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선효녀' 둔 박광온, 문재인도 김한길도 그를 찾는 이유

[the300][국회의원 사용설명서]박광온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비서실장

배소진 기자 l 2015.08.12 05:40

편집자주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과 관심사, 경력을 입체적으로 분석해 드립니다. 의원의 경쟁력과 정치적 미래, 뿐만 아니라 국민의 '심부름꾼'을 어떻게 '사용'해야 우리 사회가 한걸음 나아가고 우리의 삶이 업그레이드 될 수 있을지, 분야별 '파워분석'을 통해 보여드립니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박광온씨가 안유명한 것도 아니지만 유명한 것도 아닌 사람이 된 이유는 솔직히 못생겼기 때문…"

"박광온씨는 좀 재미없을 정도로 올곧고 정직한 사람이지만, 일을 굉장히 잘하고 사리사욕과 기호가 거의 없는 도화지 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제가 지역구민이라면 한 번 정도는 뽑아봄직하다 보고있다."

 칭찬인지 '디스'(무례·disrespect의 줄임말) 모를 충격적인 선거운동이었다. 지난해 7.30 재보궐선거에서 재기발랄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메시지로 딸이 더 유명해지는 바람에 '랜선효녀'의 아버지로 국회에 입성한 박광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1년이 지난 지금 '박광온'은 당에서 빼놓기 어려운 이름이 됐다. 지난 5월 원내부대표단에 이름을 올리더니 지난달에는 문재인 당대표의 비서실장으로 임명되며 중앙정치 활동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2011년 MBC를 퇴사하고 이듬해 정치권에 발을 들였을 때부터 박 의원은 '통합' 전문 대변인이었다. 2012년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의 단일화 협상, 지난해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안 의원 측 새정치연합의 통합 결의에 이르기까지, 문재인도 김한길도 '대변인 박광온'을 찾았다.

정치신인에 불과한 박 의원이 '친노'와 '비노' 두 수장격 의원에게 신뢰를 받은 비결으로는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정제된 표현을 사용할 줄 아는 매너, 그리고 섣부르게 입을 열지 않는 진중함이란 평가다. 낙천적이고 둥글둥글한 성격으로 계파를 뛰어넘는 친화력을 갖고 있다는 점도 국회 입성 후 그를 중앙무대로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계파 갈등이 좀처럼 봉합되지 못하고 잡음이 나고 있는 당내상황에 대해 박 의원은 '강물론'을 설파한다. 모든 더러움도 다 포용해 정화시키는 강의 힘이야말로 새정치민주연합이 반드시 배워야 할 점이라는 것이다. 

"강물은 작은 샘에서 시작해 흘러내려오면서 주변 흙탕물도 합류하고 빗물도 합류하면서 거대한 흐름을 형성한다. 청탁을 가리지 않고 모두 주류가 되다보면 결국 흙탕물도 정제되고 맑아진다. 산도 마찬가지다. 꽃도 있고 독초도 있고 새도 있고 거미도 있다. 큰 나무, 작은 나무 등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면서 하나의 공동체가 된다. '넌 나랑 다르니 빠져라'고 하는 건 민둥산이지."

7.30재보궐선거에서 경기 수원정에 당선된 박광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해 8월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애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28년 방송기자…그는 왜 정든 직장을 떠났나]
박 의원은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곧바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사회부, 국제부, 정치부 등을 거치며 수많은 경험을 했다. 

경력도 화려해서 청와대 출입기자, 도쿄특파원을 역임했고 방송사 간판 프로그램인 '9시뉴스데스크' 앵커 '100분토론' 사회자로도 활약했다. 2008년에는 보도국장에까지 오르는 등 방송기자로 거칠 수 있는 모든 '요직'은 다 거쳤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대로 회사에 머물렀다면 더 높은 자리까지 올라갈 가능성도 얼마든지 열려있었다.

전도유망한 기자가 정든 직장을 떠나게 된 것은 보도국장 시절 통과된 일명 '미디어법'이 계기가 됐다. 'MB정부의 방송장악을 위한 악법'이라며 사내 반대투쟁에 앞서다 보도국장직에서 해임을 당했다. 

정년이 꽤 남은 상황에서 그리고 미래가 확실히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표를 내는 건 당시 회사 분위기에서 흔치 않은 일이었다. 그만큼 미디어법 통과는 박 의원의 인생을 통째로 뒤흔들어놨다. 

 '언론인으로서 이 현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박 의원의 결심은 가족들의 인생까지 뒤흔들었다. 평범한 삶을 원했던 가족들은 박 의원의 정치입문 선언에 충격을 받았고 격렬히 반대했다. 아내는 '집을 나가겠다'고 협박했을 정도다.   

어떻게 가족들의 마음을 돌렸는지 묻자 박 의원은 "한 인디언 추장이 기우제만 올리면 비가 온다. 그 비결이 뭘 것 같냐"고 되물었다. 답은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올리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주의의 후퇴, 언론가치 훼손이라는 것을 바로잡겠다는 대의를 정한만큼 어떤 반대가 있어도 끝까지 뚝심있게 가보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는 얘기다.

[키워드 →조세정의]
국회에 입성한 뒤 경제정책 전반을 다루는 기획재정위원회에 배치된 박 의원이 새롭게 관심을 가진 분야는 '조세정의'다. 

소득이 높을수록 그에 합당한 세금이 부과되는 구조가 되면 중산층 역시 단돈 1만원을 벌어도 세금을 내는 것이 아깝지 않게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하지만 소득격차해소 기능이 크게 떨어지는 현재 정부의 각종 경제정책과 조세제도는 오히려 우리 사회의 소득양극화를 조장하고 있다고 본다.

당 정책기조인 '포용적 성장'에 대한 믿음도 공고하다.

"여성이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남성에게 뒤쳐지지 않는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육아환경과 노동환경이 개선돼야 한다. 청년층이 보다 쉽게 일자리 기회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중장년 세대가 보다 경제활동에 오래 참여할 수 있도록 노동환경과 연금체계가 바뀌어야 한다. 서민중산층에 대한 복지혜택을 늘려 사회비용을 줄여주고 그 비용을 소비로 연결시켜야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해소하고 중소기업이 성장하는 공정한 시장경제가 확립돼야 한다."

그가 생각하는 포용적 성장의 핵심이다. 이 모든 것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모두에게 주어지는 기회의 형평성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이것이 바로 1년차 '새내기' 국회의원 박광온이 앞으로 정치인생에서 이뤄내고 싶은 '대의'다. 
 



[이 한장의 사진]

그 기자로서 수많은 역사의 현장을 다녔지만 그 가운데서도 1989년 11월 베를린장벽 붕괴 현장은 그가 결코 잊을 수 없는 장면이다. 


[대표 법안]
군인사법 개정안= 박 의원이 모든 근로자와 공무원의 '난임휴가'를 보장하기 위해 발의한 '세트법' 중 하나로, 그가 발의한 법안 중 본회의를 통과한 첫 법안이기도 하다.

그동안 국방부는 난임치료를 신청한 군인들을 '심신장애'로 분류해 휴직을 권고했다. 이로 인한 인사상 불이익을 우려한 다수 난임 환자들이 치료를 포기해왔으나 지난 5월 법안이 통과돼 앞으로는 최대 2년까지 난임치료를 위한 휴직을 할 수 있게 됐다.

[관심 정책]
'난임휴가'보장법은 박 의원이 발의한 수많은 저출산대책 시리즈 중 하나일 뿐이다. 그가 지금까지 발의한 30개 법안 중 19건이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것으로, 저출산 대책 '끝판왕'으로 불릴 정도다.

박 의원은 '일하는 엄마'들이 많아지는 것이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 해결의 시발점이라고 본다. 여성들이 아이를 낳고도 마음놓고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는 설명이다. 고학력 젊은 여성들이 출산·육아 문제로 일을 그만두지 않게 되면 그만큼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드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이처럼 사회 전반적인 구조를 바꾸는 건 하루아침에 될 일이 아니다. 그래서 박 의원은 국회에 입성하자마자 우선 할 수 있는 작은 부분부터 하나씩 고쳐나가 보겠다는 결심을 했다.

먼저 경력단절 여성이 중소·중견기업에 재취업할 경우 5년간 소득세의 50%를 감면해주고 이들을 재고용한 회사에 대해서도 인건비의 20%를 공제해주는 '경력단절여성 재취업 지원'방안을 내놨다.

또 현재 급여의 40%, 최대 100만원으로 제한하고 있는 육아휴직 급여를 월 최저임금 수준인 116만원으로 인상하는 법안을 발의했으며,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사업장 규모와 관계없이 근로자 보수가 140만원 이하일 경우 고용보험료의 50%를 정부가 지원토록 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이밖에 산모우울증 치료 국가지원, 도시계획 수립시 '보육기관' 의무설치, 국공림 어린이집 확대 및 민간어린이집 보육료 현실화, 동네산부인과 출산시 입원비 건강보험 적용, 공공기관 경영공시에 난임휴가 및 육아휴직·출산휴가 실태 반영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을 잇따라 발의한 상태다.

[그의 사람들]
◇ 'MBC' 사람들= 새정치민주연합 당내에는 MBC 출신 의원들이 상당수 포진해 있다. 원내대표를 역임한 박영선 의원은 박 의원의 회사 1년 선배다. 기재위에서도 함께 활동하며 두터운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신경민 의원은 박 의원이 MBC 보도국장이던 시절 '9시뉴스데스크'앵커를 맡으며 함께 호흡을 맞추던 사이. 노웅래 의원 역시 민주당 시절 당 사무총장과 대변인으로 함께 당직을 맡은 인연이 있다.

◇ 김진표= 김진표 전 의원은 경기도지사에 출마를 선언하며 자신의 지역구를 정치 초년생 박 의원에게 물려줬다. 지역에서 내리 3선을 하며 기반이 탄탄한 김 전 의원은 7.30 재보궐 선거 내내 자신의 선거유세처럼 박 의원을 도왔다.  

◇ 엄홍길= 올해 초 박 의원은 산악인 엄홍길 대장과 함께 국회에서 열린 '라이스버킷챌린지'에 동참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엄 대장이 히말라야에서 조난당한 대원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조직한 '휴먼원정대'에 필요한 후원금 모금에 당시 MBC 도쿄특파원이던 박 의원이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의 인연으로 박 의원은 현재 네팔 오지에 학교를 세우는 '휴먼재단'의 이사도 맡고 있다.

[요주의!]
수원시정 지역구는 평소 야당 지지세력이 공고하던 지역으로 평가받지만 지난해 7.30 재보궐선거에서 박 의원은 새누리당 임태희 후보에게 5000여차 '신승'했다. 천호선 정의당 후보가 선거 직전 전격 사퇴를 선언하며 사실상 야권연대가 성사된 데다 '김진표 아바타' 전략과 '랜선효녀' 돌풍까지, 모을 수 있는 호재는 모두 싹싹 끌어모은 셈이다.

숨 돌릴 새도 없이 지역구 수성에 나서야 할 박 의원으로서는 이제 '차·포'를 모두 떼고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켜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 특히 수원의 경우 갑·을·병·정 모두 인구수가 증가하고 있어 선거구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각 선거구가 '헤처모여' 방식으로 재편될 경우 어느 지역을 떼내야 할 지를 놓고도 고심이 깊다.

[프로필]
△1957년 전남 해남군 출생 △해남 현산초 △광주 동성중 △광주상고(현 동성고) △고려대 사회학과 졸업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석사 △MBC 보도국 기자 △MBC 도쿄특파원 △MBC 보도국 국제부 부장 △보도국 통일외교부 부장 △MBC 보도국 국장 △제18대 대통령 선거 민주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 △민주당 홍보위원장 △민주당 대변인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 △제19대 국회의원(경기 수원시정)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부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비서실장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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