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인터뷰]'차르'의 남자 박용진 "김종인, 골잡이 가능하다"

[the300]민노당 출신 비서실장, 김종인 강경파 향한 일갈에 큰 울림 받아

최경민 김성휘 배소진 기자 l 2016.08.26 06:00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박용진 의원 페이스북

"김종인 대표에게는 골잡이의 가능성과 지휘자·주장 역할의 가능성 모두 열려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4월부터 약 4개월 동안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비서실장으로 활약한 박용진 의원은 머니투데이 the300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27일 전당대회가 끝나면 비대위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김 대표가 향후 '킹메이커'가 아닌 '킹'으로 직접 나설 수 있다고 평가한 것이다.

박 의원은 "김 대표가 골잡이로 나설 가능성은 물론 있다. 골넣는 수비수도 있고, 심지어 골키퍼도 골을 넣을 수 있다"며 "국회의원 300명은 다 자신이 골잡이로 뛸 수 있다고 생각하고, 뛰고 싶어하는데 거기에 김종인 대표도 예외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이 김 대표의 비서가 된 것은 정가의 화제였다. 박 의원은 1997년 권영길 국민승리21 대통령 후보 비서로 정계에 입문했다. 민주노동당의 대변인도 거친 후 2011년 당시 민주통합당에 입당했다. '진보정치'에 몸담았던 박 의원이 민정당과 새누리당을 거친 김 대표를 바로 옆에서 보좌하게 된 셈이다.

워낙 이색적인 '콤비'여서 박 의원을 천거한 게 김 대표의 부인인 김미경 이화여대 명예교수라는 설도 돌았다. 실제로 김 대표가 기자들과의 식사자리에서 "우리 집사람이 서울 강북을의 박용진 후보를 TV 프로그램에서 보며 팬이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 의원을 추천한 이는 김 대표와 가까운 다른 사람이었다는 게 정설이다.

박 의원은 자신이 '김종인의 비서실장'이 된 이유를 최근에서야 알게 됐다고 밝혔다. 김 대표가 최근 비대위 인사들과의 부부동반 모임에서 "박 의원을 이 당에서 이질적인 존재로 판단했다"고 언급했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김 대표가 말한 '이질적인 존재'라는 것은 이 당의 계파나 오래된 관습으로부터 대단히 자유로운 사람이라는 뜻"이라며 "당의 이런저런 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일을 잘 협력해서 풀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봤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마지막 비대위원회의를 마친 뒤 당직자들로부터 받은 감사패를 들고 박용진 비서실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2016.8.2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초선 의원인 박 의원에게 김 대표가 준 울림은 컸다. 그는 지난 24일 비대위 마지막 회의가 끝난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보수정치 거인의 어깨 위에서 세상을 가늠해 볼 수 있었던 행운"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김 대표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마지막 의원총회를 꼽았다. "당신들의 지적인 만족을 위해 정당이 존재하는 게 아니다"고 일갈한 그날이다. 여당 출신 대표가 야당의 '정체성'을 앞세운 강경파에 쓴소리를 남긴 장면을 진보정당 출신 비서실장이 "가장 큰 울림을 줬다"고 평한 것이다. 그는 이유를 다음처럼 설명했다.

"솔직히 지적인 만족을 위해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더민주가 왜 안 싸우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에 대해 당론이 왜 이 모양이냐 하는 사람들. 사드는 무기체계 효율성 문제를 넘어서 한미동맹 등 고차원적 방식의 고민이 있어야 한다. (사드 당론을 정하지 않은) 김 대표는 이런 측면에서 무책임하게 움직일 수 없다는 뜻이었다. 정권교체를 통해 세상을 바꾸기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 구체적인 책임이 필요한 것이 정치다. 김 대표가 정치의 본질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노동자' 강령 문제에 대해서도 김 대표의 생각과 궤를 같이했다. '노동자' 문구 하나에만 집착하는 방식으로는 집권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더민주는 당의 이념과 비전에서 상당히 뒤처진 정당"이라며 "강령만 봐도 노동·환경·경제·국방·여성·인권 등에 대해 몇줄 써놓은 정도다. 학교 급훈이나 교훈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러면서 '노동자' 문구 하나 빠졌다고 난리인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라고 반문하며 "이렇게 해서는 집권하기도 어렵고 집권해도 세상을 바꾸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일의 사민당, 영국의 노동당 등 선진국의 정당들이 시대변화를 수용하고 미래 지향적인 강령을 전당대회를 통해 확정한 것을 참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작은 문구 하나에 집착하기 보다 당이 보다 큰 비전을 그릴 수 있는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정당으로서의 힘을 제대로 갖추는 게 필요하다"며 "정치적 이익을 공유하는 세력 정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기 위한 정치세력이 돼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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