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인터뷰]나경원 "총선 책임인물이 당 전면 나서면 안돼"

[the300]"새누리 '화합의 멜팅팟' 리더십 세워야...억울함 없는 포용적 사회 열자"

우경희 기자 l 2016.07.13 06:00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 인터뷰


나경원 국회 저출산고령화특위 위원장이 사회 양극화 해소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여당 내에서부터 화합을 최우선으로 하는 '멜팅팟(melting pot·융합현상) 리더십'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대표 출마에 대해서는 답을 피했지만 "총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인물이 전면에 나서서는 안 된다"는 의사는 분명히 했다. 

나 위원장은 1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머니투데이 더(the)300과 인터뷰를 갖고 "저출산과 고령화는 결국 소득격차에 따른 양극화 문제, 또 일자리를 놓고 벌어지는 연령계층별 양극화 문제를 불러온다"며 "화합의 리더십, 즉 멜팅팟 리더십을 통해 포용적 사회, 포용적 성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나 위원장은 "우리 사회는 네 편, 내 편을 가르고 모두 억울해하고 있다"며 "청년은 청년대로, 노인은 노인대로 억울하고 기업과 근로자가 각각 스스로 억울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회 시스템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그런 문제를 풀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내달 9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대표 후보로 출마하겠느냐는 질문에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다만 "이번 전당대회가 화합과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는 측면에서 지난 20대 총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분들은 나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총선 당시 공천관리위원회와 당 지도부를 장악했던 친박(친박근혜)계를 의식한 발언이다.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 인터뷰/사진=이기범 기자


-특위 구성은 마무리됐나.
▶각 당이 간사 선임을 마무리하면 그간 부처에서 진행한 저출산고령화 정책에 대한 업무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특위가 연말까지라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무(無)에서 시작하기 보다는 그간 해왔던 것을 보고 우리의 정책과제를 더해야 한다. 다른 한 편으로는 더 큰 틀에서 저출산고령화대책을 짜고 있다. 자문위원회도 구성할 예정이다.

-수치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얘길 했다.
▶그간 출산율에 너무 연연했다. 인구구조 변화보다는 장기적 사회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를 같이 봐야 한다. 출산율 증가 이외의 것에 대해 단기적으로 정책을 맞춰가야 한다.

-기업의 근로조건이나 경력단절여성 지원 문제가 쟁점일 수 있다.
▶당연하다. 출산율 문제가 아니라 보육정책을 포함한 그 이상의 것들을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 특위에 다양한 상임위 출신 의원들이 오셔야 한다. 종전에는 저출산고령화를 보건복지위만의 문제로 여겼다. 보육이나 출산이 있고, 근로조건 문제는 노동의 영역이다. 골고루 오시면 좋겠다.

-고령화는 고령화 자체보다 이로 인한 세대 간 갈등이 더 큰 문제다.
▶저출산고령화 자체가 많은 사회양극화 문제를 불러온다. 우리가 지금 너무 많은 부담을 떠안고 있다는 것. 또 미래에 부양해야 하는 노인 인구가 너무 많다는 것. 연금이 고갈될 수 있다는 것 등이다. 노인일자리가 증가하면서 청년일자리를 뺏을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우리 사회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양극화 문제다.

-특위에서 양극화 해소 비중있게 다루실 예정인가.
▶전체적으로 다 다룰수는 없다. 시한은 짧고 성과물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포인트를 잘 짚어가는게 중요하다고 본다.

-어떤 방법론이 있을까.
▶수치보다 장기적 과제에 집중하고 사회문화, 사회가치를 얘기해야 한다. 최근 산모들이 의견을 적어왔는데, 단축근로제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나도 판사 임관 당시 대법관이 "출산휴가가 60일인데 다 쓰면 안 되는 것 알고 있느냐"고 물어 가슴이 철렁했다. 누군가 단축근로나 휴가를 쓰면 나는 피해를 입는다는 생각이 문제다. 바꿔야 한다.

-손 대야 할 부분이 많다.
▶그렇다.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해 산업과 노동을 다 들여다봐야 한다. 프랑스가 저출산 극복 국가로 평가받고 있는데, 프랑스 아이들 중 50% 가까운 경우가 미혼모 출산아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여러 요소를 도입하면서 미혼모 출산에 대해 관대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거다. 이런 사회문화의 변화를 같이 만들어주고 싶다.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 인터뷰/사진=이기범 기자


-사회양극화 등 현안이 많은 상황에서 여소야대 국면이 됐다. 집권여당에 어떤 형태의 리더십이 서야 한다고 보나.
▶당내에 화합의 리더십, 멜팅팟이라 할까. 녹여내는 리더십이 필요한 때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그런 의미의 변화가 필요하다. 양극화는 억울함의 문제다. 청년은 청년대로, 노인은 노인대로. 또 기업은 기업대로, 근로자는 근로자대로 억울하다. 사회시스템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해서다. 그런 문제를 풀어줘야 한다. 우리 사회엔 분노가 있다. 내가 억울하지 않아야 포용할 수 있다. 당내에서도 마찬가지다. 너무 극단적으로 나뉘니까.

-흔히 말하는 계파문제를 말하는건가.
▶그렇다. 억울하지 않은 포용적 사회. 이를 위해 포용적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다 녹여서 듣는 리더십. 그런걸 만들어야겠다. 힐러리가 포용적 성장 얘기를 많이 한다. 사회는 포용적 사회가 되고, 성장은 포용적 성장이 돼야 한다.

-당 상황을 보면 주장만으로 누군가 멜팅팟을 만들기는 어려워 보인다.
▶선언으로 되겠나.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벌써 계파 해체선언도 하긴 했잖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하는거다. 

-전당대회 앞두고 뭔가 본인의 행동이 있을까.  
▶고민 중 하나는 총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분들이 당의 전면에 나서서는 안 된다는 거다. 정권재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게 내 생각이다. 특정 인은 거명하지 않더라도 그렇다. 중요한 것은 전당대회가 화합과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인데, 그런 부분을 어떻게 잘 만들어야 하는지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

-출마까지 큰 틀에서 고민하나. 
▶출마하겠다고 했으면 일찍부터 손을 들고 나갔을 거다. 화합하는 모습의 전당대회가 되고, 그게 우리 당이 더 민주적이고 포용적 정당이 되는 모습으로 바뀌고, 그게 다시 정권재창출에 도움이 돼야 한다. 왜냐면 나는 아직은 대한민국에서는 보수의 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새누리당이 이런 억울한 부분을 잘 풀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 인터뷰/사진=이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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