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공공투자 수익률 보장? 목표수익의 1/3 수준

[the300]국민연금 공공투자②

심재현 기자 l 2016.06.05 13:32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연금 혜택, 국민께 더 돌려드립니다' 정책공약단 공약발표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6.3.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여소야대의 20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이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국민연금 공공투자 확대를 위한 입법에 나서면서 연금전문가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야당에서는 수익률 확보를 전제로 추진하겠다고 하지만 국민연금 목표수익률의 3분의 1 수준으로는 연금 재정 불안정을 빚을 가능성이 적잖다는 지적이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야권이 추진하는 국민연금 공공투자 방안은 정부가 공공복지재원으로 발행한 채권을 국민연금이 매입하거나 국민연금이 직접 사업주체로 나서 최소한의 투자수익률을 보장하는 방식이다. 지난 1일 장병완 의원 주도로 일명 '컴백홈법'(국민연금법 및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한 국민의당 방안은 국민연금이 사업주체(주택관리사업자)로 만 35세 이하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청년희망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해 정책금리 수준의 값싼 임대료로 공급하는 내용이다.

더민주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국민연금을 대상으로 향후 10년간 매년 10조원 규모의 공공투자용 국민안심채권을 발행해 조달한 자금으로 공공임대주택과 보육시설을 지어 공급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국민의당 방안과 달리 국민연금의 역할이 확정수익이 보장된 채권 투자에 한정된다.

양당은 연금 부담자인 청년세대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중장기적으로 국민연금의 안정성도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방안은 청년 주택문제를 해결해 저출산 현상을 극복하고 국민연금 가입자가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일석이조 불쏘시개론'인 셈이다.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 대표는 지난달 27일 당 비대위회의에서 "무엇보다 시급한 게 출산율을 높여 인구 구조를 정상화하는 것"이라며 "인구가 줄면 국민연금 가입자가 줄고 기금이 고갈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가입자 규모와 함께 기금 유지의 또다른 한 축이 되는 기금수익률이다. 국민의당이 제시한 정책금리 수준과 더민주의 국민안심채권 수익률은 모두 1%대 후반으로 국민연금 목표수익률 5%에 한참 못 미친다.

국민연금이 기금운용 중기 자산배분안에 따라 2017~2021년 목표수익률 5%를 달성한다고 가정할 때 지난 3월말 기준 525조원의 기금은 2040년 2300조원까지 늘어난 뒤 2060년 고갈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기간 수익률이 예상보다 떨어지면 실제 고갈시기는 앞당겨지고 그 피해는 저소득층에 상대적으로 더 크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이 국가재정으로 지원해야 할 사업을 국민연금에 기대는 게 위험하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그동안 국민연금의 공공투자 성적표가 썩 좋지 않았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전체기금의 1% 한도에서 집행되는 복지부문 투자에서 국민연금은 최근 5년 동안 평균 손실률 1.04%를 냈다. 5년 동안 수익을 낸 게 2013년(0.07%)뿐이다.

더민주 방식의 공공투자가 현실화되면 국가채무도 그만큼 늘어난다. 세부 계획은 나오지 않았지만 현재 계획으로는 10년 동안 100조원이 는다. 더민주 셈법과 달리 임대주택사업 수익률이 떨어지면 국가채무와 재정적자가 동반 증가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공공투자 확대 물꼬가 한번 터지면 국민의 노후자금이 점점 더 정치권의 쌈짓돈처럼 쓰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는다. 이번 방안도 총선 국면에서 제기되면서 포퓰리즘 공약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국가재정으로 할 일을 연기금에 떠넘기는 것은 국민연금제도나 기금 자체의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사회적 합의를 거쳐 공공투자를 늘리더라도 수익률이나 범위, 대상 등을 엄격하게 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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