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인터뷰]입법고시 수석 비결이요? "창의성 보단 기본에 집중"

[the300]282대 1 경쟁 뚫고 수석합격한 황진솔씨가 말하는 입법고시 필승 노하우

진상현 기자 l 2016.09.02 05:59

사법고시, 행정고시, 변리사시험. 아직은 고시하면 이런 시험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지만, 신흥 강자는 따로 있다. ‘입법 고시’. 올해 행정직 7명(최종 선발은 8명), 재경직 7명, 법제직 2명 등 일반직 5급 공무원 16명을 뽑는데 4,515명이 지원해 28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경쟁률 326대 1보다는 낮아졌지만 40.9대 1을 기록한 올해 행정고시 경쟁률은 멀찍이 제쳤다. 입법부에서 일하는 공무원을 뽑는 입법고시는 국회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데다 행정부가 대부분 세종시로 내려가면서 서울 근무에 대한 메리트까지 더해져 선호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이런 바늘구멍 같은 시험을, 그것도 수석으로 합격한 황진솔(만 25세)씨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1일 만났다. 올해 합격자 발표는 지난달 9일 있었다.  황 씨는 부산 개성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서울대 경제학부에 재학중이다. 



“선발 인원이 워낙 적고 다른 수험생들도 실력이 좋아서 합격에 대한 확신은 거의 없었어요. 나쁘지 않게 시험을 봐서 운이 좋으면 합격할 수도 있겠다 생각했는데 수석 합격을 해 놀랐죠.”

황 씨는 이번이 두 번째 입법 고시 도전이다. 지난해 첫 시험에선 낙방했다. 그런 만큼 이번 시험에서도 불합격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황 씨는 “고시라는 게 불확실성이 큰 시험이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면서 “시험이 다가오면서 밥을 먹으면서도 ‘떨어지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이 계속 들었다”고 했다. 황 씨는 “그럴 때 마다 모의 답안을 쓰고 친구들과 돌려보면서 서로 칭찬하고 스스로 자신감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입법고시를 선택한 이유로는 전문성을 키울 수 있고 역할이 커지고 있는 국회에서 국민의 대변인 역할을 돕는 일에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황 씨는 “전공이 경제학이어서 전문성을 키우면서 직접적으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했다"면서 "학점 관리를 잘한 편이어서 로스쿨 같은 것이 더 수월할 수도 있었는데 부모님과도 얘기해보고 하면서 아직 젊은데 가장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기로 했었다"고 했다. 그는 "힘들 때는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럴 때마다 ‘사회로부터 받은 만큼 돌려줄 수 있는 사람 되라’는 고등학교 때 선생님 말씀을 떠올리곤 했다”고 덧붙였다.

가장 궁금한 수석 합격의 노하우를 물었다. 난이도를 높여 핵심 3가지만 꼽아달라고 했다. 잠시 뜸을 들인 그는 첫 번째로 ‘페이스 유지’를 들었다. 하루 공부를 소홀히 했다고 좌절하거나 ‘일희일비’ 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꾸준한 페이스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는 답안 작성 연습을 들었다. 그는 “고시라는 게 내용을 많이 알아야 하지만 결국 채점은 답안에 쓴 내용으로만 하게 된다”면서 “답안 쓰는 연습을 집중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시험이 다가올수록 실제로 써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쓰다보면 내용을 더 숙지하게 되고, 깔끔한 문장 등 답안 작성에 필요한 기술적인 부분도 습득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세 번째로는 핵심적이고 기본적인 내용을 답안에 적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10만큼을 쓴다면 핵심적인 것을 7,8 비중으로 쓰고 나머지 2,3을 새로운 내용으로 채워야 한다”면서 “시험에 들어가면 긴장해서 자기가 아는 것을 다 쓰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경우는 점수가 좋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험생들의 고민이 창의성 있고, 남들과 차별화되는 답안을 쓰는 것인데 창의성 있는 답안도 좋지만 답안은 핵심적이고 기본적인 것에 집중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직 재학 중인 그는 두 학기를 더 다니고 내년 9월에 국회에 입사를 하게 된다. 앞으로 남은 1년 동안은 시험 준비 기간 동안 못해 본 것들을 해볼 생각이다. 그는 "너무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하고 여행도 많이 다니려고 한다"면서 "고시 관련 책들 외에는 다른 문화 콘텐츠를 접하지 못했는데 책도 많이 읽고 영화, 공연도 많이 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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