도 친분이 두텁다. 2007년 17대 대선 당시 당 대선후보 경선주자로 나선 이해찬 전 총리의 총무부장 겸 캠프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연관검색어-골프]

그는 골프를 치지 않는다. 변호사시절 아파트 뒷산 사설 미니골프장에서 2달 동안 배운 적이 있지만 체질에 맞지 않아 그만뒀다. 변호사 때부터 안쳤으니 의원생활하면서는 골프채도 잡지 않았다고 한다. 골프장에 간 일이라고는 대회 축사하러 갔을 때가 전부다.

2009년 1월9일 정기국회 본회의가 끝나고 주말을 이용해 민주당 의원 9명이 태국 여행을 갔는데 이게 ‘해외 골프 외유’로 보도됐다. 갑자기 잡힌 임시회의로 인해 회기 중 골프를 친 셈이 됐다. 동생의 리조트를 잡은 박기춘 의원을 비롯해 이강래, 노영민, 박영선, 우윤근, 전병헌, 주승용, 최규식, 양승조 등 9명의 의원들에게 제명 요구가 쏟아졌다.

이에 대해 양 의원은 자신의 자전 에세이에 “우리 가족들은 최규식 의원 부부와 함께 일행과 떨어져 여행을 다녔다”며 “숙소는 한국 여관보다 못했고 식사도 한끼에 5000원 정도였다”고 항변했다.


2010년 10월, 단식 21일차에 양승조 의원은 정운찬 당시 국무총리를 향해 국회 대정부질문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양승조 의원실

[이 한 장의 사진-정운찬 총리 대정부질문]

2010년 10월, 세종시 수정안 저지를 위해 단식을 18일차째 하고 있던 양 의원에게 한 통의 우편이 날아들었다. 세종시 수정안 통과의 총대를 멘 정운찬 총리가 보낸 저녁식사 초대장이었다.

이 때까지 총리실 누구도 양 의원을 찾지 않은 상태에서 목숨을 건 단식을 하고 있는 양 의원에게 ‘밥먹으로 오라’는 메시지가 전달 된 것이다.

3일 뒤인 단식 21일차. 그는 국회 대정부질문을 통해 설욕한다. 휠체어에 몸을 맡긴 채 동료 의원들의 도움을 받아 힘겹게 단상에 올랐지만 그의 질의는 송곳같았다.

그는 “단식하는 사람에게 음식이야기는 금물이란 걸 아시느냐”며 “충청인들은 정 총리를 ‘매향노 총리’, 속을 알 수 없는 ‘양파 총리’라 부른다. 급기야 ‘세종시 세일즈맨’이란 비아냥도 나온다”고 몰아세웠다.

이 질의를 마치고 그는 앰뷸런스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됐다.

[이 사람의 한마디-“박근혜 대통령, 박정희 전철 밟을 수 있다.”]

2013년 12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초선 비례대표)의 트위터 글이 화제가 됐다. 현역 의원 최초로 ‘대선결과 불복 선언’을 하고, 박 대통령 사퇴와 대통령 보궐선거 실시를 주장해서다.

비례 여성 초선 위원의 개인적 선언으로 끝날 수 있었던 상황에서 양승조 당시 민주당 최고위원이 가세하면서 정국은 급속도로 냉각됐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한 것이 문제가 됐다.

양 의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중정이라는 무기로 공안통치와 유신통치를 했지만 자신이 만든 무기에 의해 암살당하는 비극적 결과를 예상치는 못했을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교훈을 타산지석 삼아야 한다. 국정원을 무기로 한 신 공안통치와 신 유신통치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경고를 새겨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민주당과 극한의 대립각을 세우게 된다.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은 양승조 의원의 발언은 “대통령에 대한 언어 살인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무서운 도전”이라고 책임을 추궁했고, 새누리당 소속 155명 전원은 양 의원과 장 의원을 나란히 의원직 제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규탄대회는 한차례 열린 뒤 흐지부지됐고, 윤리특위에 오른 징계안은 처리되지 않았다.

그는 “내 발언이 제명사유에 해당한다면 다수당의 힘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했듯이 제명하라”며 오히려 강하게 맞섰다.

[요 주의!-양승조법?]
치과협회와 네트워크 치과인 유디치과의 반값 임플란트 문제로 불붙은 논쟁에는 항상 양 의원이 거론된다. 일명 ‘양승조법’이라 불리는 의료법 개정안은 지난 2011년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은 의료 공공성 제고를 위해 의료인 1인 1의료기관 개설 원칙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대해 대표적인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은 ‘국민건강을 무시한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치과의사 한명이 여러 곳의 치과를 개설하는 것이 금지되면서 비교적 값이 싼 네트워크 치과들도 운영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2015년 3월 유디치과는 치과협회를 상대로 조직적으로 영업방해를 받았다며 3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유디치과는 양 의원과 주승용 의원이 치협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일종의 ‘입법로비’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고액 후원금 내역 자료에 따르면 치협은 양 의원에게 3422만원을 후원했다.

이와 관련해 양승조 의원 측은 “후원금은 모두 영수증 처리가 된 것이고 검찰이 치협에 압수수색에 들어갔지만 정치권과 연루된 흔적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의료사고 발생시 책임을 지울 수 없는 문제와 의료 민영화를 막기 위한 법이지만 당장 타격을 입은 네트워크 치과 입장에선 눈엣가시 법안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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