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처리 극적합의…여야3당 득실은

[the300]11조 '민생추경' 볼모…여야 또 '주고받기'

배소진 기자 l 2016.08.25 18:35
여야3당 원내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추가경정 예산안 처리 합의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새누리당 정진석, 국민의당 박지원/사진=뉴스1


지난달 26일 정부가 제출한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이 꼬박 한 달만에 국회통과 청신호가 켜졌다. 여야가 25일 극적으로 추경안 처리에 합의하면서 다음달 중 집행이 가능하게 됐지만 20대국회 들어서도 '주고받기'와 정쟁만 일삼는 구태를 반복했다는 지적이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회동을 갖고 추경안 처리 및 조선·해운 산업 구조조정 청문회(서별관회의 청문회) 증인채택에에 최종 합의했다. 여야는 26일부터 추경 심사를 재개하고 오는 30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기로 했다. 그동안 팽팽히 맞섰던 증인채택 문제는 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전 경제수석)을 제외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당초 오는 12일 정세균 국회의장의 중재로 여야 3당 원내대표가 합의했던 추경통과 시기는 22일이었다. '선(先) 추경-후(後) 청문회'에 합의하면서 무난히 통과가 예상됐지만 복병은 증인채택 문제였다. 청문회 7일 전 증인채택 의결을 마쳐야 하는 상황에서 야당이 최경환·안종범·홍기택(전 KDB산업은행 회장) 등 이른바 '최종택' 트리오의 증인채택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현 정권 최고 실세라고도 할 수 있는 이들을 증인으로 요구하자 새누리당은 이를 '정치쟁점회'라고 거부했고 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합의를 통해 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고집하던 최경환 의원과 안종범 수석의 증인채택에서 한 발 물러섰다. 두 사람이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을 경우 추경 처리에도 협조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었지만 추석 전 집행돼야 할 '민생추경'에 발목을 잡는다는 여론의 압박이 만만찮았다. 더민주에서 국회의장과 예결특위위원장을 배출했다는 점도 무한정 시간을 끌기 부담스러운 이유 중 하나였다.

대신 야당은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이 제기되는 농민 백남기씨 관련 청문회 개최를 받아냈다. 백씨는 지난해 민중총궐기대회에서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현재 의식불명 상태다. 야당의 요구에 따라 2년 임기를 마친 강신명 전 경찰청장도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될 예정이다. 이날 백남기대책위원회는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 여의도 더민주 당사를 점거하기도 했던터라 당내에서도 청문회 개최를 이끌어낸 것에 상당한 의미를 두고 있다.

하지만 야당의 또다른 요구사항이었던 세월호특조위 활동 연장문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특히 이날 더민주 소속 초선의원들이 청와대 앞에서 세월호특조위 활동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하는 등 강경노선을 벌이고 있는터라 향후 당내 불씨로 남게 될 우려도 있다.

최경환·안종범 둘 중 한 명도 증인으로 세우지 못한데다 세월호특조위 연장도 약속받지 못하면서 우상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더민주 원내지도부에 대한 당내불만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 원내대표는 이를 의식한 듯 "내용상 여러 부족한 면이 있는 추경안이라는 지적도 있다"며 "안타까운 것은 권력의 실세라 해서 국회 청문회장에 서지 않는 모습들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원내대표 회동 직전 열렸던 더민주 의총에서도 추경안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이날 합의에 대한 비판도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은 이번 3당협상에서 '선방'했다는 분위기다. 민감한 증인들의 청문회 출석을 막아낸데다 8월 임시국회 내 결국 추경안을 통과시키면서 한숨을 돌렸다. 기재위원회와 정무위원회의 개별 청문회를 주장하던데서 한발 양보해 '연석청문회'를 전격 수용했다는 명분도 쌓았다. 하지만 청와대와 '친박'주류세력의 눈치를 보며 제식구 감싸기에만 급급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국민의당은 이번 추경처리가 자신들의 공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합의한 추경안에 대해 "거의 모두가 우리 국민의당 안이 결과적으로 채택됐다는 것에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국민의당은 애초 추경 편성의 필요성을 가장 먼저 제기해왔다. 초반에는 증인채택에 대해 더민주와 공조전선을 펼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추경 처리에 무게추를 두며 새누리당과의 의견을 좁혀갔다. 전날에는 박 원내대표가 최경환안종범 두 증인 없이도 추경처리를 할 수 있다고 시사, 유연성을 발휘했다. 

그러면서도 이날 회동에서 박 원내대표는 "결과적으로 책임져야 할 사람을 힘의 부족으로 증인으로 세우지 못한 것은 우리의 잘못"이라고 말하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편 이날 합의에 따라 서별관회의 청문회는 내달 8일~9일 이틀간 실시된다. 조경태 기획재정위원장을 위원장으로 기재위와 정무위에서 30명의 위원을 여야 동수로 구성한다. 또 같은 주 백남기 농민 청문회를 실시할 예정이다.

정기국회 일정도 합의했다. 5일부터 7일까지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실시한 뒤 20일~23일 대정부질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는 26일부터 10월 15일까지로 계획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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