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특위 "청문회 통해 명백한 국가책임 드러나"

[the300]7일 우원식 위원장 기자회견…"기업 뿐 아니라 정부도 엄중 수사해야"

김세관 기자 l 2016.09.07 13:21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김철 SK케미칼 대표가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스1.

우원식 국회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이하 특위) 위원장은 3일간 진행됐던 가습기살균제 청문회(8월29, 8월30일, 9월2일) 결과와 관련, "이번 사고는 제도적 미비에 따라 불가피하게 발생한 것이 아닌 규제 부작위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청문회 결과보고 기자회견을 갖고 "국가가 제도적 문제를 알았음에도 적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과소보호 금지 원칙' 위반이고 명백한 국가 책임"이라며 이 같이 전했다.

우 위원장은 "정부는 '제도적 불가피론'을 고수하며 정부의 과실과 책임에 대해 인정하지 않았지만 특위는 이번 청문회를 통해 정부의 명백한 과실과 책임을 밝혀냈다"며 "먼저 화학물질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종합족 유해화학물질 관리가 아닌 제품(용도) 중심 관리만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 환경부는 화학물질 관리·심사 및 생활화학용품 규제 상 문제점이 있음을 진즉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개선하지 않았다"며 "산업통상자원부도 국민 생활과 밀접한 제품을 관리하는 부처임에도 가습기살균제를 공산품으로서 관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우 위원장은 "심지어 가습기살균제 제조업체가 '가습기살균제는 어느 법령에 의해 관리되는가?'라고 문의했지만 (산업부는) 잇따라 보건복지부와 식약처로 (책임을) 떠넘기고, 해당부처로 (다시 책임이) 되돌아오자 최종적으로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고 결론을 내렸다"며 "그 결과 가습기살균제 제조 및 판매는 말 그대로 '무법지대'가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질병관리본부는 (특정 화학물질과 폐손상) 인과관계 규명 과정에서 중대한 과실을 저질렀다"며 "(가습기살균제 원료로 쓰인) CMIT/MIT의 독성이 나타날 수 없는 조건 하에서 실험을 진행해 SK케미칼, 애경, 이마트 딩이 수사에서 제외되는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우 위원장은 "결국 이번 사고는 제도적 미비에 따라 불가피하게 발생한 것이 아닌 규제 부작위에 의한 것"이라며 "그럼에도 정부는 단 한 번도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이번 청문회를 통해 관련 기업들의 과실과 책임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는 것이 우 위원장의 의견이다.

우 위원장은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옥시(옥시레킷벤키저)는 이번 사건의 책임 및 피해자 구제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RB(레킷벤키저·옥시본사) 본사는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고 주장해 왔다"며 "그러나 (청문회에서) RB가 2000년 옥시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해외에 의뢰했던 가습기살균제 흡입독성 실험 중단을 요청한 행위가 밝혀지는 등 (가습기살균제 흡입독성) 은폐가 RB 본사 결정이라는 것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SK케미칼과 관련해서도 "가습기살균제 원료물질인 PHMG와 CMIT/MIT를 개발·공급한 SK케미칼은 그간 검찰조사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돼 왔으나 이번 특위 조사를 통해 철저히 조사해야 하는 핵심 기업으로 드러났다"며 "SK케미칼이 소비자가 흡입할 수 있는 제품에 PHMG가 사용된다는 것을 몰랐을리 없다"고 말했다.

검찰의 보다 철저한 수사도 우 위원장은 촉구했다. 그는 "여전히 검찰은 RB 본사 및 SK케미칼에 대해 미온적으로 임하고 있다. 심지어 특위에서 각종 증거조작 의혹이 제기된 (법무법인) 김앤장에 대해 청문회 직후 무혐의로 결론을 내려버렸다"며 "(김앤장이) 이번 사건을 5년 넘게 끌게 만든 장본인이라는 의혹에 대해 반드시 진상을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 위원장은 "기업 뿐 아니라 정부 관련 부처의 과실에 대해서도 엄중히 수사해야 한다"며 "그간 피해자를 중심으로 감사청구가 있었음에도 감사원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왔다. 특위 차원에서 감사원에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한편 특위는 오는 21일 영국 RB본사를 방문해 라케시 카푸어 RB 회장과 영국 관계 장관, 영국 내 부정부패를 수사하는 중대비리조사청(SFO) 책임자를 면담한다. RB의 과실과 책임, 청문회 불출석 등에 대해 분명한 사과를 요구하고 피해구제 대책 마련도 주문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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