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분노…아버지는 '폭탄주', 딸은?

[the300] [이상배의 이슈 인사이트] 역대 대통령들의 성격과 스트레스 해소법

이상배 기자 l 2015.11.16 05:40


제5공화국 시절 일이다. 전두환 대통령에게 한 장관이 찾아왔다. "이 프로젝트만 성공하면 각하의 위대한 업적으로 남을 것"이라며 예산 배정을 요청했다. 전 대통령은 반가운 마음에 즉각 특별예산 배정을 지시했다. 얼마 후 전 대통령이 그 장관에게 경과를 물었다. "죄송합니다. 다른 일이 밀려 그 프로젝트는 아직 손도 못 댔습니다." 전 대통령은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구둣발로 그 장관의 정강이뼈를 걷어차 버렸다.

전 전 대통령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화다. '보스' 기질이 강했던 그는 부하들을 화끈하게 챙겼던 만큼 화가 날 때도 물불을 안 가렸다. 

같은 군인 출신이지만 노태우 전 대통령은 달랐다. 화가 나도 웬만하면 속으로 삭였다. 물론 참모들에게 화를 낸 경우가 없진 않았지만 '물태우'란 별명답게 대체로 부드러운 이미지를 유지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성격이 불 같기론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였다. 한번 화가 나면 청와대 참모들을 쥐 잡듯이 잡았다고 한다. 이원종 전 정무수석, 홍인기 전 총무수석 등 이른바 '한 성격'하는 참모들도 YS 앞에선 고양이 앞의 쥐였다. 

냉철한 이미지의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도 특유의 꼼꼼함과 해박함 때문에 참모들이 두려움에 떨었다. 보고를 받다가 오류를 발견하면 좀처럼 넘어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호되게 질책해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직선적인 성격 답게 화를 잘 냈다. 특히 중요한 현안이 빨리 보고되지 않을 때 가장 크게 화를 냈다고 한다. 하지만 뒤끝은 없었다.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대통령이 받는 스트레스를 일반인들로선 상상하기 힘들다. 문제는 대통령이 스트레스 탓에 판단이 흐려질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라는 점이다. 청와대 참모들의 가장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가 '심기 보좌'라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역대 대통령들도 저마다 스트레스 해소법을 갖고 스스로 심기를 관리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골프를 쳤고, 노태우 전 대통령은 테니스를 즐겼다. YS는 등산을 좋아했지만 임기 중엔 청와대 경내에서 조깅을 즐겼다. 다리가 불편했던 DJ는 운동 대신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커피를 마셨다. 하루에 10잔 가까이 마시는 날도 있었다고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말로 스트레스를 푸는 스타일이었다. 그래도 화가 안 풀리면 한 잠 푹 자고 털어냈다고 한다. 술은 즐기지 않았고, 담배는 끊다시피 했지만 나중엔 참모들에게 한대씩 얻어 피웠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막걸리에 소주나 맥주를 탄 폭탄주로 스트레스를 풀었다. 특히 1974년 육영수 여사를 잃은 뒤 술자리가 잦았다. 집권 후반기엔 시바스리갈 등 위스키를 마시는 경우도 늘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떨까? 취임 전 박 대통령은 매일 아침 국선도의 단전호흡으로 심신을 가다듬었다. 요가도 박 대통령의 오랜 취미다. 그러나 취임 후엔 단전호흡이나 요가를 하는 횟수가 부쩍 줄었다. 그럴 여유가 없어서라고 한다. 박 대통령의 스트레스 관리가 걱정되는 이유다. 가족도 없는 관저 생활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박 대통령은 10일 국무회의에서 "법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사정하는 것도 단지 메아리 뿐인 것 같아 통탄스럽다"고 했다. 국회에 대한 절망과 분노가 느껴지는 표현이다. 

누구에게나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한 취미 한가지씩은 꼭 필요하다. 하물며 국가를 짊어진 대통령은 오죽하랴. 비단 단전호흡이나 요가가 아니라도 좋다. 이번 터키·필리핀·말레이시아 다자 정상회의 순방 길에 하다못해 향기 좋은 허브 차라도 사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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