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국감]특별감찰관실 전원 불참…사상초유 사태

[the300] 백방준 특감보 "기관증인 자격없어"… 법사위野, 현장조사 나서

배소진 기자 l 2016.09.30 15:27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특별감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 피감기관인 특별관찰관 자리가 비어 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물론 특별감찰관보를 비롯한 직원 전원이 모두 면직되면서 피감기관 직원이 단 한명도 출석하지 못했다./사진=뉴스1



30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피감기관 직원이 단 한 명도 출석하지 못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사표 수리 이후 '직무대행'이었던 백방준 특별감찰관보를 비롯해 직원 전원이 '동반 퇴직' 통보를 받으면서 기관증인 한 명 없는 텅 빈 국감장을 연출했다.

새누리당 권성동 법사위원장이 국감개최에 응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간사는 이날 오후 국회법50조5항에 따라 사회권을 이양받고 법사위를 야당 단독으로 개의시켰다.

하지만 피감기관인 특별감찰관실 직원은 아무도 국감장에 등장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 백방준 특별감찰관보는 "본인은 기관증인으로서의 자격이 없어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할 수 없기에 본 사유서를 제출하오니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고 적힌 불출석사유서를 법사위에 제출했다.

위원장석에 앉은 박범계 의원은 "특별감찰관은 사직했고 법적으로 대행하도록 돼 있는 특별감찰관보, 특별감찰과장을 위시한 어느 직원도 나와있지 않다"며 "법은 생생히 살아있는데 특감 이하 직원은 없는 정말 코미디와 같은 현실을 보여드리고 있다"고 한탄했다.

야당 의원들은 크게 반발했다. 정국의 '블랙홀'이 되고 있는 미르·K스포츠 재단에 대한 특별감찰관실의 감찰 내용 등에 대한 증언이 이뤄질 것을 우려해 정부가 특별감찰관실의 국정감사를 '직권남용'으로 막고있다는 주장이다.

백혜련 더민주 의원은 "통탄을 금할 수 없다"며 "국감이 열렸는데 피감기관은 아무도 나와있지 않는, 국회가 생긴 이래 또 발생할 수도 없는 전무후무한 사태"라고 개탄했다. 같은당 조응천 의원도 "세상에 어느 나라 국가기관이 이런 식으로 인사혁신처 종이 한 장으로 근무하는 사람이 없어지게 되나"며 "법치주의 국가에서 엄연히 법률로 존속하는 기관을 이렇게 형해화시키고 무시하는 건 정말 법을 우습게 아는 아주 위험한 발상"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춘석 더민주 의원은 "오늘부로 특별감찰관실이 공중분해된 사실을 목격하고 있다"며 "대통령 측근을 감찰한다는 이유로 법에 의해 만들어진 국가기관이 조직자체가 와해됐다. 대명천지에 이런 일이 어딨냐"고 강조했다.

그는 "다음수순은 특감실의 내사자료를 파기하는 게 아닐지 우려된다"며 "특별감찰관실이 없어졌다 해서 미르재단 의혹까지 사라지지 않는다. 지금은 증인 출석을 막았지만 언젠가는 관련 증인들이 입을 열 날이 올 것이고 우리는 이날 국감장의 텅빈 피감기관의 저 빈자리를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의원들은 이구동성으로 특별감찰관실 현장감사를 제안했다. 기관증인이 아무도 오지 않은 이상 국감장에서의 국감은 더이상 의미가 없다고 판단, 직접 현장에 가서 사태를 파악하겠다는 것이다.

박주민 더민주 의원은 "직접 방문해서 대체 어떤 상황인지 조금이라도 파악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회찬 정의당 의원도 "이날 오전까지는 법사위로부터 받은 기관증인 명단에 백방준 특별감찰관보가 출석하는 것으로 돼 있었는데 출석을 못했다"며 "현장감사를 통해 사실을 밝혀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박범계 의원은 "전날 오후 2시만 해도 특별감찰관실은 백방준 특별감찰관보가 직무대행으로 출석한다고 답했다"며 "이에 대해 김진태 새누리당 간사가 이견이 있음을 지적했고 정확히 오후 6시로 특별감찰관은 공석이라는 기관증인 명단이 (새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저희 (야당)은 백 특감보를 포함해 특별감찰과장, 5명의 감찰담당관은 인사혁신처가 통보한 '특별감찰관 사직에 따라 자동퇴직된다'는 유권해석에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한다"며 "전날 오후 2시부터 이날 오전 10시까지 백 특감보에게 압력 혹은 회유 등이 가해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감 개시를 선언한 이상 야당은 현장조사 일환으로 특별감찰관실을 방문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사위 야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3시30분 서울 종로구 청진동에 위치한 특별감찰관실에 도착, 현장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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