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이주의 법안)'2016년 8월2~3주'

[the300]종합

김성휘 배소진 최동수 지영호 기자,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l 2016.08.26 09:05
채권·펀드·ISA, 은행 안가도 가입될까…법개정 추진



# 은행원 나방문 씨는 괜찮은 펀드 상품이 출시되자 평소 금융투자에 관심이 많은 지인에게 연락했다. 지인은 펀드를 가입하고 싶었지만 업무상 너무 바빠 은행창구에 갈 시간을 내기 어렵다고 했다. 보험처럼 자신을 찾아와서 계약할 수 없느냐는 말에 나씨는 어렵다고 답했다. 현행법상 펀드의 방문판매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0일 제출한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면 일부 금융투자상품에 방문판매가 허용될 전망이다. 금융권과 금융소비자 모두에게 큰 영향을 줄 내용이다. 19대 국회부터 계속된 논의 결과를 담은 법안이어서 통과 가능성도 전보다 커졌다.

방문판매 철회규정에 막힌 금융상품
 
금융상품도 원칙적으론 학습지, 화장품처럼 방판이 가능하지만 걸림돌이 있다. 방문판매법은 14일 이내면 구매자의 변심 등에 따른 계약철회를 허용한다. 금융상품은 제조물과 달리 매일, 시시각각 수익률이 달라진다. 계약 후 2주 사이 큰 폭의 손해가 발생한 뒤 고객이 계약취소하면 그 손해는 판매사가 입는다. 때문에 금융투자상품은 사실상 방판이 막혀 있다.

이 제도는 그동안 리스크 높은 금융상품에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인정돼 왔다. 그러다 저금리, 전자금융 확대, 영업매장 축소 등 변화를 맞이한 금융권이 고객을 찾아나서는 데 불합리한 규제가 되고 말았다.

박용진 의원 법안은 방판법 적용대상에서 금융투자상품을 제외하는 대신 자본시장법에 방판 가능 상품을 명시했다. 이대로 개정되면 은행 등 금융사는 태블릿PC 등을 갖고 다니며 금융사의 영업점과 같은 시스템으로 영업할 수 있다. 고객은 영업창구로 가지 않아도 상담, 계약할 수 있게 된다.

방판 가능한 상품은 불완전판매 우려가 비교적 덜한 종류로 제한했다. 자본시장법이 규정한 채무증권과 집합투자증권(펀드)이다. '채무증권'에는 국채, 지방채, 기업어음(CP)이 포함된다. 그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융투자상품도 허용했다. 업계에선 개인종합자산계좌(ISA) 등도 방판이 가능할 걸로 본다. ELW(주가워런트증권)나 ELS(주가연계증권), 선물 옵션 등 파생상품은 여전히 방판이 금지된다.

19대 국회의 논의를 반영, 방문판매시 계약까지 3일 숙려기간을 뒀다. 고객은 찾아온 영업직원을 만난 당일 계약하지 않고 3거래일 후 다시 만나 계약해야 한다. 생각할 시간이 생긴다. 상담 당일에 계약할 경우도 3거래일 이후에 효력이 발생토록 규정했다. 투자자보호를 해칠 수 있는 행위는 금지하고 그 기준은 대통령령에 위임했다.

숙려기간·상품제한…소비자피해 우려 넘을까

업계는 법 개정에 기대를 건다. 고객기반을 넓히고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다. 그래도 몇 가지 쟁점은 넘어야 한다. 정무위는 박용진 의원안과 비슷한 내용의 이종걸 의원 법안을 동시에 논의할 전망이다. 이 의원 안은 3일 숙려기간이 없는 대신 방문판매 모든 과정을 녹취, 10년간 보관하고 소비자가 요구하면 10거래일 내에 제출토록 했다. 3거래일 숙려기간 중에도 상품의 가격·수익률이 바뀔 수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보험과 같이 상품매입의사를 전달하면 그 즉시 계약이 체결돼야 할 것"이라며 "불완전판매는 사후에도 확인할 수 있는데 굳이 (녹취) 조항을 달아야 할 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소비자피해 발생시 이를 입증할 책임을 소비자에서 금융사로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나올 수 있다. 김기식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은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방문판매는 허용해 달라면서 입증책임 전환을 못 받아들이겠다는 건 소비자 권리를 보호할 의사 없이 편익만 얻겠다, 이렇게밖에 안 보인다"고 주장했다. 자칫 저성과자를 방문판매 영업으로 밀어내는 수단이 될 거란 우려도 씻어야 한다.


박용진 "금융 방판, 금융사 수익-고객 편의 제고할 것"

제공=박용진 의원

채권·펀드 등 금융투자상품에 방문판매를 허용하는 법안을 제출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강북을)은 25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인터뷰에서 "금융회사는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새로운 판매채널을 확보하고 고객 입장에서도 편의성이 제고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주의법안'에 선정된 데에는 "국회는 목소리 크기와 주장의 선명함이 아니라 디테일에서 싸우는 것"이라며 "불공정행위든 무엇이든 바로잡는 역할을 법이 하는데 그게 다 디테일의 싸움이다. 디테일에 강한 정치인이 되겠다"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 소속 초선인 박 의원은 27일 임기를 마치는 김종인 대표의 비서실장이다. 당 경제민주화 태스크포스(TF)에서 활동했다. 당 대변인으로 언변과 순발력을 인정 받았다.

다음은 박 의원과 일문일답.

-법 개정 취지는.
▶방문판매법에서 은행이나 증권회사가 판매하는 금융투자상품은 적용을 배제시키려는 것이다. 대신 불완전판매에 대한 우려를 감안해 자본시장법을 통해 불완전판매 우려가 덜한 채권이나 펀드에 한해 방문판매를 허용하고 3일간의 숙려기간을 설정하고자 한다. 선진국에서는 은행이나 증권회사의 방문판매가 자유롭게 허용돼 있다. 

-'3일 유예'(숙려기간) 규정이 있는데.
▶충동구매로 인한 금융소비자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금융회사가 투자권유를 하더라도 실제 계약은 3일(영업일 기준) 이후 다시 방문하도록 했다. 이미 19대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한 내용이다.

-금융회사 직원들은 어떤 영향을 받나. 저성과자 밀어내기나 퇴출 수단은 
▶판매채널 확보 면에서 새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금융회사들이 방문판매 허용을 저성과자 퇴출수단으로 악용한다면 이는 근로기준법상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다. 단지 그 문제 때문에 방문판매가 안된다는 논리는 과도한 우려라고 본다.

-법 통과가 어렵지 않을까.
▶19대 국회에서도 여당은 반대가 없는 입장이었다. 방문판매를 어렵게 하는 규제를 풀어주는 것 아닌가. 금융위원회도 반대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

-지난 국회에서도 유사한 법안이 결국 통과되지 않았고 불완전 판매와 소비자보호 우려가 있었는데.
▶19대 국회에서는 동양사태의 영향으로 불완전판매 우려가 있었다. 입증책임을 금융소비자가 아닌 금융회사가 부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까지 가세했다. 하지만 이미 자본시장법에서 금융소비자가 요구하면 금융회사가 관련 서류 및 녹취자료를 제공하게 돼 있다.

-입증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중요하지 않은가.
▶소비자들이 관련 서류를 모두 제공 받을 수 있다면 입증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큰 차이가 없다. 방문판매에서만 금융회사가 입증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도 형평성에 맞지 않다. 제대로 하려면 모든 금융상품에 관해 금융회사가 입증책임을 지게끔 바꿔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이 통과돼야 할 것이다.


방판법 개정안 발의…증권사·은행 "수익성제고·고객확보 가능"

금융투자 상품 방문 판매를 허용하는 '방문판매법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은행과 증권사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박용진 의원과 이종걸 의원이 지난 11일 발의한 '방문판매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방문판매법상 청약철회 규정에서 금융투자상품 판매를 제외하는 것이다. 

방문판매법 개정안은 현행법의 '구매자가 판매 이후 14일 이내에 구매를 철회할 수 있다'는 조항과 '고객이 청약 철회를 요구할 경우 '고객이 청약철회를 요구할 경우 방문판매자는 3영업일 이내에 소비자로부터 이미 지급받은 재화 등의 대금을 환급해야 한다'는 조항의 적용을 받지 않도록 했다. 기존에 고객이 14일 이내에 원금 손실이 발생한 이후 구매자가 계약을 철회하면 판매사가 고스란히 부담을 떠안아야 했는데 이 문제가 해소되는 것이다. 

은행과 증권사에서는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시중은행 한 은행장은 "순이자마진(NIM)이 떨어지는 등 은행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안 좋아지는 상황에서 방문판매를 통해 새로운 고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웃바운드 마케팅 활성화 차원에서 방문판매 규제가 완화되기를 이전부터 기대해 왔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불완전 판매를 대비하기 위한 세부 조항에 관해서는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앞서 방문판매법 개정안에는 불완전 판매의 가능성을 고려해 △투자자가 상품 가입을 권유받은 날로부터 3영업일 이후에 계약 체결 가능 △계약 체결 후 투자자의 철회 의사 표시가 없음을 조건으로 3영업일이 경과한 날부터 효력이 발생 등의 조항이 담겼다. 방문판매 시 모든 과정을 녹취하고 이를 10년간 보전해 고객이 요청하면 요청한 날로부터 10영업일 이내에 제공해야 한다는 조항도 달렸다.

업계에서는 상품의 계약체결 시점이 가입을 결정한 날부터 3일 뒤면 3일 동안 상품에 가격차이가 발생해 갈등의 소지가 있다는 것을 우려한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만약 가격이 100원이라고 보고 구입했는데 3영업일 후에는 120원이 됐을 경우 고객과 마찰을 일으킬 수 있다"며 "보험사의 투자실적에 따라 보험금 지급액수가 달라지는 변액보험같은 경우에도 방문판매할 경우 숙려기간이 없는 데 펀드나 채권 판매에 굳이 숙려기간을 둬야 하는 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모든 내용을 녹취하고 10년 동안 보관한다는 조항도 부담이다. 금융회사들은 판매사 자체적으로 준법지원부 등을 활용해 방문판매 뒤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불완전 판매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면 사전에 문제를 차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방문판매 허용이 금융회사의 저성과자를 퇴출하는 데 이용할 것을 우려한다. 사무금융노조 관계자는 "지점 인력에 대한 필요성이 줄어들게 되는데 지점영업 하는 인원들은 구조조정 압박을 받을 것"이라며 "저성과자를 아웃도어 세일즈(ODS) 부서로 몰아내 퇴출하는 데 것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법 등 11건, 이주의 법안 선정



자율상권구역으로 지정되면 임차인들이 10년까지 계약갱신을 합의할 수 있도록 하는 일명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법 등 11개 법안이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의 '이주의 법안'으로 선정됐다.

8월 2~3주차(8~19일)에 9건의 법안이 발의된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 선정된 자율상권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자치 중심의 상권관리제도를 도입하고 자생적인 지역 경제활동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중소기업청의 도움을 받아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대표발의한 법안이다.

현행 자율상권구역은 전통시장이 포함돼야만 지정이 가능하지만 지역 임차인과 임대인이 자율상권조합을 결성, 3분의 2 동의를 받아도 가능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홍대 주변이나 가로수길, 경리단길 등 신흥상권 형성에 기여했던 임차인들이 지역상권이 살아나자 건물주의 '폭탄 임대료'에 밀려 쫓겨나는 문제를 일정부문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12건의 법안이 발의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에서는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과학교육진흥법 개정안(일명 알파고법)이 선정됐다.

개정안은 지원대상을 '과학'에서 '과학·수학·정보'로 넓히고 법안명도 '과학·수학·정보 교육 진흥법'으로 개정하는 내용이다. 이들 분야에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교육 계획 수립과 재정 지원 의무를 둔 것이 핵심이다.

이 법안에는 김종인 더민주 대표를 비롯해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 심상정 정의당 대표, 김종석 새누리당 의원(여의도연구원장) 등 여야 41명이 공동발의로 참여했다.

4건이 발의된 외교통일위에서는 홍익표 더민주 의원이 발의한 조약의 체결·비준 절차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선정됐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같은 국제조약 체결에 있어 국회 보고를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29건이 접수된 보건복지위에선 대리수술을 방지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뽑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출신의 김승희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으로 의사가 의료행위를 할 때 환자에게 진료의사를 설명하고 동의를 얻도록 했다.

45건이 발의된 환경노동위에선 강병원 더민주 의원이 발의한 일명 청년일자리 사다리법이 선정됐다. 근로자가 자발적 퇴사를 하더라도 6개월간 직업을 얻지 못하면 실업급여를 줄 수 있도록 했다.

10건이 접수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에선 유승희 더민주 의원이 내놓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이 뽑혔다. 밀양 여중생 성폭행사건처럼 포털의 게시글 삭제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받는 것을 보완한 내용이다.

6건의 법안이 제출된 국방위에선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발의한 병역법 개정안이 선정됐다. 4급 이상 공직자와 자녀, 고소득층 등의 병역사항을 관리하는 내용이 골자다.

24개 법안이 접수된 기획재정위에서는 5억원 이상 체납시 국세징수권 소멸시효를 무조건 10년으로 적용하는 더민주 김현미 의원이 발의한 국세기본법과 사회적경제조직 지원을 담은 같은당 윤호중 의원의 사회적경제기본법이 공동 선정됐됐다.

10건이 발의된 농림축산식품해양위는 주거지역이나 학교 등의 경계 2km 이내 경마장 장외발매소 설치 금지를 골자로 하는 더민주 박범계 의원의 마사회법이, 13건의 발의된 정무위는 채권펀드의 방문 판매를 허용하는 같은당 박용진 의원의 방문판매법이 뽑혔다.

한편 운영위(4건), 법제사법위(30건), 안전행정위(34건), 국토교통위(18건), 여가위(5건), 정보위(0건) 등은 선정 법안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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