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인터뷰]안철수 "김영란법, 사문화 되는게 존재 이유"

[the300]

지영호 김성휘 김태은 기자 l 2016.08.03 05:30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인터뷰/사진=지영호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따른 사회적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나중에 사문화되거나 없앨 수 있는 데까지 가는 게 존재 이유"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인터뷰에서 "권익위원회의 해석들을 통해 성문법처럼 사례를 쌓아가면서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안 전 대표는 헌법재판소의 김영란법 합헌 결정이 나온지 나흘만인 지난 1일, 19대 국회 논의과정에서 제외된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담은 김영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공직자가 자신과 4촌 이내 친족과 관련된 업무를 할 수 없도록 직무배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그는 "국민들은 정치가 개인욕심을 채우는 일을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법으로 규제해 문화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란법 개정안의 이해충돌 조항으로 관련 업무에 배제되는 공직자 등의 구제 방안과 관련해선 이사회가 구성된 경우 이해충돌 안건의 결정과정에서 배제시키는 방법을 제시했고, 사전신고제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국회의원 예외조항과 관련해 말들이 많다
▶부정청탁이 (법령위반으로) 규정돼 있고, 정당한 민원이면 (예외조항 없이도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다. 구태여 예외 규정을 둬서 오해 살 필요는 없지 않나. 기본적으로 법률조항에 예외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이번에 같은 입장으로 새누리당 강효상 의원이 이미 발의했기 때문에 '컨플릭트 오브 인터레스트'에 집중해서 발의한 것이다.

-3·5·10 상한액(식사대접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이나 농축산업계 등 내수 위축에 대한 의견은
▶기왕에 시행령이 나왔고 아직 시행되지도 않았다. 시행해보고 고치자는건데 국가가 이렇게 우왕좌왕하는게 그리 좋지 않다. 내수 위축을 내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논리라고 본다. 박근혜 대통령 스스로 지하경제 문제 많다고 하신 분이다. 부정청탁이나 금품수수 때문에 우리경제에 얼마나 많은 나쁜 영향을 미치느냐. 눈에 보이는 것 살리자고 하면서 지하경제를 키우자는 것과 연결되지 않느냐. 더 이상 김영란법 때문에 경제에 타격입는다는 주장은 안했으면 좋겠다. 바람직하지도 않다.

-위법성 여부가 불명확하다. 의견청취에서부터 쪽지예산 등이 논란이 될 수도 있다
▶일단 국민권익위원회 판단을 존중해야겠지만 시행하면서 문제점이 나올 것이다. 시행하면서 차츰 고쳐가자는게 우리 당의 입장이다. 법과 도덕의 영역 중 근본적으로 김영란법은 도덕의 영역이다. 지금 우리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 국가별 부패인식지수에서 OECD 34개 회원국 중 27위다. 많은 국민들은 정치가 개인 욕심을 채우는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일단 법으로 규제해 문화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나중에 법이 필요없어져 사문화되거나 없앨 수 있는 데까지 가는 게 존재의 이유라고 본다. 많은 사례들이 나올텐데 그때그때 권익위의 해석들을 통해 성문법처럼 사례를 쌓아가면서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개정안의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 불합리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해당 업무에서 배척하면 된다. 예를들어 이사회에서 제척사유가 되는 경우 결정과정에서 빠지면 된다. 그 다음 안건은 참석하는 식이다. 금융감독원장 4촌이 은행에 근무하면 원장으로 취임할 수 있느냐는 얘기도 있다. 이해충돌이 엄중한 나라가 미국인데 수많은 사례가 있다. 우리는 김영란법을 통해 앞서가는게 아니고 뒤처져있다. 선진국의 많은 사례를 보고 참조하면 된다.

-직무 관련 영역에 있는 4촌까지를 사전신고제로 대체하자는 의견도 있는데
▶그정도는 가능하다. 공적 책무와 사적 이익간 충돌인데, 신고만으로 스스로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이 가능하다. 검토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애매한 조항으로 검찰 권한이 강화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해충돌 때문에 나온 것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진경준 검사장 사건이다. 법으로 규제했으면 시도하지 못했을 것이다. 고위공직자수사처와 김영란법이 병행돼야 한다고 본다. 둘이 있어야 검찰이 마음대로 저런 짓을 자행하지 못할 것 같다.

-당내 의견 조율이나 다른 교섭단체의 동의를 끌어낼 방안이 있나
▶이해충돌 관련 김영란법 개정안을 왜 발의했느냐 하면 지금부터 공론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에서다. 법 시행 전에 개정하자는 뜻이 아니다. 시행하면서 개정해 나가자는 당론과 일치한다.

김영란법이 통과될 때도 평의원이었다. 그런데도 (각 당 지도부를) 찾아가서 열심히 설득했다. 논의들이 진전된다면 여건은 성숙된다고 본다. (김영란법이 통과된) 지난해 초에는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 지금 언론이 관심을 가지면 전국민이 학습이 된다. 사회적으로 여론이 형성되면 통과될 것으로 기대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인터뷰/사진=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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