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다른 예산은 1000억도 '가뿐', 세월호특조위는 1억도 '진통'

[the300]與 의원, 특조위 예산심사에 엄격 잣대…특조위 업무 파악안된채 반대하기도

박다해 기자 l 2015.10.25 15:36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은 지난 4월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우남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농해수위는 이 자리에서 '세월호 선체의 온전한 인양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의결했다. /사진=뉴스1


#10월 2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예산심사소위원회, 농림축산식품부 '신선농산물수출지원' 예산 심의과정
 
▷박민수 예산심사소위원장
원료구매자금 3100억원 중에 1255억원을 집행못했는데 어떻게 더 증액해서 올리나. 구매자금 두 배 이상 사용할 수 있나. 그걸 예측을 해야지. 잠정적으로 (구매자금이) 없으니까 그냥 더 추가하는거냐.

▷김종태 새누리당 의원
엔화가 떨어졌다는데 이해하자. 수출 증대하겠다는데…이건 관점의 문제다. 수출 예산은 점점 더 확대해서 정부서 노력하도록 해야지 국제상황 때문에 안될 때도 있다. 그럼 정부에 독려해야한다고 본다. 
 
▷안상수 새누리당 의원
예측 잘 하고 집행 잘 하라고 하자.
 
▷박민수 예산심사소위원장
(예산을) 올려도 올해는 1000억 남고 내년에 2000억 남겠죠. 그럼 내후년에 엔화 낮아지면 (더 남을 것)…저 빼놓고 다 원안 유지니까 정부원안대로 가겠다. 집행률 맨날 떨어지고 지적당하면서 이렇게 예산편성해오면 농식품부가 문제다.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이어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예산심사소위원회에선 대대적인 예산 증액이 이뤄졌다. 소관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예산 가운데 연례적으로 집행률이 부진하거나 성과율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일부 의원들이 감액 의견을 제시한 사업 예산도 대부분 정부 원안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증액되기도 했다.
 
농식품부 예산안은 정부 원안보다 무려 1조 5000억원 가까이 늘어난 채 의결됐고 해수부 예산안 역시 증액을 요구한 99개 사업 대부분 별다른 검토없이 의원들 요구대로 증액됐다.
 
일부 사업은 적절한 산출 근거없이 무작정 '500억', '1000억' 단위로 '마구잡이'식 증액이 이뤄졌다. 이는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예산을 증액해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사과정에서 대부분 다시 감액되기 때문이다. 전체 예산 가운데 농어업분야 예산 비중이 적은 상황에서 예결위에서 조금이라도 '협상력'을 높여준다는 명목으로 '일단 늘려주고 보자'는 식의 심사가 되풀이된 것. 

대부분 농어촌 지역구를 기반으로 하는 농해수위 의원들의 특성상 농어업분야 예산이 늘어나면 의원들에게도 피차 이득이 된다. 특히 지역구 관련 예산 증액 요구는 별다른 검토없이 일괄적으로 증액의견대로 통과됐으며 성과가 떨어지는 사업들도 '정부 격려 차원'에서 정부요구를 그대로 반영했다. 
 
더없이 관대했던 증액심사는 '4·16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예산심사에서 돌변했다. 특히 새누리당 의원들은 노골적으로 각 세부 항목마다 산출근거자료를 요구하며 감액을 주장하고 나섰다. 일부 의원이 증액 의견을 제시하고 소관 부처가 이를 수용한다는 의견을 밝히면 일괄적으로 증액시켰던 다른 부처심사와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었다. 

이종배 새누리당 의원은 세월호특조위의 출장횟수를 줄여야한다고 주장하며 소속 조사관의 경력을 모두 제출해달라고 요구했고 같은 당 이이재 의원은 특조위가 현장에서 다시 정리해 제출한 선체조사 관련 예산을 두고 "이렇게 주먹구구식 예산은 국회의원의 양심을 걸고 (심사를) 못하겠으니 세부내역을 제출하라"고 했다. 
 
특조위는 당초 세부내역을 포함한 선체조사 예산을 제출했지만 현장에서 해수부 예산과 중복된다는 여당 의원들의 반발이 계속됐다. 이에 박민수 예산심사소위원장이 해수부와 겹치지 않는 일부 항목만 추려서 삭감한 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했고 특조위는 여당 측 의견을 반영, 삭감된 예산안을 다시 제출했다. 
 
이를 두고 "30분 만에 만든걸 어떻게 (심사) 하냐"는 지적이 이어진 것이다. 앞서 다른 부처 예산을 심사할 때 사업의 적절성에 대한 판단없이 즉석에서 수십억, 수백억씩 증액요구를 했던 모습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예산 삭감을 위해 필요한 자산을 취득하는 대신 '리스'(임대)를 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김종태 새누리당 의원은 "조사에 필요한 자료를 조사관들이 공유하고 보안을 강화하려면 정보관리시스템이 구축, 운영돼야하는데 비용이 (정부안에) 반영 안 돼 있다"는 이헌 특조위 부위원장의 말에 "나중에 처리할 때 문제가 되니 자산을 리스하라"고 했다. 
 
해당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야당 의원들이 증액을 요구한 예산은 3억 1000만원이다. 이헌 부위원장이 "활동기간이 1년밖에 안되다보니 리스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 자산취득방식으로 (신청)한 것이고 활동기간이 종료되면 해수부로 관리전환된다"고 설명했지만 이종배 새누리당 의원은 "일반적인 이야기를 뭐하러하냐"며 면박을 주기도 했다.
 
'세월호특별법'(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에 명시된 특조위의 업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무작정 반대하는 경우도 반복됐다. 
 
김종태 새누리당 의원은 '국민참여형 안전시스템 프로토타입 개발' 사업에 1억 5000만원의 예산을 요구한 것을 두고 "안전시스템은 특조위에서 할 사항이 아니라 정부에서 하는 것"이라며 "진상조사에 치중해야지 왜 남의 업무까지 하나. 국민안전처 예산을 확보해야하는 일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현행 '세월호특별법'은 법명에 '안전사회건설'을 명시하고 있을 뿐 아니라 특조위의 업무로 '재해·재난의 예방과 대응방안 마련 등 안전한 사회 건설을 위한 종합대책 수립'을 규정하고 있다. 관련 업무를 위해 국민안전처 소속 공무원이 특조위에 파견되기도 했다.

역시 특별법에 특조위 업무로 명시돼있는 청문회 관련 예산을 두고도 김종태 의원은 "청문회를 통해 사고가 조사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거(청문회) 할 때마다 방만한 예산편성을 한다는 소리를 들으려고 하냐"고 비난했다. 

재난관리 우수 국가의 전문가를 초청, 현장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재난 및 피해자 트라우마 대응 방안을 교육하는 '피해자지원대책 종합학술대회' 예산을 논의할 땐 사업 내용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음에도 필요없는 예산이라며 '윽박지르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특조위 실무 관계자가 "저희가 해외사례를 조사해 생산한 정보를 책으로 남겨도 (재난대응) 매뉴얼로만 남을 뿐이지 공무원들이 읽으라는 법이 없다. 그런데 현장 공무원들도 재난이나 트라우마(대처방안)를 몰라서 본의아니게 (피해자들에게) 계속 상처를 주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며 "(이 사업은) 현장 공무원을 변화시키기 위한 행사"라고 설명했지만 김종태 의원은 "왜 이런 행사를 해서 (피해자) 아픈 가슴을 자꾸 더 아프게 하냐", "피해자 아픈 사람을 더 공개적으로 아프게 하는게 아니다"라며 동문서답을 반복했다. 
 
특조위 관계자가 해당 사업은 직접적인 세월호참사 피해자가 아닌 공무원들을 위한 교육이라고 거듭 설명했지만 김종태 의원은 "제가 직설적으로 (말을) 해야되냐. 제가 참는다"라며 관계자의 설명을 막았다. 결국 해당 사업에 필요한 1억 1600만원의 예산은 전액 삭감된 채로 의결됐다.
 
여당 의원들의 이같은 '꼼꼼한' 증액심사는 특조위 예산이 의결된 뒤 해수부 예산을 재심사하는 과정에서 다시 180도 바뀌었다.
 
신정훈 새정치연합 의원이 해수부의 인양선체 관리 예산 가운데 이미 의결된 특조위 예산과 중복되는 예산 10억원을 감액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김종태 의원은 "공무원들이 의도적으로 불용시키려고 노력을 하진 않을테니 (감액하지 말고) 쓸 수 있도록 하자", "예산을 편성하는데 너무 디테일한 것 가지고 갑론을박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반박, 결국 정부요구안대로 해당 예산을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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