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 "외국 선사는 수십조원 지원받았다"(종합)

[the300][2016 정무위 국감]물류대란 책임, 화물정보 요구 여부 두고 산은 vs. 한진 공방

황시영,권다희,김성휘 기자 l 2016.10.04 18:10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2016.10.4/뉴스1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4일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최선을 다했다", "외국 선사와 출혈경쟁으로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16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를 촉발한 장본인이라는 질타를 받으면서도 "물류 수출의 90%가 해운이므로 한진해운은 꼭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류대란 책임에 "외국 선사는 수십조원 정부 지원 받았다"= 조 회장은 국감 증언을 시작하면서 외국 선사들이 수십조원의 정부 지원을 받은 것과 달리 한진해운은 정부 지원을 받지 못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물류대란 책임을 추궁한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한진해운 법정관리와 물류대란 사태에 대해 국민께 죄송하다"면서도 "2014년 한진해운을 인수해서 2조 유동성 공급을 했지만, 외국 선사들이 수십조원 지원을 받아 물량공세, 저가공세로 출혈경쟁을 펼쳐 사기업으로서 경쟁하는데 한계를 느꼈다"고 말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법정관리행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한진해운에 대한 법정관리 결정이 너무 성급했던 것 아니냐'는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향후 파장에 대한 검토는 충분히 했지만, 6500억에 달하는 한진해운 외상채무에 대한 해결책이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그는 "한진은 6500억원의 외상채무가 있으면서도 한진해운을 위해 내 팔 하나 자르겠다는 대주주의 의지가 없었고, 채권단이 한진해운에 대한 자율협약을 (3개월 후) 한달 더 연장했지만 한진 측의 해결책이 전혀 없어 채권단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국적선사로서 현대상선보다 한진해운이 더 경쟁력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 회장은 "산은은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을 모두 살리고 싶었다"며 "단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현대증권 등을 내놓으며 정상화 노력을 기울였지만 한진그룹은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 회장은 "대한항공이 알짜자산인 에쓰오일 주식을 팔아 한진해운 인수에 투입했다"며 "한진해운에 대해 현대상선 이상의 노력을 했다"고 주장했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 법정관리를 결정한 정부 금융당국이나 산업은행의 결정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하는 모습은 피했다. 그는 '정부에 대한 할 말'을 묻는 질의에 "당국은 나름의 기준과 원칙이 있어서 제가 코멘트할 입장이 아니다"며 준비된 답변을 내놓았다.

◇화물정보 요구 여부 두고 산은 vs. 한진 공방= '법정관리 전 화물 및 운송 정보 제공' 여부와 관련, 산업은행과 한진해운의 답변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한진해운은 지난 8월 31일 법정관리 신청을 하기 전까지 4개월간 조건부 자율협약으로 산업은행 채권단 관리를 받은 바 있다. 화물 및 운송 정보 제공 관련 답은 조양호 회장 대신 석태수 한진해운 사장(법정관리인)이 답했다.

석태수 사장은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 질의에 "법정관리 시작 전에 화물과 운송 정보를 제공하라는 정부의 요청을 받지 못했다"며 "법정관리 후에 화물이 얼마나 있고 어디로 실려가는지 정보 요청을 받고 공유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전 현대상선 CFO, 한진해운 CEO를 3차례 불러 물류대란 가능성이 높으니 컨틴전시 플랜 만들자고 했다"며 "첫 회의인 8월 3일은 한진해운 CEO가 오케이를 하고 돌아갔지만 둘째날 회의인 8월 10일부터 배임의 문제가 있다며 입장을 바꿨다. 화주의 이름이나 각종 개인 정보가 들어와야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울 수 있고 현대상선에 선적할 수 있는데 (한진해운으로부터) 이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조양호 회장 "법정관리 전 지원은 배임 아니다"= 과거 한진그룹과 대한항공이 수차례 한진해운을 지원한 것과 달리 대한항공 이사회는 '배임 우려'를 들어 법정관리 신청후 20여일 뒤인 지난달 21일에야 600억원 지원을 결정한데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2014년 이후 한진그룹과 대한항공이 '알짜'인 에쓰오일 주식을 팔아서 한진해운에 2조원 이상 투입해 부채비율을 1400%에서 800%로 낮추는 등 수차례 한진해운을 지원한 데 대해 조 회장은 "(2014~2015년) 당시는 구조조정해서 정상화할 수 있다고 자신했기 때문에 배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밖에 조 회장은 "2014년 한진그룹이 한진해운을 인수할 때 정부의 요구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정부가 인수 압력을 넣은 건 아니지만 한진해운 자체로는 어려우니 (인수) 요구는 있었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걸 회장 "대우조선 차등감자 실시할 것"= 이동걸 회장은 4일 대우조선해양 감자에서 대주주(산은)가 더 많은 책임을 지는 대주주 차등감자 실시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회장은 대우조선에 대한 감자 실시 여부를 묻는 유의동 새누리당 의원 질의에 "기본적으로 대주주는 이에 상응하는 감자를 하고 일반 소액주주는 미세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개인적인 소견"이라고 덧붙였지만, 이같은 발언은 올해 내 실시될 대우조선 자본확충 과정에서 대주주가 더 큰 비중으로 감자하는 주주 차등 감자를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과 대우조선 대주주인 산은은 올해 안에 대우조선 자본잠식을 해소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출자전환과 유상증자 등을 검토 하고 있으며 출자전환 전 감자를 검토 중이다. 감자는 자본총액을 줄이는 것으로 자본총액을 줄이면 확충해야 할 자본 규모도 그만큼 줄어든다.

대우조선은 올 상반기 말 기준 자본금이 1조3720억원인데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잉여금이 완전히 바닥나고 주주들이 납입한 자본금까지 마이너스(-) 4582억원으로 돌아서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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