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19대 국회, 이 법만은⑬-소방기본법

[the300](종합)

박용규 진상현 기자,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l 2016.03.10 08:56

편집자주 19대 국회가 막바지에 다다랐습니다. 머니투데이 더300과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는 우리의 실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법안임에도 우선순위에 밀리거나 이해충돌로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법안들을 선정 '19대국회, 이 법만은' 시리즈를 런치리포트로 기획합니다.

소방재정 확충 '소방관 장갑법'…정부 반대가 걸림돌



직접 장갑을 구매해서 현장에 출동해야 하는 소방관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한 문제제기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관련법 개정안은 19대 국회에서 통과되기 어려워 보인다. 막대한 재정부담을 우려한 정부측의 소극적인 태도 때문이다.

9일 국회에 따르면 노후화된 소방장비 개선과 일선 현장에서 필요한 소방용품 등의 구매를 위한 재정 보조 방식을 개선하는 소방기본법 2건이 계류중이다.

현행 소방기본법상 국가는 소방업무에 필요한 재원을 보조하며 세부 내용은 대통령령에 따른다. 같은 법 시행령에는 보조대상 범위를 △소방자동차 △소방헬리콥터 △소방정 △소방전용통신설비 및 전산설비 △방화복 등 소방활동에 필요한 소방장비 등으로 정한다.

문제는 시행령 같은 조에 보조대상 범위에 대한 기준보조율을 보조금 관리법 시행령에 따르게 해 놓은 점이다. 보조금 관리법 시행령에는 '119 구조장비 확충'에만 50%의 비율로 지원할 수 있게 돼 있다. 소방기본법 시행령의 소방업무에 필요한 장비들이 보조금 관리법에 막혀 제대로 지원되지 않았던 것.

개정안들은 이런 소방기본법과 보조금관리법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소방재정 보조 체계를 소방기본법으로 일원화 하는 내용들이다. 김학용 새누리당 의원이 2013년에 발의한 소방기본법 개정안은 시행령상에 규정돼 있는 지원대상을 법정 규정으로 상향시키는 것이다. 보조금 비율도 50% 이상이 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노웅래 의원이 2014년에 발의한 개정안은 소방기본법에 있는 보조 대상사업의 범위를 보조금관리법이 아닌 소방기본법에서 정하는 내용으로 김 의원안보다 포괄하는 범위가 넓다. 구체적인 지원 품목 등 세부 내용은 대통령령으로 정해 정책적 판단에 따라 유연성도 확보케 했다. 보조금 비율은 김 의원안과 같이 현행 50%이상으로 변경한다.

해당 개정안 중 김 의원의 발의안은 법안심사 테이블에 오르지 못했지만 노 의원 안은 안행위에서 한차례 논의가 있었다. 노 의원안에 대해 정부측은 막대한 재정소요를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이다. 지난해 12월 15일 안행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해당 법안에 대해 조송래 국민안전처중앙소방본부장은 "국비보조에 대해서 소방기본법에도 내용이 있지만 보조금 관리법이 근간이 된다"면서 "부처간 논의가 진행 중이고 소방안전세가 교부되는 만큼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노 의원안에 대한 안행위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보조율을 50%로 할때 추가 재정 소요액은 오는 2018년까지 4725억원이다. 보조율을 80%로 올리면 이 금액은 8055억원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행위 검토보고서 역시 추가 재정소요에 대한 내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여야는 국민안전처에 도움이 되는 법안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측이 수용하지 않는다며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결국 해당 개정안은 소방안전교부세가 교부되는 만큼 추가 논의를 하는 것으로 정리됐지만 이후 안행위 법안심사소위원가 열리지 않아 후속 심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소방업무 국가 책임은 커지는데...국고 비중은 '쥐꼬리'



소방 예산 부족 문제는 누리과정 예산 논란과 닮은 점이 많다. 성격상 국가가 부담해야할 부분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재정 구조는 지방 재정이 중심이 되고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형태로 돼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지방직인 소방공무원들을 아예 국가직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런 업무 성격과 재정 구조와의 불일치와 관련이 깊다.

9일 국회 등에 따르면 소방사무는 국가사무, 지방사무, 국가와 지방이 공동관리하는 공동사무 등 3가지로 구분된다. 복잡화되고 대형화되는 화재 및 재난, 구조, 구급 등에 대응하기 위해 소방사무가 광역화되고, 국가사무 또는 공동사무의 비중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법률에서도 국가의 책임이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 1991년만 해도 소방관련 법류에 명시된 소방사무 중 지자체 사무 비중이 63.5%였으녀 재난관리법 제정과 소방방재청 개청 등으로 2008년에는 28.0%까지 감소했다. 같은 기간 국가 국가사무의 비중은 15.4%에서 43.0%로 늘어났다. 2011년 6월에는 국가가 5년마다 소방업무에 관한 종합 계획을 수립 시행해야 하고 필요한 재원확보를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 소방기본법에 반영돼 지방자치단체에 한정됐던 소방 업무의 책임을 국가로 확대했다.

이처럼 국가사무 비중이 늘어나고 있지만 각 시도의 소방 예산(세출) 중 국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5년 평균이 2.38%에 그쳤다. 세월호 참사 후속 대책으로 지난해 예산이 급증하면서 국비 비중이 4.5%로 뛰었지만 이전까진 대부분 2%에도 못미쳤다.

국고 비중이 적다 보니 각 지자체별로 재정 사정이나 정책 우선 순위에 따라 소방 예산은 천차 만별이다. 또 자치단체장들이 생색이 나지 않는'소방·재난안전 분야 투자에 소극적이다 보니 근무환경이 열악할 수 밖에 없다. 소방공무원은 전국 시도소방본부에 동일한 보수규정이 적용되지만 시도의 재정 여건에 따라 소방관 충원율과 시설·장비 확충 정도에 차이가 심하다. 이는 소방서비스의 지역간 격차를 초래하고 소방관의 근무 안전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나마도 국가가 시·도 소방업무에 보조하는 경비는 119구조장비 확충에 한정된다. 화재진압 및 국가적 차원의 재난 대응에 요구되는 장비와 시설은 지방재정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2014년 기준 주력소방차의 노후율은 22.8%에 달했고 소방관 개인장비의 부족율은 13.3%, 보유한 장비의 노후율은 21.5%에 이른다. 장비 문제는 소방관들의 안전문제로 연결된다. 아직도 연간 1707명의 소방공무원이 현장 활동 중 안전사고로 인한 공·사상 재해를 입는 것으로 집계된다.

이런 문제들을 해소하려면 국비 지원 비중을 크게 높여야 한다. 하지만 소요 예산이 걸림돌이다. 지난해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분석에 따르면 소방장비 구입비용과 소방설비 설치비용의 국고 보조 비중을 50%로 끌어올릴 경우 향후 5년간 4725억원, 70% 적용 시 6945억원, 80% 적용 시 8055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소요된다.

아예 소방공무원들의 신분을 지방직이 아닌 국가직으로 전환해 국가가 직접 소방 업무를 책임지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나온다. 2014년 말 현재 소방공무원 4만406명 중 국가직은 1.2%인 483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지방직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예산 부담이 관건이다.

의제와전략 그룹 더모아의 조현욱 이사는 "당장 크게 구조를 바꾸진 못하더라도 필수장비의 범위를 점진적으로 넓히고 이에 대해서는 국고 지원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방관 처우' 개선…소방안전교부세 교부기준·집행주체 손봐야

17일 오후 2시5분께 경기 이천시 호법면의 자동차부품 물류창고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5분만에 대응1단계를 발령, 지휘차 등 장비 30여대와 인력 98명을 동원해 진화작업에 나섰다. 2016.2.17/뉴스1


노후 소방장비 개선 사업등에 사용해 소방재정 확충의 획기적인 변화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던 소방안전교부세가 오히려 소방재정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방안전교부세를 이유로 정부의 관련 예산 보조가 줄고, 소방안전교부세의 집행주체가 지자체여서 노후소방장비 계산이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소방재정 중에서 노후소방 장비 문제는 소방관들의 국가직 공무원 변경과 함께 가장 뜨거운 이슈다. 소방 장비 중 소모성 장비가 많고 소방관들의 안전에 직결되는 만큼 지속적으로 예산이 필요하지만 실제 정부 보조사업으로 편성되다 보니 지자체의 관심정도에 따라 편차가 크다는 것이다.

2014년 소방방제통계집에 따르면 주력 소방차의 노후율은 22.8%다. 특히 화재조사 차량의 경우 47.0%가 노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관 개인장비의 경우, 부족율은 13.3%였으며 보유한 장비의 노후율은 21.5%였다. 이를 수량으로 파악하면 개인장비의 부족분은 총 4만7000여점, 노후장비는 2만9000여점에 이른다.

소방관들이 자비로 소방용 장갑을 구입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난 2014년 연말 국회는 담배세 인상과정에서 소방안전교부세를 신설했다. 그러나 소방안전교부세가 신설 초기부터 그간 정부가 보조했던 소방관련 예산이 본 예산에 배제될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지난해 10월 국회 예산정책처는 '2016년도 예산안 부처별 분석 보고서'에서 소방안전교부세로 넘어간 해당 사업들은 보조율 50%의 국고보조사업인데 소방안전교부세로 이관되면서 지자체의 재정투입유인이 사라져 전체적인 소방사업 규모가 축소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었다.

실제로 지난해 연말 통과된 새해 예산안에 소방 관련 노후장비교체사업비는 전액 반영되지 않았다. 예년의 경우를 보면 약 1000억원 규모에 해당한다. 이외에도 119구조장비 확충 예산 55억원과 대테러특수소방장비 예산 32억원도 미반영 됐다.

소방안전교부세의 집행 주체가 소방당국이 아닌 지자체인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소방안전교부세가 소방 및 안전시설 확충, 안전관리 강화 등 '꼬리표'가 폭넓게 해석될 수 있는 상황에 지자체의 재량권에 따라 다른 용도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소방안전교부세의 교부기준 및 반영률은 '소방 및 안전시설 현황과 투자소요' 40%, '재난예방 및 안전강화 노력' 40%, '재정여건' 20%이다. 교부기준에 대한 해석에 따라 실제 소방안전교부세 목적에 맞지 않을수도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2017년까지 소방분야에 75%를 집중 투자해 해결한다는 복안이다.

한편 소방안전교부세는 2014년 여야가 격론끝에 통과시킨 담배세제 개편안에 따라 신설됐다. 담배한갑당 인상되는 2000원 중 개별소비세 몫 584원에서 20%를 소방안전교부세로 따로 떼 지방에 교부하는 것이다. 2015년에 교부된 소방안전교부세는 3141억원이며 2016년 예산에는 4174억원이 넘을것으로 추청되며 이는 현재 소방관련 전체 예산의 약 10%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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