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을 벗 삼아"…朴대통령, '우병우·사드 정국' 정면돌파

[the300] 물러설 경우 '레임덕' 자초 판단…靑 참모 교체할 경우 8월 유력

이상배 기자 l 2016.07.21 16:20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겨냥한 의혹과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흑색선전 등에 대해 작심 발언을 쏟아내고 정면돌파 의지를 밝혔다. 자칫 물러설 경우 집권후반기 레임덕을 자초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 "무수한 비난과 저항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21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소명의 시간까지 의로운 일에는 비난을 피해가지 말고, 고난을 벗 삼아 당당히 소신을 지켜가기 바란다"고 내각과 참모들에게 당부했다. 우 수석, 사드 등 각종 의혹과 논란에도 절대 흔들리거나 물러서지 말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강남 부동산 특혜거래 등 각종 의혹에 휩싸인 우 수석에 대해선 거듭 신뢰를 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우 수석이 전날 기자 간담회를 자청하고 "내가 모르는 사람들에 대한 의혹인 만큼 이런 문제로 공직자가 그만 둬선 안 된다"며 사퇴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박 대통령의 뜻과 무관치 않다.

박 대통령이 우 수석 등을 직접 옹호하고 나선 배경에는 청와대 핵심참모를 겨냥한 정치적 공세는 궁극적으로 박 대통령 자신을 노린 임기말 '정권 흔들기'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날 박 대통령이 "요즘 저는 무수한 비난과 저항을 받고 있다"고 토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러면서도 박 대통령은 "지금 이 상황에서 대통령이 흔들리면 나라가 불안해진다"며 정치적 공세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 靑 참모 교체할 경우 8월 유력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박 대통령은 "재검토하자는 것까지 몰고 가선 안 된다"며 최근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사드 재검토론을 일언지하에 일축했다. 사드 문제를 둘러싼 국론분열에 대해선 "우리가 분열하고, 사회 혼란이 가중된다면 그것이 바로 북한이 원하는 것"이라며 극도의 경계감을 표시했다. 또 박 대통령은 사드 배치 부지로 결정된 경북 성주지역 시위에 외부인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염두에 둔듯 "모든 문제에 불순세력들이 가담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을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날 박 대통령이 불과 1주일만에 NSC를 다시 소집한 것은 안보 행보를 통해 각종 정치적 공세를 돌파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부각시켜 지지세력을 결집하고 국면을 전환하겠다는 복안으로 읽힌다. 청와대는 이날 NSC에 이순진 합참의장이 참석해 최근 북한의 군사 동향을 보고했다며 이례적으로 회의 내용을 공개했다. 박 대통령은 14일 몽골 방문 길에 오르기 직전에도 NSC를 소집해 사드 관련 현안과 안보 상황을 점검한 바 있다.

한편 우 수석에 대한 박 대통령의 확고한 신뢰에도 불구하고 그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될 경우 국정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 수석의 거취에 대한 정치적 결단이 내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동안 매년 박 대통령의 여름 휴가 직후 개각 또는 청와대 참모진 개편이 단행됐음에 비춰볼 때 만약 교체가 이뤄진다면 시기는 다음달이 될 공산이 크다. 박 대통령의 올해 여름휴가는 25∼29일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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