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손발 묶인 선거구획정위…무늬만 '독립기구'

[the300]정치권 논의에 얽매이는 구조…독립기구로서 권한 활용 못해

박경담 기자 l 2015.11.13 15:34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 논의를 위한 여야 지도부 4+4 회동을 마친 후 귀빈식당을 빠져나오고 있다. 여야 지도부는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된 본회의를 마친 후 다시 만나 논의를 이어간다. 2015.11.1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 논의를 위한 여야 지도부 4+4 회동을 마친 후 귀빈식당을 빠져나오고 있다. 여야 지도부는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된 본회의를 마친 후 다시 만나 논의를 이어간다. 2015.11.1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선거구획정안이 법정처리시한인 13일 국회를 통과하지 못함에 따라 선거구획정위원회 역할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선거구획정위가 독립기구로서 자신의 지위를 활용하지 못한 채 정치권 논의에 손발이 묶였다는 지적이다. 

선거구획정위는 획정위 안을 법정제출시한인 지난 달 13일까지 국회에 제출하지 못하며 사실상 활동을 종료했다. 이후 한 달 동안 선거구획정 관련 논의를 돌이켜보면, 선거구획정위 활동은 거의 전무했다. 유일한 활동은 정치권을 향해 재차 선거구획정 기준을 내놓으라고 한 것 뿐이다.

독립성을 상실한 선거구획정위 활동은 당초 예견된 일이었다. 획정 작업의 전제 조건인 의원 정수, 지역구·비례 의석 비율 확정 등이 국회결정할 사안이라 정치권 논의에 얽매일 수 밖에 없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선거구획정위는 자체 획정안을 밝히겠다고 강조했으나 이 달 들어 선거구획정 논의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여야 지도부로 격상되면서 개입할 틈을 찾지 못했다.

선거구획정위는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도 십분 활용하지 못했다. 대표적인 게 지난 9월 선거구획정위가 내년 총선 지역구 수를 244~249석 범위 내에서 결정하겠다고 한 자체 발표다. 이는 현행 246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안으로 선거구획정위의 제한된 권한과 위상을 확인시켜줬다. 더군다나 정치권이 선거구획정 논의 과정에서 선거구획정위 제시안을 고려 대상으로 여기지 않으며 선거구획정위의 위상은 추락했다.
중앙선거관리위 산하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 김대년 위원장이 10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합의안 도출 실패와 관련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헌정 사상 최초로 독립기구로 설치된 획정위는 지역구 및 비례대표 의석수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인 끝에 내년 4월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 획정안을 선거법에 따른 기한(총선 6개월 전)인 13일까지 국회에 제출하지 못하게 됐다. 2015.10.1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선거구획정위가 제 역할을 못함에 따라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선거구획정위의 구성방식을 문제 삼으며 조직 개편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9명의 획정위원 중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추천인 김대년 위원장을 제외한 여야 추천 위원이 각각 4명씩이어서 합의(2/3 이상 찬성)가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구획정위를 식물 위원회로 만든 공직선거법 24조는 개정돼야 한다"며 "선거구획정위는 여야가 완전히 협의를 안하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정책위의장은 획정위원을 중앙선관위와 여야 교섭단체가 각각 3명씩 추천하고 의결요건을 2/3에서 과반으로 완화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야당은 선거구획정위에 모든 책임을 돌리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며 여당 제안이 부정적인 분위기라 공직선거법 개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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