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도, 치약도"…높아지는 화학공포, 성분표시가 대안될까

[the300][이주의 법안]'2016년9월1주'①핫액트-권미혁·최도자 의약외품유해성분표기법

김세관 기자 l 2016.09.09 05:50

편집자주 [편집자주] 19대 국회부터 시작한 '이주의 법안'이 20대를 맞아 시즌2로 새롭게 시작합니다. 갈수록 법안 발의건수가 많아지면서 어떤 법이 가치가 있는 지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이에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은 법안 발의과정에서부터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한 주 간 주목할 만한 법안을 상임위 담당 기자로부터 추천받아 추가 토론을 통해 10건 안팎으로 선정합니다. 이 중 1건을 '핫액트'로 선정해 매주 금요일자로 분석합니다. 이주의 법안들은 연말에 있을 국회의원 의정활동 평가에 반영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한국소비자원은 8일 시중에 판매되는 물티슈 27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1개 제품에서 유해화학물질인 CMIT/MIT(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메칠이소치아졸리논)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에앞서 지난달 23일에는 CMIT/MIT가 함유된 미용목적 화장품이 버젓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의해 공개됐다.  

유해화학물질 CMIT/MIT는 5명의 공식 피해자(2명 사망)를 낸 가습기살균제 '가습기메이트'의 주요 원료물질이기도 하다. 이 같은 화학물질이 인체와 밀접하게 접촉하는 헤어제품, 크림, 로션 등은 물론이고 물티슈에까지 포함돼 판매되고 있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고 있다. 

곧바로 소비자원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논란이 된 제품들의 시정을 권고하고 판매 중단 및 회수 조치 등을 각각 취했지만 화학물질을 사용한 제품의 안전지대가 없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화학물질이 우리 인체에 주는 영향에 대한 막연한 공포는 가습기살균제를 넘어 생활필수품에까지 뻗어나가고 있는 추세다.

◇ '미용목적 화장품'과 '예방목적 화장품' 차이는?= 권 의원실이 화학물질 관련 전문가가 아님에도 미용을 위한 화장품 중 일부에서 가습기살균제 원료 CMIT/MIT를 찾아낼 수 있었던 이유는 화장품의 경우 '화장품법'에 따라 모든 성분을 용기 등에 표시하고 있어서다. 성분 첨부문서만 보고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 권 의원실의 설명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미용 목적이 아닌 위생이나 예방 목적의 화장품(예: 여드름 치료제 등)은 더 복잡하고 강한 독성의 화학물질이 첨가됐을 것으로 예측됨에도 현재로선 모든 성분을 파악할 수 없다. 

이는 위생이나 예방목적의 일부 화장품은 '의약외품'으로 구분돼 '화장품법'이 아닌 '약사법' 적용대상이기 때문이다. '약사법' 상 '의약품'과 '의약외품'은 주요 성분만 표시하면 제품 출시가 가능하다.

◇ 논란에 기름 부은 생리대 유해성= 치약, 마스크, 붕대, 반창고, 구강 청결제, 콘택트렌즈 세척제, 탈모방지제, 살균제 등이 '의약외품'의 대표 제품들이다. 의료인의 처방·조언 등을 필요로 해 오·남용 우려가 적은 감기약, 연고류, 철분제, 진통제 등의 '의약품'이나 '화장품'보다 우리 생활과 더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평을 받는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알 권리 강화를 위해 '의약외품'도 '화장품'처럼 전 성분을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들이 최근 들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근 불거진 '의약외품'인 일회용 생리대 유해성 문제가 이 같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여성 1인당 평생 1만개가 넘는 생리대를 사용한다. 그러나 2014년 미국 환경단체의 조사 결과 주요 기업의 생리대 제품들에 발암물질과 생식독성물질이 포함된 사실이 국내에도 알려지게 되면서 소비자 불안이 더 가중됐다.

◇ '약사법 개정안' 발의…개정 미온적인 정부= 이런 가운데 국회 복지위 소속 의원들이 최근 약속이나 한 듯 소비자들의 알권리 진작을 위해 '의약외품'에 들어간 모든 성분 표시를 의무화 하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을 비슷한 시기에 각각 발의해 주목된다.

먼저 권미혁 더민주 의원은 지난달 29일 의약외품의 모든 성분을 용기나 포장 및 첨부문서에 표시해 소비자가 의약외품 포함 성분을 인지한 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권 의원은 "의약외품 전성분 표시가 의무화되면 소비자가 직접 유해성분 함유여부를 확인하고 구매를 결정할 수 있다"며 "제조사들도 유해성분 함유에 대한 경각심이 확대돼 유해성분 사용 자제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같은 복지위 소속인 최도자 국민의당 의원은 같은달 31일 한발 더 나아가 의약외품과 더불어 의약품에 대한 전 성분 표시도 의무화 하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최 의원은 "의약품 가운데서도 연고 등은 약물 성분 외에도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할 수 있는 글리세린, 계면활성제 등이 추가로 들어갔지만 주요성분이 아니라는 이유로 소비자들이 모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화학물질 관리에 대한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두 의원실은 '의약외품' 등에 함유된 모든 성분을 표시하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이 올해 안에 처리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다만, 정부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이 가장 큰 변수다.

최 의원실 관계자는 "의약품 전 성분 공개의 경우 특허문제가 걸려 있는 등 판단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의약외품도 안정성을 충분히 확인하고 허가를 하는 만큼 전 성분 공개까지는 필요 없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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