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합시다]"심상정, 합리적 진보세력의 대표 목소리"

[the300]유승민 새누리당 의원 추천

김세관 기자 l 2015.12.07 06:02

편집자주 그 사람에 대한 평가는 누구보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잘 압니다.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머니투데이 the300이 한 달에 한번 '칭찬합니다' 코너를 선보입니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서로 상대 당 의원 가운데 칭찬해주고 싶은 의원들을 지목하면 the300이 찾아가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칭찬합시다'는 머니투데이가 매월 발행하는 입법국정전문지 'the leader(더 리더)'에도 실립니다.

사진=머니투데이.


'국회의원 칭찬합시다' 코너의 열여섯 번째 주인공은 경기 고양덕양갑의 심상정 정의당 의원으로 선정됐다.

심 의원을 추천한 사람은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다. 유 의원은 "심 의원은 합리적인 진보 세력의 목소리를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유 의원은 "심 의원을 처음 본 건 17대 국회의 재경위(현 기획재정위원회)였는데 깜짝 놀랐다. 노동전문가인줄은 알았지만 경제부처를 상대로도 누구보다 깊이 있고 날카로운 질문들을 했었다"며 "요즘도 대표연설을 하거나 (상임위서) 질문하는 걸 유심히 보고 공부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 의원은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이후 정의당과 같은 합리적 진보 세력이 국회에 남아서 목소리를 내 주는 건 정치발전을 위해 좋은 일"이라며 "안보 정책은 우리랑 많이 다르지만, 정의당의 목소리 중 새누리당이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서울대를 나와 미싱사 자격증을 취득해 구로공단에 위장취업을 하고 1985년 구로동맹파업 주동자로 지목돼 9년간 수배생활을 하기도 하는 등 젊은 날을 노동운동에 헌신했다. 이후 '민주노동당'을 통해 정계에 입문, 2004년 17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18대 총선 당시 경기 고양에서 낙선했지만 19대 총선에서는 재선에 성공했다. 현재 진보정당인 정의당의 대표로 내년 총선을 책임지게 됐으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으로 노동시장개혁 논의도 최전선에서 참여 중이다.

-유 의원의 추천에 대한 소감은?
▶우리 정치가 건전한 보수와 합리적인 진보가 경쟁과 협력을 할 때 그것이 국민을 위한 정치,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는 정치가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사실 유승민 의원은 경쟁하고 싶은 상대다.

최근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서거를 하셨는데, 그 분의 반민주화독재 투쟁도 높이 평가하지만 극우 기득권 세력이나 정치군인들이 주도하던 한국 보수정치에 합리적이고 건전한 흐름을 추가한 것이 김 전 대통령을 평가할 때 놓칠 수 없는 분이다. 유승민 의원이 그런 맥을 잇는 내공을 갖춘 분이다. 그런 분의 칭찬을 받아 기쁘다.

-2006년 17대 국회 재경위서 처음 뵀다는 것이 유 의원의 설명이었다. 경제학 박사로서 노동전문가인 심 의원의 질문이 이어질 때마다 그 날카로움과 깊이에 감탄했다는 전언이다.
▶만날 투쟁만 하던 사람이 꽤 한다고 생각하셨던 모양이다.(웃음) 사실은 당시 각 경제분야에서 쏟아지는 숫자에 어지러웠고, 거시경제 여러 용어들이 낯설어 애를 많이 먹었다. 그래서 보좌관들과 밤을 새고, 잘 모르면 수소문해 선생님들 모셔다 파악했던 기억이 있다.

실력, 내공 이런 것들은 당연히 유 의원이 훨씬 높을 것이다. 저는 진보정당의 의원으로서 소외된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해야겠다는 사명감이 당시 굉장히 컸다. 그런 것들이 조금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힘이었다고 본다.

-유 의원이 심 의원과 같은 합리적 진보의 의견이라면 새누리당이 받아들일 수 있는 건 받아들여야 한다고도 말했다. 들어줬으면 하는 의견이 있으시다면?
이래서 유 의원을 좋아한다. 각 정당들은 서로 다른 계층과 부문을 대표하고 300명 국회의원도 조금씩 다른 시민들을 대표한다. 완벽한 일치나 완벽한 조화는 민주주의에서 가능하지 않다. 그것은 전체주의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서로 갖고 있는 부분적인 옳음을 가지고 대화하고 타협하는 것이 민주정치고 의회정치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요즘 가장 갖고 있지 못한 점이 바로 그 점이다. 대통령이 하라고 하면 돌격 앞으로 정신으로 무대포로 밀고 나가는 정당이라면 일당 독재와 뭐가 다른가.

이런 점에서 새누리당이 민주주의와 의회정치 정신을 좀 수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재 정부와 여당은 민주정치와 의회정치에 대해 좋게 말하면 이해하지 못하고 나쁘게 말하면 혐오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유 의원 같이 받아들일 건 받아들여야 한다는 자세. 그것이 건전한 보수의 기본 전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유 의원을 높이 평가한다. 그래야 대화가 가능한 거다.

-국회 환노위 소속 의원이시기도 하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노동시장개혁 중 임금피크제와 관련한 ‘사자후’ 동영상이 큰 관심을 받았다. 그 관심이 의원님께 미친 영향은?
(편주: 일명 심상정 ‘사자후’ 영상은 9월11일 진행된 고용노동부 대상 국정감사에서 심 의원의 발언이 담긴 영상이다. 당시 심 의원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을 향해 “장관도 임금피크제 동참하고 있나. 200만원도 못 받는 940만 노동자들 허리띠를 졸라매는 게 아니라 목을 조르고 있다”며 “양심이 있어야 될 것 아닌가. 노동자 목을 조르는 장관은 노동부 장관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해당 동영상 공개 후 동영상 전문 사이트인 ‘유튜브’에서의 동영상 조회수는 200만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에 동영상이 뜰 때, ‘평소 하던 말 했는데 왜 그러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조회수가 100만, 200만 육박하게 되면서 새로운 충격을 받았다. 국민들의 정치 불신 한편에는 ‘좋은 정치’에 대한 갈망이 훨씬 더 크구나 하는 걸 이번에 느꼈다. 좀 더 담대한 정치 기획을 정의당이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동영상이 이슈가 된 것도 노동시장개혁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노동시장개혁 5대 법안(노동5법)’ 논의가 상임위에서 불발되고 사실상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로 넘어갔는데, ‘빅딜’ 가능성도 있다고 보시는지. 
▶한 마디로 말해서 노동시장개혁은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새정치연합이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개악’을 새누리당과 타협하기는 매우 어려울 거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새정치연합은 혹독한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노동5법’ 뿐 아니라 모든 법안이 국회에 상정 되면 논의는 해야한다. 하지만 ‘노동5법’ 대부분의 내용이 노사정위원회에서지속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던 거다. 국회에서 입법절차를 거치기 전에 대통령이 약속한대로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전제돼야 할 의제라고 우리는 보고 있다. 

국민 절대다수의 삶을 규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대부분 근로조건, 고용 임금 등을 다룰 때는 사회적 협의기구를 통해 이해당사자 간 충분한 조정과 합의를 통해 입법발의를 한다. 새누리당이 다시 한 번 장기적인 국가경제와 노사관계 민주화를 위해 특별히 생각해 주길 바란다. 

-‘노동5법’ 내용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어떤 것들은 사실 예전에 야당에서 주장했던 내용도 포함돼 있기도 하다. 야당 입장에선 협상의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인지 궁금하다. 
▶‘노동5법’ 중 ‘산재보험법 개정안’에서 출퇴근 중 재해를 인정하는 내용이 있다. 미흡하지만 긍정적으로 본다. 그러나 새누리당에서는 이런 것들을 단독으로 심사하는 것을 거부했다. 사실은 엄청난 ‘개악’을 통과시키려는 미끼다. 꼼수 법안이다. 여당은 ‘노동5법’을 패키지로 처리할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니 ‘노동5법’ 일부에 전향적인 조항이 있다는 것이 현재로선 큰 의미가 없다. 

정의당은 ‘노동5법’을 보는 시각은 분명하다. 원전 재검토하라는 거다. 노동조건의 핵심의제를 힘으로 밀어 붙이는 선진국은 없다. 국회 내에 공무원연금특위 만든 것처럼 노동문제를 다루는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구성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해당사자들과 조정을 충분히 진행한 다음 입법화에 나서야 한다. 

-20대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진보세력들이 연대하는 등의 적극적인 세 불리기도 눈에 띈다. 총선에 임하는 자세나 각오가 있다면?
▶선거 당연히 잘 해야 한다.(웃음) 내년 총선 이후 교섭단체가 되는 것이 목표라는 말씀 여러 차례 드렸었다. 쉽지는 않지만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 아니겠나. 새로운 대안세력의 필요성을 국민들이 강력히 열망하고 있다고 본다. 

정의당은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거울삼아서 이제는 정책 제일 민생 대표 정당으로 발돋움 하려 한다. 신뢰 받는 유능한 대안정당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전략이고 기본전략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 주력하는 것이 선거 제도 개혁인데, 아직 결론이 안 났다. 승자독식의 비례배분 방식을 개선해서 우리 당 지지에 상응하는 의석수 확보를 위해 노력 중인데 바늘구멍만한 그런 여지 밖에 없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협상에 관여하겠다. 

마지막으로 좋은 후보를 발굴해서 출마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청년 후보들을 전략적으로 대거 발굴해서 총선에 출마 시킬 예정이다. 

진보세력이 위험한 세력이 아니라 성숙하고 공정하고 아주 유능한 대안세력임을 국민들에게 인식 시키는 것. 그것이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어떤 정치인으로 남고 싶은지.
▶한국에도 유럽처럼 백년 역사의 좋은 정당이 있으면 좋겠다. 그 정당이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 청년,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의지할 수 있는 진보정당이 됐으면 한다. 그런 진보정당의 기틀을 놓는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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