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피해자 가족이 원한 가습기특위 연장, 與반대 이유는?

[the300]국회 파행으로 제대로 된 의견 공개 안돼…4일 김상훈 간사 언급

김세관 기자 l 2016.10.05 14:27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 회원들이 국회 가습기살균제 특위 활동 종료일인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위 활동 기한 연장 무산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6.10.4/뉴스1

가습기살균제 피해의 진상을 규명하고 피해자들의 구제 및 재발방지책 마련을 위해 지난 7월4일 출범한 국회 가습기살균제 특별위원회(가습기특위)가 정확히 90일이 된 4일 종료됐다.

가장 많은 피해를 내고도 책임을 피하던 다국적 기업의 공식 사과를 받아냈고, 책임있는 기업들의 기금 출연 약속도 현실화 하는 등 작지 않은 성과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구제와 재발방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피해 가족들은 야당과 함께 일찌감치 한 달간의 특위 활동 기간연장을 요청했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정치권의 여야 대립 국면이 시작됐고, 가습기특위의 연장 논의도 흐지부지됐다. 위원회 활동기간 종료를 일주일 여 앞둔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기간 중임에도 연장 논의를 위한 전체회의가 열렸지만 새누리당의 반대만 확인됐다. 3일과 4일 전체회의에서도 논의는 진전이 없었다.

결국 가습기특위는 피해자 가족들의 바람과 달리 예정된 날짜에 종결됐다. 다만 이 과정에서 새누리당의 반대 이유는 제대로 언론 등에 공식 표명된 적은 없었다. 새누리당이 가습기특위 활동 연장을 반대하고 대안도 제안하는 등의 모습은 보였지만 어떤 이유가 작용했는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새누리당은 가습기특위 마지막 날이었던 4일 전체회의에서 김상훈 간사의 마지막 발언을 통해 사실상의 기간 연장 반대 공식 입장을 전했다.

김 의원은 "가습기특위가 출발할 때 원안은 기본 60일에 필요하면 30일을 연기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아예 90일로 기간을 정하고 그 다음 부터는 정기국회 기간이니 그 안에 다 하자고 했던 것"이라며 "피해자 가족들에게 가습기특위가 만사형통 특위라는 기대를 줄 까봐 늘 부담이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우리 국회는 상임위 중심 체제다. 가습기특위는 입법권도 없다"며 "한 달을 더 연장한다고 해도 결과보고서 채택을 두고 지루한 시간을 보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사안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가 가능한 해당 상임위(환경노동위원회)로 (공을) 돌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당초 가습기특위 활동기간인 90일이 연장을 전제로 한 결정이었고, 진상규명이 어느 정도 됐으니 피해구제와 재발방지는 입법권이 있는 해당 상임위에서 해야 한다는 논리인 셈.

이에 대해 한 야당 관계자는 "여당 의원들의 그간 특위 활동을 감안, 김상훈 의원이 밝힌 입장의 진정성을 믿는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보다 정부와 기업을 더 생각한 결정이 아닌가하는 서운함이 있다"고 말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의회 운영과 무슨 상관이 있나. 왜 이들이 여야 대립의 희생자가 돼야 하느냐"며 "이것은 민생문제다. 지금 진행되는 어떤 사안과 연동하지 말고 즉각 한 달 간 연장을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3일 진행된 전체회의에서 대표로 마이크를 잡은 한 피해자 가족은 "사과 외에 나온 게 없다. 어떤 의미에서 진전된 게 없다"며 "특별법을 만드는 등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특위 활동을) 해야 한다는 요청을 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가습기특위는 4일 공식 활동은 접으면서도 향후 특위 재구성 여지는 여야 공동 의견으로 남겨뒀다. 이에 따라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 등을 위한 향후 과제는 여야 각당 지도부 협의로 재구성된 특위에서 마무리 하거나, 담당 상임위인 환노위에 특별 소위원회를 마련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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