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토박이론'vs'다선중진론'…'서초 갑' 女-女 신경전

[the300] 조윤선-이혜훈 '15분 간격' 기자회견…'법률가'vs'경제통' 맞불

박다해 기자 l 2015.12.20 18:15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왼쪽)과 이혜훈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각각 20대 총선 서초갑 지역구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사진=뉴스1


20일 국회 정론관에 미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20대 총선에서 나란히 서울 '서초 갑' 지역구 출마를 선언한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이혜훈 전 새누리당 의원이 불과 10여분 차이로 나란히 출마 기자회견을 열었기 때문. 현재 서초 갑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김회선 새누리당 의원은 일찌감치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먼저 출마 기자회견을 예고한 이는 조윤선 전 수석이었다. 조 전 수석이 당초 이날 오후 2시 30분 국회 정론관에서 출마회견을 한다는 것이 알려지자 이 전 최고위원도 부랴부랴 15분 뒤인 2시 45분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잡았다.

조 전 수석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사이 이 전 최고위원은 국회에 도착했고 마이크를 넘겨받으며 두 사람은 짧은 인사와 악수를 교환했다.

이날 두 후보는 각각 '서초 토박이론'과 '다선중진의원론'을 내세웠다. 조 전 수석은 출마선언문에서 "서초는 지금까지 저를 키워주시고 저의 성장을 지켜봐주신 곳"이라며 "서초는 저 조윤선의 뿌리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는 명실상부한 서초의 딸"이라며 "저의 뿌리 서초에서 더 낮은 자세로 임하는 충실한 공복으로, 서초에서 시작될 대한민국의 웅대한 비상을 준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에 맞서 이미 서초에서 재선의원을 지낸 자신의 경험을 앞세웠다. 이 전 최고위원은 출마선언문에서 "2004년 비례대표 권유를 마다하고 서초에 출마했다. 2008년 (서초구민은) 75.1%의 압도적인 지지로 이혜훈을 재신임해주셨다"고 강조했다.

또 "당선 다음날부터 서초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다"며 "서초구민들은 그동안 다선 중진(의원)이 없어서 해결되지 못한 갈증과 분노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법률가' 출신인 조 전 수석을 겨냥한 듯 "새누리당과 국회에 제대로 된 경제전문가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며 "법률전문가는 차고 넘친다. 국회에 경제통이 많아져야한다"고 주장했다.

20대 총선 서초갑 지역에 출마를 선언한 이혜훈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왼쪽)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스1


두 사람의 신경전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을 주선한 동료 의원이 누구냐를 두고도 번졌다. 조 전 수석의 기자회견은 옆동네인 '서초 을'을 지역구로 둔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이 주선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당초 유승민 의원에게 요청을 했으나 유 의원이 국회까지 오기에 거리가 먼 곳에 있단 이유로 신의진 당 대변인 주선으로 변경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은 회견을 신청한 의원이 함께 배석해야한단 이유다.

이 전 최고위원은 출마선언 직후 기자들과 만나 "(기자회견 주선은) 급하게 전화했을 때 여러 분들께 했는데 먼저 받는 사람이 와서 해준 것"이라며 "신의진 의원님이 양천 지역구라 국회 가까이 계셔서 다들 지금 지역구(활동)에 바쁘고 시간이 1분 1초 아까운데 이동거리를 최소화해드린다는 의미에서 신 의원님께 부탁했다"고 말했다.

두 후보의 대결은 대표적인 '친박'과 '비박' 후보의 대결이란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조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의 '멘티'를 자청하고 나선 친박 대표주자다. 반면 이 전 최고위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경제민주화' 전문가로 '원조 친박'으로 분류됐지만 박 대통령이 경제민주화 카드를 접으며 '멀박'(멀어진 친박)이 됐다.

두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이 끝난 뒤 5분 간격으로 새누리당사 기자실을 방문, 새누리당 출입기자들을 차례로 찾아 인사를 건네는 등 같은 동선으로 움직이며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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