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론으로 '주도권' 노리는 野…친박도 수성위해 '만지작'

[the300]丁 이어 김종인·박지원 개헌론 공세…백가쟁명 속 정계개편 가능성도

최경민 기자 l 2016.06.14 17:13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치경영연구소 대안담론포럼에서 권력구조 개헌의 조건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 김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2016.5.3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야권이 연일 '개헌론' 불씨 지피기에 나서고 있다. 대선 정국을 1년 앞둔 상태에서 정국의 주도권을 쥐려는 카드로 풀이된다. 여당 일각에서도 전략적으로 봤을 때 개헌을 마다할 필요가 없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다만 개헌론은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백가쟁명 방식으로 거론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14일 국회에서 열린 보훈단체장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개인적으로 개헌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한번 시도해 볼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날 정세균 국회의장이 국회 개원사를 통해 "개헌은 반드시 해야할 일"이라며 개헌론에 불을 붙였던 것에 대해 힘을 실어줬다. 김 대표는 "5년 단임제 대통령제가 여러가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권력구조 자체에 대한 변화를 취해서 상호 협치하는 그런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의 개헌 공세는 야권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정 의장은 이날 야권의 대표적인 개헌론자인 우윤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국회 사무총장에 임명하기도 했다. 국민의당에서도 이날 박지원 원내대표가 "저도 개헌론자"라며 "개헌은 대통령이 해야 한다"고 청와대를 압박했다.

개헌론은 본격적인 대선 국면을 앞두고 야권이 정국 주도권을 쥐기 위해 꺼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미래권력' 구조를 논하는 개헌론이 부각될 수록 '현재권력'인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존재감이 희석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개헌론으로 야권의 존재감을 확고하게 한 이후 대선 정국에 들어가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시기적으로도 적절하다는 평가다. 야권이 총선에서 승리했고, 정권이 임기말에 들어감에 따라 박 대통령의 영향력이 이전같이 강력하지 않은 상황이다. 과거 박 대통령의 임기초에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제시한 개헌론이 친박의원들의 격렬한 반대 속에 무산됐던 전철은 밟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새누리당은 신중하다. 박 대통령과 한 배를 탄 집권여당 입장에서 개헌론은 잃을 게 많은 카드라는 생각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이 자신의 후계 구도를 고려해 전격적인 결단을 내리지 않는 이상 새누리당이 개헌론에 적극적으로 장단을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지난달 28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김종필 전 국무총리 자택을 방문 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운정재단 홈페이지) 2016.6.1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날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3당 원내수석 회동에 앞서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 모든 이슈를 다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이라며 "민생경제는 뒷전이 될 것인데 이게 국민들이 바라는 것인가"라고 개헌론을 비판했다. 박 대통령의 '개헌 블랙홀론'을 그대로 설파하며 민생을 살리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내에 개헌에 찬성하는 의원들은 적지않다. 김무성 전 대표 등은 대표적인 개헌론자다. 심지어 친박 내에서도 '반기문 대망론'과 함께 '이원집정부제 개헌'이 함께 거론되는 중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대통령, 친박 실세가 총리가 되는 형식으로 정권을 유지한다는 시나리오다.

정략적인 면을 떠나, 1987년 헌법체제에 따른 5년 단임 대통령제에 대한 한계가 정치인들 사이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기도 하다. 대통령 4년 중임제, 이원집정부제, 의원내각제 중 하나로 권력구조를 변화시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고쳐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개헌이 이뤄질 지 여부는 가늠하기 힘들다. 박 대통령의 '결심'이 미지수인 가운데, 개헌론이 국회에서 하나의 총의로 모아질 지 여부도 장담할 수 없다. 정가에서 개헌론에 따라 정치권의 이합집산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하는 이유다.

여당에서는 이원집정부제가 거론되지만, 유력한 대권주자인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의 안철수 공동대표 등은 당연히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선호한다. 킹메이커로 분류되는 김종인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등은 역시 내각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확연히 다른 입장이 존재하고 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여건이 과거에 비해서는 괜찮은 편이지만 큰 의미가 있는 개헌 논의가 이뤄지기까지에는 산이 너무 많이 남아 있다"며 "단일한 논의가 나오기는 힘들 것이다. 미래 권력들 및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질 때, 혹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개헌 안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어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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