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와서 이런 합의문…" 집중질타 받은 우상호

[the300]"추인 긍정적" vs "마지못해 추인" 목소리 갈려…우상호 지도력 시험대

최경민 기자 l 2016.08.25 19:18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여야3당 추가경정 예산안 처리를 합의한 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껴안고 있다. 2016.8.2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불어민주당이 결국 '서별관회의 청문회'의 핵심증인 채택 없이 추가경정예산안을 추인했다. 추인을 위해 소집한 의원총회에서 더민주 의원들은 원내지도부에 대해 집중 질타를 이어가면서도, 결국 협상을 존중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추인이 이뤄졌지만, 우상호 원내대표는 향후 정부여당에 끌려다녔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는 25일 국회에서 긴급의원총회를 열고 여야 3당 간 협상안을 추인했다. 협상안에는 서별관회의 청문회 증인 명단에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이름을 제외하는 대신 연석청문회를 채택하기로 했다. '백남기 농민 청문회'도 별도 개최하기로 했다. 백 농민 청문회 증인에는 강신명 전 경찰청장을 포함시키기로 합의했다.

최 전 부총리와 안 수석을 '서별관회의 청문회'에 출석시키지 못하는 한 추경안 처리는 없다는 당초의 강경한 입장에서 물러선 모양새다. 더민주는 두 사람 중 한 명이라도 핵심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입장을 마지노선으로 삼아왔다. 하지만 친박 실세를 청문회를 세우는 것에 대한 여당의 강력한 반대를 넘지 못했다.

이재정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핵심 증인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은 아니다. 원칙론적인 부분만 합의하고 추경안 통과 입장을 우선 정리한 것"이라며 "증인 문제는 소관 상임위에서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활동기간 보장과 관련한 당론도 의총에서 확정했다고 밝혔다. 당론으로 의결된 내용은 △세월호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세월호특별법 개정안의 상정을 위해 가능한 모든 절차를 다한다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유가족 및 관련 단체들과 협의체를 구성한다 등 세 가지다. 

이 원내대변인은 "국회의 모든 현안들에 대해 합의한 게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협상의 문은 열려있다. 세월호 문제도 계속 협의해 나가겠다"며 "여당과의 협상 외에도 할 수 있는 모든 독자적 노력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의총에서는 '우상호 원내지도부'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서별관회의 청문회' 핵심증인 채택이 이뤄지지 않은 점, 추경안 자체의 부실 및 부당함, 세월호특조위 내용의 합의문 누락 등이 집중 제기됐다. 세월호와 관련해 확정된 당론의 경우 여야3당 합의문 부대의견에 넣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현실적인 협상의 어려움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의총에서 더민주 일부 의원들은 "이런 합의문을 당연히 합의해 주느냐", "지금까지 끌고 오다가 이제와서 핵심증인 채택도 못한 채 추인해줘야 하나" 등의 비판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의총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의총 시간이 1시간반쯤 이어졌는데, 뜨거운 발언들이 많이 오갔다"고 설명했다.

다만 의원들은 원내지도부의 협상을 존중해주기로 결정했다. 최 전 부총리와 안 수석이 청문회에 참석한다고 해도 시간 끌기로 일관하며 영양가 없는 청문회를 유도할 것이라는 회의론도 제기됐고, '추경 골든타임'을 놓친다는 여론의 역풍이 우려된다는 주장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당내 경제전문가인 최운열 의원은 "추경안의 문제점을 가장 먼저 제기한 게 본인지만, 그래도 원내 협상이 어려운 만큼 추인을 해주자"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논란을 정리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더민주 관계자는 "비판을 한 의원들도 대의적인 차원에서 협상 결과에 동의하고 추인을 해준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과거 같았으면 고성이 오가고 협상 결과를 뒤집고 재협상을 요구했을지도 모르는데, 그런 측면에서 진일보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우상호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의 입지가 예전만 못해질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정부여당에 끌려가는 모습만 보여주고, 기대했던 협상의 성과를 내지 못함으로 인해서 우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다른 더민주 관계자는 "추인을 해줬다지만 마지못해 추인을 해준 것으로 봐야 한다"며 "대선 정국을 앞둔 시점에서 원내지도부의 전략 부재만 확인한 꼴이 됐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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